2020-06-14 일

2020-06-14 07:46 하나하나 주옥같은, 현실적인, 따뜻한 조언들.
똑같은 조언이라도 그 사람이 살아온 삶에 따라 무게가 다르게 느껴진다.
어쩐지 울 뻔했다.
#youtube #밀라논나
#밥벌이

2020-06-14 12:30 어제 저녁에 일 관련해서 나로선 갑작스런 소식을 전해들었다. 처음엔 당황스럽고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우리 집안은 다섯 자매+막내 남동생 이렇게 여섯 형제인데, (남동생에게는 미안하지만) 다섯 자매가 단체 대화방에서 항상 시시콜콜한 일상 이야기들을 나누곤 한다. 첫째와 세째는 교사로, 둘째(나)와 네째는 it 업계에서 20년 가까이 일해왔고, 막내 여동생은 여러 리테일 업종에서 일했고 지금은 자영업 매장을 운영하는 우리 집안에서 유일한 ‘사장님’이시다.

같은 업계에 형제가 있다는 건 이런 일이 있을 때 그 누구보다 편하고 속시원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고 위로와 도움이 되는 동료가 있는 것과 같다. 전혀 다른 업계의 형제들 얘기를 들으면 좁고 부대끼는 생각에서 벗어나 ‘다른 일은 또 이런 점이 힘들구나’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어제도 형제들에게 일 얘기와 그에 대한 내 감정들을 이야기하며 마음을 달랬다. 그러다가 갑자기 화상대화 써보자며 단체 대화방을 카톡에서 라인으로 옮겨서 이것저것 웃긴 필터들을 써보며 서로 박장대소ㅋㅋㅋㅋㅋ. 그러다 보니 답답하고 걱정됐던 마음이 풀렸다. 운동을 했고, 푹 자고 일어났다.

보통은 일하면서 문제가 생길 때, 특히 그게 일이 아니라 내가 풀기 힘든 사람 문제일 때는 꽤나 전전긍긍하며 스트레스 받는 편인데 이번엔 그렇지 않았다. 일단 의식적으로 ‘나’를 제쳐놓았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들이다.
-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 아무도 누군가에게 할 수 없는 일을 맡기진 않는다. 못하면 못한다고 하면 된다.
- ‘내’가 뭔가 잘못했나? : 잘못했으면 질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다시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
- ‘나’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상대방이 ‘나’를 오해했나? : 의도가 없었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무례하거나 상처를 주어서는 안된다. 그런 경우에는 사과를 해야 한다. 하지만 상대가 어떤 문제로든 잘못 받아들였거나 진심으로 한 사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태라면 그건 상대의 문제다.

그런데 대부분의 문제는 이렇게 ‘나’나 ‘상대방’과 같은 개인이 아니라 더 근원적이고 큰 문제로부터 파생되고, 거기서 여러가지 복잡한 조건에 의해 개개인에게 영향을 끼치는 이런저런 자잘한 일들이 생겨난다. 일 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문제가 대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일단 ‘나’를 배제하면 문제를 더 넓은 시각에서 정확히 볼 수 있다.

애초에 이런 일이 생긴 이유가 뭐였는지, 그 안에서 각각의 사람들이 어떤 생각들을 하고 움직였을지 대충 알 것 같았고, 그건 내가 무엇을 어떻게 했어도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을 거라는 걸 깨달았다.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는 것도.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니 마음은 완전히 평온해졌다. 기쁘게 아침을 먹고 숲 산책을 나와 이 글을 쓴다.

지난 삼년간 한 공부와 수행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어서 다행이다. 넓은 호수에서 물 한 컵을 떠낸다는 게, 한 컵 만큼이라도 달라진다는 게 이런 건가 생각했다.
인간으로 나서, 살아있어서, 이런 공부를 할 수 있어서 고맙다는 생각을 참 오랜만에 했다.
#밥벌이 #nikeplus

 

2020-06-14 20:07 오늘은 운동하면서 빨간색 티를 마시고 싶었다. 춘심이가 독일에서 사다준 아로니아와 과일차를 섞으면 엄청 이쁜 빨간색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