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2021-02-21 19:05 어제 오후부터 지금까지, 여섯시간 자고, 밥을 먹고, 고양이들 수발을 들고, 요가 레슨도 취소하고 나머지 시간을 쉼 없이 일해서 (공식 산출물도 아닌, 그러니까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용 흐름도를 대충 완성했다. 그리고 ‘이거 할 시간에 원래 하라던 걸 했으면 다음주에 야근 안해도 될텐데...’라는 생각에 자괴감에 빠져들었다가, 고양이들 변기를 닦으며 깨달았다(깨달음은 욕실에 있을 때 주로 오는 것 같다...).

내가 이걸 그린 이유는 누구에게 보여주거나 이해시키기 위한 게 아니라 이 서비스를 쓰는 사람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내가 미리 그 길들을 몇번이고 가보며 확인하기 위함임을. 그리고 나의 고객(나는 ‘갑을병정...’의 끄트머리에 있는 ‘무’이므로 몇 단계의 고객이 있는데 여기서는 ‘갑’을 말한다)이 이 서비스의 사용자에게 전달하려는 가치를 그 길들을 통해 잘 전달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임을. <퀸즈 갬빗>의 여주인공처럼 이 모든 길을 다 머리 속에 넣고 이런저런 경우의 수를 머리 속에서 시뮬레이션하기에 내 머리는 부족하므로 이걸 그릴 수 밖에 없었고, 이걸 그리는 동안 내 머리 속에서도 보이지 않거나 떠돌던 작은 길들이 확연히 제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가능하면 고객과 동료들 역시 이 흐름도를 이해하고 우리가 원하는 길이 제대로 뚫려 있는지 같이 고민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 그렸지만, 그건 그냥 나의 바램일 뿐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할 수 없지.

* 그것 뿐인 줄 아냐. 오전엔 잠깐 시간을 내서 대견한 우리 팀 쥬니어들에게 나눠줄 쌔끈한 스토리보드 가이드라인도 만들었지🌝 후후후.
#밥벌이 #u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