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 화분은 키워봤지만 채소는 키워본 적이 없다. 오랜 꿈인 귀농을 위한 연습의 일환으로 2012년 3월 중순부터 베란다 텃밭 농사를 시작했다. 나의 취미이자 특기는 아무래도 '정리'인지라(-_-) 아래와 같이 품종별로 정리해 포스팅해두고 계속 업데이트하려고 한다.
소소한 농사의 기록들 :
어제 채소 모종과 씨앗, 각종 흙, 화분으로 쓸 스티로폼 박스와 플라스틱 휴지통(-_-)을 주문했다. 화분을 사려다가 원래 농사의 본질은 재활용이라고 동거인님이 말씀하셔서;(어시장에 스티로폼 박스 주우러 갈려다가 바빠서 못감). 주말에 도착하려나 하고 택배 조회 들락날락중. 화분이나 박스나 가격은 비슷비슷하다는 게 함정. 2012-03-15 12:55:20
농사 쪽 용어 어렵다. 가지는 '초세가 강하고 반개장성으로 내서성, 내습성에 강한 장대과종' —> 뭔소리임? 시금치는 '엽색이 진하고 엽육이 두꺼워서' —> 녜미. 토마토는 '염화칼슘을 2~3회 엽면살포해 주고 질소질비료는 칼리비료와 함께 웃거름 위주로…' —> 쒯 이건 뭐 웬만한 박사 논문보다도 어렵네. 왜 이모양이지? 2012-03-16 23:35:36
채소밭(-_-)에서 수확한 채소로 샐러드를 만들었다. 당근케잌이랑 같이 먹으면 맛있겠다... 자꾸 생각나는 (비싼) 당근 케잌; 2012-04-18 14:53:14
오오…줌의 재활용! '자원'의 발효를 업그레이드해주는 이 글(via) 읽어보니 재료를 모으기 좀 어려울 거 같고…(바다까지 갔다와야;;) 그 목적이 다양한 미생물을 이용하는 거라면 오줌에 쌀뜨물과 em 용액을 적당히 섞어 발효하면 좋을 듯(술 먹고 눈 오줌은 제외시켜야겠지... ) 2012-04-18 18:23:06
하. 내 텃밭은 언제쯤 이렇게 되나… 자꾸 들여다봐서 안크나? 2012-04-19 11:34:17
이런 거 찾고 있었다. 지난번에 프랑스인 블로그인가에서 보고 찾고 있었는데 흙살림에 있었네. Grow Bag 작은 텃밭! 구멍 뚫려 있어서 바로 흙을 넣으면 되고,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고, 크기도 열매 채소에 딱일세. 손잡이도 있고 보관할 땐 접어놓으면 되고. 가격도 싸. 가지는 여기에 심어야겠다. 고마워요 은수님 :-) 2012-04-19 13:08:52
'외떡잎식물은 대부분 일년생인 식물이 많고, 쌍떡잎식물은 다년생식물이 많다. 외떡잎 식물은… 짧은 기간에 양분을 많이 흡수해야 하므로 뿌리를 깊게 내리는 것보다는 넓게 퍼지게 하는 것이 유리하므로 수염뿌리로 적응하게 되었다고 설명할 수 있다.' - 네이버 백과사전(그럴듯한데?) 2012-04-20 19:15:14
으악!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진드기인가? 2012-04-23 17:29:04
OMG 진딧물 맞는 듯. 식물의 즙을 빨아 생장을 방해하고 병도 옮긴대. 2012-04-23 19:09:10
어제 사온 새 모종들. 상추 방울토마토 들깨 토란 상추2(뭔지 잘 모름;). 초봄에 샀던 모종들이 하나에 1500-2500원이었던 데 비해 지금은 3-4개에 1000-1500원으로 엄청나게 싸졌다. 2012-05-03 11:01:43
진딧물 없애는 데 좋다고 해서 막걸리 한잔에 설탕을 한 숟가락 넣고 섞어서 채소밭에 분무했다. 베란다가 온통 달콤한 막걸리 냄새로 가득하다. 어려서 할머니가 해준 찐빵 생각이 난다. 아랫목에서 꼭 이런 냄새를 풍기며 부풀어 오르던 빵 반죽. 2012-05-05 15:11:56
이것이 나의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키트'(-_-). 안쓰는 냄비에 음식물 쓰레기를 잘게 잘라 담고 헌 스타킹(사실은 몇번 안 신은 건데 지난 십년 동안 신을 일이 없었던;) 두개를 잘라 꿰매어 덮은 후 노란 고무줄 두개를 이어서 벌레가 들어가지 못하게 둘렀다. 이렇게 해서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두고 시간이 날 때마다 em 용액을 뿌린 후 뒤적뒤적한 후 일주일쯤 있다가 흙 속에 섞고 또 일주일쯤 있다가 텃밭에 주고. 대단위 농사에서는 이런 걸 어떻게 처리할지가 문제다 -_-; 2012-05-07 10:34:55
채소밭에 날파리가 생겼다. 티비에서 보니 뿌리파리라던데 그거 같기도 하고. 날파리 퇴치법. 티비에선 화분 흙 위에 감자를 잘라서 올려놓으라고 하던데 이거 지난번에 그 다큐멘터리에서 나온 거랑 비슷. 2012-05-14 10:54
뿌리파리 성충 퇴치 덫! 식초에 설탕을 녹이고 청주를 약간 넣은 후 비닐로 막고 작은 구멍을 뚫었다. 세개 만들었다. 효과가 있을까? 2012-05-14 12:03
뿌리파리 유충을 위한 감자 유인물(?)을 놓은 채소밭. 2012-05-14 21:25
어제 놓은 뿌리파리 성충 퇴치 덫은 완벽한 실패. 단 한 마리도 들어가지 않았다. 동거인은 나를 비롯한 인터넷에서 농사 정보를 얻어 농사를 짓는(지어보려고 노력하는;) 이들을 아무것도 모르는 '인터넷 농부'들이라며 비웃는데, 나는 이 이름으로 모바일 서비스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중이다(-_-). 사진은 농사를 화초 가꾸기처럼 하는 '인터넷 농부'의 필수품 핀셋(설정 쩐다) 2012-05-15 11:13:06
인터넷에선 작은 텃밭이나 베란다 텃밭(화분) 농사를 위한 제대로 된 정보를 찾기가 힘들다. 뭔가 정리를 해보고 싶은데… 2012-05-15 12:16:12
뿌리파리에 대한 엄청 상세하고 도움되는 자료(pdf). 처음에 한두마리 성충과 유충이 보일 때 방법을 찾았어야 했는데 해충인지 익충인지 몰라서 그냥 두었더니 번창하셨어. 채소들이 하나도 안크고 그대로인 게 이것 때문인 듯. 알부터 성충까지 18-50일, 성충으로 약 10일을 산다. 길어야 두달. 하지만 미안하지만.2012-05-15 17:35:44
게다가 뿌리파리 유충을 잡으려고 놓은 감자 슬라이스 덫을 들춰보니 아마도 톡토기로 생각되는 애들이 붙어 있던데, 얘네는 '유기물의 1차 소비자와 곰팡이섭식자로서 토양 생태계의 중요한 생물적 구성 요소'라고 알고 있어서 죽이고 싶지 않거든. 비오킬 같은 약은 온혈동물에겐 해가 전혀 없다지만 그걸 뿌리면 이런 이로운 벌레들까지 죽어버리니까 뿌리고 싶지 않아. 가능하면 한 세대가 번식하지 못한 채 죽고(왠지;; 슬프네 ㅋㅋㅋ) 저절로 없어지도록 하고 싶은 거지. 2012-05-15 17:59:15
감자 슬라이스 유인책이 완전히 실패한 것은 아니었다. 뿌리파리 유충을 총 열 마리 정도 잡았다. 짐작했던 대로 루꼴라 뿌리 근처에 많았고, 감자에 붙어있기도 하고 감자 밑의 흙에 반쯤 몸을 묻은 채 꿈틀거리고 있었다.(비위 약한 사람은 클릭 금지)2012-05-16 13:35:18
진딧물 2차 방제. 요구르트와 물을 반반씩 섞어서 스프레이했다. 지난번처럼 잎에 말라붙어 고사시키지 않도록 한시간 뒤에 물로 씻어내려 했으나 커피도 좀 마시고 미투도 좀 하는 사이 시간이 훌쩍 지났고, 허옆게 말라붙은 요구르트가 씻겨나가질 않는다.실패다;2012-05-19 12:29:46
방울토마토 화분에 바크를 깔았었는데 뿌리파리가 하도 꼬여서 잠시 걷어냈다. 성충은 보이는 대로 잡고, 유충을 위한 두번째 감자 슬라이스를 놓았다. 1/2 세대인 한달 정도만 이렇게 하면 없어질 거라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금방 번데기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작은 뿌리파리 성충이 오늘 아침에만 백마리가 넘게 새로 생겼더라. 이것이 곤충의 힘인 것 같다. 조금은 존경한다. 2012-05-20 10:44:20
뿌리파리에 대한 짐작: 1세대가 낳은 알이 성충이 되는데 35-45일이 걸렸다고 하면(그동안 추웠으니까), 오늘 이 2세대가 성충이 된 지 20-30일이 지났고, 성충이 되자마자 다시 알을 낳았다고 하면 그 알이 지금 막 성충이 되는 시기로군. 지금부터 앞으로 열흘간.(날씨가 춥다면 한달. 그러니까 지금 날아다니는 애들은 3세대. 인터넷 농부의 추리 | 농사)2012-05-20 13:49:27
가만, 벌써 3세대라면 처음 한마리가 낳은 100개의 알 중 반만 성충이 되었다 쳐도 50마리, 그들이 각각 50개체의 3세대로 번식했다면 2500마리가 되는 건가 :-0 아, 그중 암컷이 몇마리였는지를 알 수가 없는 게 문제로군. 반반이었다면 1250마리. 최대한 많은 개체가 솔로로 생을 마쳤기를 바래야겠군.2012-05-20 14:07:45
오늘 아침에 보니 어제보다 더 많은, 이백마리쯤 되는 성충들이 윙윙 채소밭을 장악. 결국은 채소와 허브 화분, 고무나무에까지 모두 비오킬을 살포했다. (내가 졌소.) 2012-05-21 13:51:04
도시 농부들을 위한 경작관리(-_-) 앱을 만들고 싶다. 머리 속에선 벌써 기능들이 죽 늘어섰다. 씨앗 관리 기능도 넣어야겠군. 씨앗이 어딨는지 언제 거둔 건지 (그리고 누구한테 받은 건지) 관리가 안되네; 씨앗 관리통도 이쁘게 만들어서 회원들한테 나눠주고 그러고 싶닼ㅋㅋㅋㅋㅋㅋ 같이 개발할 개발자 구함(언제나 그렇듯이 언제 개발할지는 모름;;;;)2012-05-23 13:57:41
들깨를 제외한 모든 화분에 오렌지 속 찌꺼기를 발효시킨 퇴비흙을 덮어주고 물을 흠뻑 주었다. 뿌리파리들의 시체를(hopefully, 살아남은 유충들도) 흙 속에 묻어버린 것이다. 깻잎 두장을 뜯어 올리브오일에 찍어먹었다. 맛있다.2012-05-23 23:03:43
농사의 본질은 생명의 순환과 자원의 재활용이라고 생각한다. 매년 씨앗을 사서 농사를 짓는다면 그건 순환이라기보다는 가치를 좀더 크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올해 베란다 농사는 귀농을 위한 준비이고 공부에 가까운 일이므로 먹는 것의 수확보다는 씨앗을 거두는 것까지를 목표로 하고 채소들의 일생(?)을 바라보기로 하자.2012-05-30 00:35:39
'작물의 도장을 억제하여 과실을 단단하게 하고 저장성을 높이며 작물의 인산 흡수력을 높여준다'는 계란껍질 식초 발효 비료를 만들고 있다. 계란 속껍질 벗기는 것도 힘들고, 식초 부으니 부글부글하면서 방구 냄새가 나서 뚜껑 닫아놨는데 아직도 머리가 어질어질하다.해초 가루도 한 숟가락 넣었는데 왠지 후회됨; 근데, 이렇게 해봐야 거의 한달간 작물들은 전혀 자라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인터넷 농부의 함정.2012-05-31 23:04:35
베란다 텃밭을 보며 깨달은 건… 자연의 모든 요소가 균형을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인간이 자연을 제 목적에 따라 제어하려 함은 매우 어리석은 짓이라는 것이다. 충분한 햇빛, (살아있는 것과 시체, 동물과 식물과 미생물 등을 포함한) 땅의 모든 요소, 그리고 바람, 온갖 해충과 그들의 천적이 다 있는 상태라면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식물들은 제 갈 길을 알아서 갔을 것이다. 내 베란다에서는 그럴 만한 충분한 힘도 없고 여건도 안되는 거다. 인간이 식물을 '키운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글렀다.2012-06-10 04:08:41
오줌 액비의 사용법 : 물과 오줌 발효액 20:1로 15일에 한번씩(출처. 어디는 200배라고 하고 어디는 5배라고 하고 어디는 20배라고 하고. 나 원.). 이건 관주(흙에 주는 것)할 때. 그리고 '액비 2말을 물 5리터에 희석하고'라든지 '2리터에 200cc를 희석하고'라고 하지 말고 그냥 '1:200'이나 '200배 희석' 이렇게 말해주면 좋쟎아?2012-06-09 05:52:26
아침에 본 전시는 서울 도시농업 박람회. 그로우백을 샀던 흙살림에서도 나왔고 이 책 만든 출판사 그린홈에서도 나와 인터넷 서점보다 싼 가격에 책을 판매하고 있다. 각종 식물들과 함께 재배 관련 도구들과 재배법 같은 게 전시돼 있고 이렇게 무료로 모종도 나눠준다. 나 이쪽으로 출퇴근 시작한 거 어떻게 알고. 가까운 데 사시는 텃밭 농사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한번 가보세요. 오늘부터 일요일까지, 저녁 6시까지 한다고 함. 오늘 카드 밖에 없어서 아무 것도 못샀는데 내일 점심때 현금 가져가서 책이랑 영양제랑 모종이랑 사올 예정.2012-06-14 22:04: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