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어쩌다가 지인을 만나러 모 대기업의 건물을 찾았다.
워낙 돈도 많은 곳이기도 하거니와 직원들의 노동 환경에 많은 돈을 투자한다고 알고 있었지만, 계열사의 새로 지은 빌딩에서 몇달 동안 파견 근무를 하기도 했었지만, 그 세심하게 꾸며진 휴게실과 작은 공연장, 카페, 스카이라운지의 시원하게 트인 멋진 운동 공간들을 보며감탄했다.

yame님이 추천해주셔서 요즘 재미있게 읽고 있는 책, 노는 만큼 성공한다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세계의 수많은 도시들을 관통하는 강 중에서 가장 폭이 넓다는 한강을 그저 건너다니기에 급급했던 우리의 눈에 한강다리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각각의 다리마다 다양한 색깔과 디자인으로 장식된 빛의 축제로 인해 서울의 밤은 질적으로 달라졌다...
아름다운 것을 경험해야 뭐가 아름다운지 안다. 한강 다리의 야경이 바뀌고 나니, 조명의 기능에 눈뜨게 되고, 외국의 도시들이 밤에 더욱 아름다워 보였던 이유를 깨닫게 된다. 행복한 경험을 해야, 어떻게 하면 행복해지는지 안다. 쾌적한 경험을 해야 어떻게 하면 쾌적해지는가를 깨닫게 된다.


한국인에게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아름답고, 행복하며, 쾌적한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적개심에 가득 차, 건들기만 하면 가만 두지 않겠다는 표정으로 운전대에 바짝 붙어 있는 한국인들의 표정에는 아름답고, 행복하고, 쾌적한 것들에 대한 기대를 찾아볼 수 없다. 그러니 누가 자기 앞에서 차선을 바꾸겠다고 깜박이를 켜면 절대 못 끼어들게 하는 것이다. 행복한 것은 잘 몰라도, 기분 나쁘고 우울한 것은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87 ~ 88 페이지. 발췌 더보기 ▶

지금 나는 6개월이 넘게 파견을 나와 있다. 뭐 특별히 부족한 것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웬지 그곳에서는 일하는게 재밌다거나 행복하다거나 하는 느낌 보다는 답답하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다. 그 이유가 뭔지 오늘 그 빌딩을 가보고 알았다.
이 회사에는 그 흔한 휴게실하나 없는 것이다.
어쨌거나 내 회사는 아니지만, 그리고 내 회사라고 특별히 다를 것도 없지만, 적어도 여기도 대기업인데... 참 많이 다르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파견 기간이 오래되다 보니, 그 차이가 어떤 결과로 나타나는지도 알 것 같다.


직원들이 왜 다른 회사마냥 감성 백프로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서비스를 못 만들어내는지 탓할거 하나 없다.그들의 생활 자체에감성이 들어갈 여지가 없고, 마음이 움직인다는 게 뭔지 경험해본 적도 없고, 일하는게 행복하지 않다면, 어떻게 남을 행복하게 하는 아름다운 것들을 만들어내나?
그들 말대로서비스를 만든다는 것은, 일을 한다는 것은, 회사를 다닌다는 것은 그저 '숙제'에 불과한 것일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