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사실 그다지 고민은 하지 않았다.
번역이 다 끝나고 나면 머리 속에 제목이 떠오를 거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제목이란게 없는 걸 만들어내는 것도 아니고, 책 내용을 집약해주는 단어 몇개 아닌가.
근데 책이 막 나와야 한다고 출판사 담당자님이 닥달을 할 때까지도 아무 생각 나지 않다가, 정말 이건 아니쟎아, 하는 제목을 듣고 나니 저절로 제목이 머리속에 떠올랐다.

  • 원제 : Ambient Findability
  • 한글 제목 : 검색 2.0 : 발견의 진화

나는 번역서 제목을 어처구니없이 짓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 중 하나다. 그리고 때로는 한글 제목이 따로 필요없을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아니었다. 물론 나는 이 제목을 좋아한다. Ambient Findability라니. 멋진 제목 아닌가. 물론 '뜻을 알고 나면'이라는 전제가 붙는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의 제목을 얘기할때 단번에 그 뜻을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나도 그랬다.

그래서, 좀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집어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한글 제목을 짓기로 했던 것이다.
나는 좀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 것을 원한다. 하지만 읽을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 읽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물론 그건 내가 판단할 일도 신경쓸 일도 아니겠지만. 이 책이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제목만 보고도 알았으면 했다.

출판사 측에서 저 제목을 그대로 받아들였을때 많이 고민했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처럼, 웹 2.0이 뜨니 그 시류에 편승한 것 아니냐는 반응도 물론 있을 것이고, 이 책이 과연 검색 2.0에 관한 책이냐는 반응도 예상한다(이 책 속에 검색 2.0이란 단어 절대 안나온다). 물론 아무 반응이 없을 것도 예상한다 -_-;
하지만, 어제 역자 서문을 쓰면서 이게 맞는 제목이라고 확신했다.
(나는 종종 글을 쓰는 와중에 생각이 정리되곤 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2.0은 변화를 의미한다. 기술의 진보와, 사용자에로의 권력 이동에서 나오는거대한 변화.
이 책은 바로 검색의 진화, 즉 검색 대상, 검색 방법, 검색 결과의 확장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
이런 모든 얘기들을 어제 밤 역자 서문에 담았다.
(그러다 보니, 역자 서문이 저자 서문보다 더 길어졌다 )

그래도 걱정이 되어 새벽에 원저자인 피터 모빌에게 메일로 한국어 제목을 알렸고, 그렇게 제목을 지은 이유를 설명하고 의견을 구했다. 너무 오버한 것 아니냐고. 시간이 별로 없으니 빨리 대답해달라고.
몇분 뒤에 온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I'm glad you like the book! And I think "Search 2.0: Evolving Findability"
is a good choice. Cheers!

고마워요 피터. 아니, 모빌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