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는 정말 일이 너무 몰려서 도저히 내 능력으로는 감당을 못하겠다고, 별로 중요하지 않은 시안은 하나 빼달라고 아트디렉터에게 이야기했다.
사실 원래의 예상과 달리 클라이언트는 시안을 두개만 요구했기 때문에 아트디렉터와 나, 그리고 주니어 디자이너, 이렇게 세명이 모두 시안을 할 필요는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시안이 많으면 좋겠지만, 일에는 중요도라는 것이 있고, 항상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법이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선택하고, 그쪽에 집중해서 퀄리티를 높이는 것이 현명한 것이다.
그러나 꼭 세개 중에서 두개를 택해 클라이언트에게 보여줘야 한다며 :O허접하게라도 하라는 말에, 오늘 시안을 냈고, 리뷰를 가졌다.
다른 시안에 비해 난 내 시안이 월등하지는 않지만 제일 낫다고 생각했다. (내 시안이어서가 아니다... 아니, 그럴지도 모르지 ㅋㅋㅋ -_-;) 그러나 `이런 허접한 시안을 들고 오느냐`는 아트디렉터의 말에꼭지가 돌아버렸고, 프린트한 시안을 구겨서 쓰레기통에 던지고 돌아서고 말았다.
나는 기본적으로 지금의 동료들을 신뢰하고, 같이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지금까지 일하면서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는 사람들이고, 오랫동안 같이 일했으므로 서로의 장단점도 잘 안다. 하지만 가끔 이런 상황이 올때는 기분이 조금 나쁘다.
어떤 사람들은, 상대방이 수용하면 할수록 더 상대방을 침식해 들어간다.
그건 옳지 않은 일이고,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며,사회를, 사람들 간의 관계를,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힘들게만드는 원동력(?)이다.
그런 소릴 듣고 나니 갑자기 피곤하고 기운이 쪽 빠지고 온몸이 쑤석거려서 하던 일만 마무리하고 집으로 왔다. `힘들다`는 생각이 조금 들었었는데, 이렇게 글로 쓰다보니까 또 뭐 별것도 아닌 것 같이 느껴진다. ㅎㅎ
기운을 내자 기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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