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 홍련을 다시보다
이 영화를 처음 볼때 느꼈던 것은 무서움과 아름다움이었다. 몇번의 반전에 대한 놀라움도 있었고...
사실 그 반전 때문에, 꼭 다시 한번 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오늘 두번째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은 슬픔이다.
공포와 슬픔과 아름다움이 잘 짜여 어우러져 있다.
사춘기는 슬프고, 불안하고, 그래서 아름다운 시절이다. 오랫만에 20년도 더 넘은 그때 기억이 났다. 중학교 2학년때, 나는 내 인생에서 무언가 중요한 일을 해야만 한다는 뭔지모를 열정에 밤을 새워 책을 읽거나 소설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조각을 하거나 했다. 밥도 거의 먹지 않았다.
그리고 한때는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져밤에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밤마다 누군가가 창문 밖 베란다에서 뚜벅뚜벅 걸어다니는 소리가 들렸고, 그림자가 어른거리기도 했다. 무언가 거실에서 사각사각 갉는 소리도 들렸다. 나는 너무 무서워서 곤히 자고 있는 언니를 깨워 저 소리를 들어보라고 하곤 했다.
들리지? 응? 저 소리 들리지?
그러면 언니는 응. 들려. 하고는 또 잠에 곯아떨어지곤 했다.
아직까지도 그게 무엇이었는지 모르겠다... 이젠 무서운 게 거의 없으니, 그건 참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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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 대한 증오, 그리고 자신에 대한 분노와 회한이 어떻게 사람을 망가뜨리는지 나는 안다. 그게 바로 무서운 일이다. 어떤 유령보다도 무섭다.
"진짜 무서운게 뭔지 알아? 뭔가... 잊고싶은게 있는데, 깨끗하게 지워버리고 싶은게 있는데, 도저히 잊지 못하고 지워지지도 않는거 있지. 근데 그게 평생을 붙어다녀. 유령처럼."
알면서도, 모두 알면서도 어쩌지 못하고 바보같이 무너져버리는게 사람이다.
훔.. 그리고 또하나, 이 영화를 보면서 언니와 동생들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수미의 집착과 광기를 이해할 수 있다. 부모는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평생 묻는다고 하는데, 조금은 덜할지 몰라도 그건형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가족이란, 아니 형제란... 그런 것이다. 말로 잘 설명할 순 없지만... 자랑스럽기도 하고, 질투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가끔은 조금 귀찮기도 하지만 든든하기도 한, 남이 뭐라하든 무조건믿고 지지할 수 있고, 말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그런 것이 바로 형제인 것 같다.
모두들 건강하고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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