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otional Design :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디자인
Billy에게서 Don Norman의 [EMOTIONAL Design]이라는 책 1장을 PDF로 얻었다(Billy는 항상 유용한 자료들을 왕창왕창 던져주지만, 항상 그렇듯이 10분의 1도 소화하지 못하고 쌓아두고 있는 실정...). 어쨌거나 이 책은 곧 한국어판으로 출간된다며 훑어보라고 준 것.
지하철에서 처음만 대충 훑어보았는데... 머리속에 여러 복잡한 생각들이 떠돌았다.
ATTRACTIVE THINGS WORK BETTER?
이 책은 이런 질문으로 시작하고 있다.
아름답다는 것, 매력적이라는 것이 기능과 과연 상관이 있을까?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기좋고 매력적인 디자인을 선호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제품(혹은 사이트)들이 매력적인가 아닌가 하는 것이 사용자가 목적(task)을 수행하는데 실제적으로 영향을 끼칠까?
이 책에서는 주로 제품 디자인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웹사이트나 어플리케이션 UI 디자인을 하는 나같은 사람들의 대부분이 이런 고민을 할 것이다. 아니, 오히려 더할 것 같다.
UI 디자이너는 저 구석탱이 아이콘 하나까지 심혈을 기울이지만, 사실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눈에 그런 것은 들어오지 않는다. 온갖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창의력과 휘황한 그래픽, 애니메이션 효과로 무장한 사이트의 감동은 어디까지일까? (사실 웹사이트 디자인만큼 그 감동이 즉각적이고 휘발성이 강한 분야도 드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미학이 디자인에 필수적인 요소일까? 난 지금쓸데없는데 정력을 낭비하고 있는 것 아닌가?
어쩌면 디자인, 그중에서도 정보 디자인은 인간의 본성에 가장 가까우면서도 불필요한 껍데기를 벗어던진 가장 미니멀한, 그리고 기능적인 것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거기에 스타일, 크리에이티브, 미학... 이런 것들이 정작 얼마나 중요할까?
등등등...
상업 디자인이 시작된 이래 쭉 고민되어 오던 문제임에는 틀림없으나, 미(beauty, aesthetics)가 기능(function, 혹은 사람들이 제품을 사용하는 방식)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과학적이거나 논리적인 연구 결과가 별로 없었다. 그동안 인지 과학이라는 학문이 논리나 이성에 비해 감정(emotion)이라는 요소를 저차원적이거나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부분으로 등한시해왔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The result is that everything you do has both a cognitive and an affective component - cognitive to assign meaning, affective to assign value. You cannot escape affect: it is always there. More important, the affective state, whether positive or negative affect, changes how we think.
그러나 모든 인간의 행위는 지적인(cognitive) 부분과 감정적인(affective) 부분을 모두가지고 있으며, 지적인 부분은 사물에 의미를, 감정적인 부분은 가치를 부여한다. 감정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감정은 항상 그곳에 존재한다. 게다가 더 중요한 것은, 감정적인 상태가 -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 사람들의 사고 방식을 바꾼다는 것이다.
... With positive affect, you are more likely to see the forest than the trees, to prefer the big picture and not to concentrate upon details. On the other hand, when you are sad or anxious, feeling negative affect, you are more likely to see the trees before the forest, the details before the big picture....
말하자면 사람은 행복할때 좀더 창의적이고 넓은 사고를 할 수 있으며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반면, 긴장하거나 좋지 않은 기분일 때는 세부에 집중할 수 있으며 숲보다는 나무를 보게 된다는 것.
감성 디자인
물론 이 책에서는 큰 그림을 보거나 세부에 집중하거나 어느 쪽이 옳고 그르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은 아니고, 지적인 부분과 감정적인 부분을 디자인의 단계나 디자인하고 있는 제품에 어떻게 적용시키고, 그것으로 어떤 효과를 조작해낼 수 있느냐를 말하려는 것일게다.
하지만 내가 주목한 것은 `행복한 사람은 좀더 창의적이고 넓은 시야를 가지며, 기능의 사소한 문제점은 간과하고 지나치는 경향이 크다`라는 사실이었다.
행복한 사람은 지혜롭다.
행복한 사람은 강하다.
나는 무엇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고 내 일을 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를 이 짧은 서문을 보고 얻었다.
그것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디자인`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만의 이 큰 원칙 아래에서, 다른 작은 고민들은 차근차근 풀어나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일을 시작하고 정말 오랫만에 `디자인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을까?` 하는 의문을 다시한번 가슴 속에 가져봤다.
뭐 아니래도 할 수 없지만, 그런 상상만으로도 지금 나 역시, 조금 행복해진다 ;-)
그나저나 이책, 뒤로 가면 거의 로봇 공학 관련 논문 수준의 내용이 나온다고 하는데... 이 아저씨도 혹시 나같은 이상주의자인 것일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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