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이 고무나무를 정확히 언제 샀는지 모르겠다. 지금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사진은 2002년 5월 7일에 찍은 이 사진이다. 퇴근길 지하철 꽃집에서 문득 눈에 띄어 사들고 들어왔던 기억이 난다. 볼품 없는 나무라고 생각했지만, 나무이니까, 오래 살겠지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언젠가 나중에 아주 크고 튼튼하게 자라난 모습을 상상도 했었던 것 같고.

(후후 던힐. 지금은 끊었다 -_-;;)
그 후 춘심이년과 같이 사느라 방이 두개인 집으로 이사를 했고, 누룽게이는 결혼을 했다.
아래쪽 사진은 2003년 3월 11일의 사진. 왼쪽의 로즈마리는 이마트에서 얻은 건데 얼마 후 누룽게이네 집으로 보내졌고, 지금은 엄청 크게 자라났다. 2003-03-11

그해 봄에 춘천에 가져가 할머니한테 분갈이를 해달래서 가져왔고, 그 후 새 잎들이 나서 쑥쑥 잘 자랐다. 나로선 그 이전이나 이후와는 좀 다른 삶을 꿈꾸었던 시기였다. 잘 되진 않았지만. 2003-05-03

그리고 4년 동안은 고무나무 사진이 하나도 없다. 남자친구와 헤어졌고, 두번 이사를 했고, 방울이 키키와 살게 되었고, 그동안 고무나무는 방울이 키키 등쌀에 키만 멀쩡하게 큰 채 잎이 다 떨어져 시들시들 죽어가다가, 2007년 봄 마음을 고쳐먹고 새 잎을 내기 시작했다. 2007-05-02

그후로 2년간 조금씩 조금씩 다시 번성한 고무나무. 그동안 직장을 그만두었고, 또한번 이사를 했다. 고무나무는 있는 듯 없는 듯 항상 거기에 있었는데, 작년에는 고무나무에도 변화가 생겼다.

가지가 너무 사방팔방으로 뻗어나면서 정작 잎과 가지는 제대로 크질 못하길래, 과감히(그러나 가위를 들고 한참 고민했음) 가지 두개를 잘라냈다. 그중 큰 가지는 뿌리 내리라고 물꽂이를 했다. 2009-04-19 01:32:41

19일째. 뿌리가 났다. 2009-05-09 01:38:35

25일째.뿌리가 충분히 길어졌다. 흙에 심어야 하는데 큰 화분이 없어서 임시로 플라스틱 화분에 옮겨심었다. 2009-05-15

20일 후 자리를 잡고 다섯번째 잎사귀를 완전히 펼쳤다. 2009-06-05

여름이 되어 쑥쑥 자라났고... 2009-07-15

지금까지 열개의 잎사귀가 더 났다. 이것이 고무나무 2호. 2010-01-20
(2009년 6월 12일 나의 세째 고양이 지지가 왔는데, 얘가 화분 흙을 밟고 나와서 흙 묻은 발로 돌아다니길래 화분에 흰 돌을 깔았다. 그 후론 돌을 하나씩 물어서 밖으로 던져버리곤 하더니 다행히 얼마 안 가 화분 따위에는 흥미를 완전히 잃어주시었다.)

고무나무 3호는 원래 버리려고 잘라낸 가지였는데 남는 화분이 있어서 혹시나 하고 물꽂이 없이 바로 심은 것. 2009-05-20

한달 후 새 잎이 펼쳐졌다. 2009-06-18

7개월 후. 역시 쑥쑥 자라 네개의 잎이 더 났다. 화분이 금방 작아질 것 같다. 2010-01-20

어째서인지 처음 샀을 때처럼 잎이 넓고 크게 펴지지 않지만 잘 자라고 있다.
할머니가 분갈이해주었던 1호의 화분은 작년 봄에 깨져서 더 우묵한 새 화분에 옮겨심었다.
언젠가 마당이 있는 집에 살게 되면, 진짜 땅에 심을 수도 있겠지.
그러면 아마 나보다 오래 살아남을 것이다.
나보다, 방울이 키키 지지보다, 훨씬 더 오래.

2011-2015 고무나무▶

2016-2018 고무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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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lien 2010.01.21 19: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Q84에 나오는 아오마메가 생각나네요~ 로즈마리가 엄청크게 자라났다는 사실이 놀라워요. 전 허브가 넘 어렵던데.. 고무나무들 넘이뻐요. 고양이두요~

    • Favicon of http://noyuna.tistory.com BlogIcon yuna 2010.01.21 20:42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그 소설 읽었는데요, 중간에 아오마메의 라이프스타일을 묘사한 부분에서 깜짝 놀랐어요. '하루키 이아저씨, 나를 모델로 소설을 쓴 거야?'하고. 흠...
      (-_-)
      (근데 거기서도 고무나무였던가요?)

  2. yunsoo 2010.01.22 20: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던힐 탑 생각나 ㅎ
    고무나무 화분 옆에 키우던 달팽이랑...
    암사 빌라 방에 방울이 키키 처음 데려왔던 날이랑 그 방에 이사하고 얼마 안돼서 언니 생일날 그 방에 모여서 케잌에 초켜고 불었던거, 그리고 그 근처 해물탕집에서 옥형이랑 윤경이랑 찬수 다 모여서 해물탕 먹었지.
    고무나무가 비쩍 말랐던거랑... 언니가 고양이들이 하도 건드려서 화초 키우기 힘들다고 했던거랑... 기억나네.
    고무나무가 이렇게 살아나다니!!!!
    돌아보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네 :)

    • Favicon of http://noyuna.tistory.com BlogIcon yuna 2010.02.05 20: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너의 기억력이 무릇 누룽게이 다음으로 출중하구나 :=0
      나중에 내 혹시 자서전을 쓰게 되면 너와 누룽게이를 데려다 앉혀놓고 자문을 구하겠노라.

  3. 누룽게이 2010.01.26 10: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게.. 많은 일이 있었네.
    나도 치자나무 키울 때 어느 날 치자나무의 일대기를 블로깅했었지.
    그나저나 이 글의 태그가 '농사'라니.. ㅋㅋ 너무 웃겨.

    • Favicon of http://noyuna.tistory.com BlogIcon yuna 2010.02.05 20:10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랬어? 내가 너의 블로그 글은 빼놓지 않고 다 읽었는데 생각이 안나네. 역시 내 머리는 깔대기야.
      (고무나무 하나 분양해줄까?)

  4. 인도코끼리 2010.02.03 13: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담배탑 앞에서도 잘 자라는 걸 보면 역시 담배가 그렇게 해롭지는 않은가봐요.

  5. whynot 2010.02.09 09: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농사를 잘 지으시는군요.
    꼼꼼한 기록도 멋집니다^^
    뒤에 쌓인 던힐을 보면서
    범접할 수 없는
    어떤 포스가 느껴집니다.
    가끔 놀러올게요ㅋ

  6. Favicon of http://blog.naver.com/sadkaa BlogIcon kaa 2010.02.09 14: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릴 때 베란다에 고무나무랑 동백나무가 한 그루씩 있었는데, 아빠가 항상 고무나무를 응시하면서 담배를 태우셨던 기억이 나요. 그 모습이 처연하기도 하고 그랬는데 어느 날은 아빠가 저를 부르더니 "고무나무 큰 거 봐라"하시며 웃으시는데 행복했던 것 같아요. 저희 아빠 얼굴에서 웃음을 보는 건 정말 흔치 않은 일이었거든요.

    여튼 농사 잘 지으셨어요. 고무나무들이 너무 예뻐요!

    • Favicon of http://noyuna.tistory.com BlogIcon yuna 2010.02.11 02:05  댓글주소  수정/삭제

      좋은 기억이네요.
      저도 그런 기억이 있었나 생각하다가 애꿎은 기억이 하나 떠올랐는데요.
      ...
      아주아주아주 어렸을 때 아빠가 (아마 처음으로) 요리를 해줬어요. 라면이었는데요. 아빠는 매운 걸 좋아해서 라면에 고추장을 좀 넣었어요. 사실은 '좀'이 아니라 '왕창' 넣었어요. 그래서 우린 아무도 못먹고 라면은 퉁퉁 불어터지고. 그래서 마당에 있던 주인집 개를 줬는데 그 개도 못먹고 고개를 돌렸던 기억이;
      하하하하하하하하
      (아빠가 이거 보면 안되는데)

    • yunsoo 2010.02.13 12:17  댓글주소  수정/삭제

      푸하하하하하!
      너무 애꿎은 기억이네 미쳐 증말 ㅋㅋㅋ
      ㅋㅋㅋ 아빠가 떡볶이는 가끔 해줬는데 난 그걸 항상 끝까지 먹은 기억이 나는데? ㅋㅋ
      (지금 생각해보니까 어릴때 매운걸 많이 먹어서 키가 더 안 크지 않았을까 싶어)

    • yunsoo 2010.02.13 12:23  댓글주소  수정/삭제

      '개도 안 먹을'??? ㅋㅋㅋㅋ
      아놔 개가 고개를 돌리다니 너무 슬퍼 ㅠ.ㅠ

    • Favicon of http://noyuna.tistory.com BlogIcon yuna 2010.02.15 16: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매운 걸 많이 먹는 거랑 키랑 무슨 상관임?
      애꿎어.
      애꿎은 논리야.
      난 떡볶이도 너무 매웠어. 하지만 아빠가 처음 끓인 그 라면에 비하면 그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