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 초여름이다. 춘천에 가서 옮겨심은 고무나무에서 새 잎들이 났고, 큰 선인장 옆에 비집고 나온 새끼 선인장들을 옮겨심었는데, 다들 어찌나 잘 자라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잎사귀에 기름이라도 발라놓은 듯이 연한 초록색으로 반짝반짝거린다.

  • 오전 휴가를 내고 느지막히 일어나 집을 나섰다.
    두꺼운 양말과 푹신한 운동화를 신고서, 비오는 선릉 옆길을 걸어서 회사에 왔다. 선릉의 나무 줄기들은 비를 흠뻑 맞고 검게 빛나고 있었고, 흙냄새랑 풀냄새가 섞인 기분좋은 향내가 났다.

    나는 비가 오는 날이 좋다. 비오는 날이면 세상도, 사람들도, 나무도 무슨 마법에 걸린 것처럼 달라진다. 게다가 나무가 많은 숲이란 얼마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지... 거대한 빌딩숲 사이에 이렇게 오래된 나무들과 풀들이 남아있다는 것은 정말 다행이다. 누군가의 묘지이긴 하지만.. 말이다.

    게다가, 나무들에 둘러싸여있을때는, 내가 마치 착하고 좋은 사람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O
    평생동안 이런 행복을 계속 누릴 수 있을 거라는 착각까지도 잠깐 들었다. 롤러코스터처럼 심하게 내려갔다올라갔다 하면서 살아야 하는거.. 알지만, 지금은 그냥 이런 기분을 즐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