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2024-07-23 12:51 2024년 7월 22일 밤 11시 48분 버디가 떠났다. 일을 잔뜩 싸서 퇴근했는데… 죽어가는 내 친구를 옆에 두고 일을 할 수 없었다. 노땡과 둘이 버디 곁에서 마지막을 지켰다. 버디는 평화롭게 떠났다. 지지가 떠나기 전 연휴에… 죽어가는 지지 옆에서 하루종일 일을 했었다. 지금 생각하니 미안하고 후회가 된다.
#kitten_birdie

2024-07-23 16:28 버디는 루시의 네 자식 중 하나로 태어났다. 다른 형제들은 한살이 되기 전에 입양을 갔고 (다 이뻤지만) 그나마 제일 못생겼던 버디는 이후 16년을 외동딸로 엄마 옆에서 어리광부리고 보호받으며 공주처럼 자랐다. 엄마가 떠나고 지금까지 2년 동안도 어디 한 군데 다치거나 아픈 적 없이 두 집사의 귀염을 독차지하며 살아왔다.

궁뎅이 근처에 손이 닿기만 해도 뒷다리와 발가락 끝까지 꼿꼿이 세우며 궁뎅이를 하늘로 치켜올리던, 신나면 온몸으로 돌진해와 머리를 쿵 박고 셀프 쓰다듬을 하던 버디 특유의 생기. 그러면서도 너무 오래 궁디팡팡을 하거나 갑작스럽게 꼬리를 만지거나 하면 거침없이 발톱을 세워 내 손에 구멍을 내던 새침함. 눈이 마주치면 꼭 ‘애앵’하며 아는 척을 하고, 조용히 다가가 몸을 살짝 붙이면 자기도 살짝 힘을 주어 밀면서 호응해주던, 타고난(아마도 루시에게서 물려받았을) 다정함.

지지가 내 손길을 거부하고 숨숨집 안에서 조용히 숨을 거둔 것과는 달리 버디는 떠나기 며칠 전에도 힘없이 누워있다가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벌떡 일어나 비척거리며 자기가 좋아하는 집안 여기저기로 몸을 옮겼고, 어제밤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도 집사들이 다른 일을 하거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거나 옆에서 잠들지 못하도록 찡얼대거나 호령을 했다.

버디는 그런 고양이였다.
버디는 루시가 뿌린 다정함의 씨앗이었고, 꽃이었고, 그 꽃은 나와 노땡의 안에 남았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안에도 그 꽃의 흔적이 조금이라도 남았으면 좋겠다.

어제 숨을 거둔 버디 옆에서 잠깐 눈을 붙이고 아침에 출근을 해서 여태까지 어제 밤 못한 일을 정신없이 했다. 일 끝내고 화장실에 가니 그제야 눈물이 펑펑 났다. 어제와 오늘 머리 속에 오고 간 수많은 생각과 감정과 결심들은 당분간 그냥 덮어두려고 한다. 이제 해가 지기 전에 퇴근해서 노땡과 앞산 큰 나무 밑, 엄마 곁에 버디를 묻어주려고 한다.

2004년 9월 4일에 시작된 20년 간의 집사 생활이 막을 내렸다. 집에 고양이가 없다는 게 이상하고 허전하다. 많은 것을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이제 다시 집사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kitten_birdie

2024-07-23 20:22 우리 버디 잘 부탁해

신비한 기운이 넘치는 밤의 숲

2024-07-23 22:58 퇴근 후 서둘러 집에 돌아가 노땡과 함께 버디를 앞산 큰 나무 밑, 엄마 옆에 묻었다. 맥도날드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집에 왔고, 노땡은 담배를 피우고 들어온다고 해서 혼자 먼저 집에 들어왔다. 아무 생각 없이 현관문을 열었을 때, 20년 만에 고양이가 없는 집의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이제 이름을 부르고 제일 먼저 뛰어가 눈을 마주칠 존재가 없다는 사실이 너무 낯설고 황망했다. 모든 게 다르다.

며칠을 거의 못잤는데… 잠이 안오네.
집이 텅 빈 것 같고 세상이 텅 빈 것 같이 공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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