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2022-12-09 18:10 코로나 확진으로 8월 말에서 다시 네 달이 미뤄져 다음주 월요일 수술인데... 뒤늦게 고민중이다. 난소 제거는 BRCA2 때문에 의사들이 지난 몇년 동안 위험하다고 계속 권했던 거라 어쩔 수 없는데, 자궁 제거는 의사가 권한 건 아니고 이모 중에 자궁암 걸렸던 분도 있어서 난소 수술하는 김에 같이 해달라고 한 거라서... 자궁까지 적출하게 되면 수술도 더 커지고(배에 구멍 두개 더 뚫어야 함ㅜㅜ —> 수술 후 보니 하나만 뚫었음) 찾아보니 자궁 제거 후유증도 만만치 않은 거 같아서 꼭 해야하나 고민이 된다. 어떤 의사는 후유증이 전혀 없다고 하고 또 어떤 의사는 후유증이 많으니 절대 하지 말라고 하고ㅜㅜ. 수술한 사람들도 의견이 너무 엇갈리는데 도대체;;
혹시 자궁 적출술 하신 분 있으시면 상담 좀 해주실 수 있나요 플리즈ㅜㅜ.

1. 자궁 적출술의 득과 실에 대한 유튜브 영상들을 찾아보다가 7년 전 안젤리나 졸리의 난소난관절제술에 대해 보도한 jtbc 뉴스 영상을 보았다. 2013년 유방암 수술을 할 때 마침 2013년 초 안젤리나 졸리의 예방적 유방절제술에 대한 뉴욕타임즈 기사를 보고 유전자검사를 했고, 수술 며칠 전에 검사 결과에서 BRCA2 변이가 나와서 전절제를 선택했었다. 그녀는 2년 후 39세에 난소난관절제까지 했지만 나는 51세까지 버텼다. BRCA2는 위험도가 BRCA1보다 낮다.

지금도 그녀의 선택을 지지하고, 자신의 선택을 여러 사람에게 알렸던 것에 대해 고마워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건강 문제라도 정면으로 맞서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는 것이 힘인 것은 맞지만, 우리가 아는 것은 정말로 일부에 불과하고, 어떤 것이 옳고 어떤 것은 옳지 않은 결정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니, 옳고 그른 게 따로 있나, 그냥 살아가는 과정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정보를 모으고 그에 기반한 결정을 하는 것이다.

원문이 궁금해서 뉴욕타임즈 기사를 찾아보았다('Angelina Jolie Pitt: Diary of a Surgery').
유방 절제 수술 이후 RRSO를 망설이고 있다가 어느날 심상치 않은 몇가지 검사 결과를 듣고 난소난관 제거 수술을 결심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담하게(하지만 가슴이 쿵 하는 그 심정이 와닿는다ㅜㅜ) 이야기하고 있다. 수술 과정과 호르몬 패치, 그리고 자궁은 가족력이 없기 때문에 제거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어쩐지 부럽;;) 출산 전인 여성들을 위해서는 어떤 옵션이 있는지도 언급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말 :
"It is not easy to make these decisions. But it is possible to take control and tackle head-on any health issue. You can seek advice, learn about the options and make choices that are right for you. Knowledge is power."



2. 이 문구는 아산병원 산부인과 영상에서. 이건 아마 2013년 뉴욕타임즈 기고문에서 발췌한 것 같다.

3. 어떤 부분을 어떻게 절제하는 건지, 주변에는 어떤 장기가 있는지, 유튜브를 찾아보고 예전에 사두었던 의대생용 해부학 앱을 들여다보고 있다. 몸의 모든 부분이 그렇겠지만 자궁과 난소 역시 수많은 신경과 혈관과 림프와 인대로 몸의 다른 부분(골반)과 연결되어 있고 전체적으로 커다란 간막으로 둘러싸여 있다.

2022-12-11 16:12 지난 며칠 동안 비슷한 일을 겪은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지구 동료들은 블로그 글로, 유튜브 영상으로, 그리고 채팅으로, 전화로... 자신의, 환자의, 아는 사람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모두들 여러가지 일을 겪었다. 다들 나처럼 힘을 내어, 최선을 다해 이 삶을 살아가고 있고, 가능하면 다른 사람의 삶에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따뜻하고 평온해진 마음으로 천천히 2박3일 짐을 싼다. 다시 못올 사람처럼 이것저것 정리를 한다. 자궁까지 제거할지는 아직 결정 못했는데 어떻게 되겠지. 이러나 저러나 살아가는 데 별 차이는 없을 것이다.
이전에 암수술할 때는 전이됐을까봐 걱정이었는데 지금은 그냥… 상실감이 조금 든다. 어제 파일 정리를 하다가 이십년 전 쯤 써놓은 글을 읽었다. 이십년 전의 나는 ‘아이가 하나 있었으면 한다'고 썼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기억나지 않는다. 어느 우주에선가 나는 아이를 하나쯤 키우고 있을지도 모른다.
안녕. 아직 남아있을 나의 수많은 난자들아. 너희를 버리고 난 이제 앞으로 가🥹.
오랜만에 기쁘게 쉬려고 한다.

#warmbody #rrso #중년일기_yuna #BRCA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