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2022-04-02 21:35 2월 말, 몇년간 미뤄왔던 예방적 난소난관절제술(#RRSO)을 하려고 마음먹고 우연히 난소암 증상에 관한 기사를 보게 된 것을 시작으로, 병원 검사가 있기까지 보름 동안을 난소암에 대한 공포로 전전긍긍하며 보냈다. 3월 16일 아산병원에서의 CA 125와 초음파 결과는 정상이었고, 8월말에 예방적 난소난관 절제+자궁 절제 수술을 예약했다. 혹시 몰라서(#1) 추가로 CT 촬영을 했고 열흘이 지난 29일 아침 일찍 '자궁근종 있고 난소는 정상'이라고 문자가 왔다.

혹시 몰라서(#2) 그동안의 아산병원 산부인과 의무기록 자료를 챙겨서 엊그제 삼성서울병원에도 다녀왔다. 의사 소견은 비슷했고 지난 몇년간 겪은 하복부와 서혜부의 통증은 아마 자궁 선근증 때문일 거라는 얘기를 들었다. 난소난관 절제를 하게 되면 자궁이 축소되면서 선근증도 나아진다고. 예방적 절제일 경우 대기가 길어서 수술은 원래 10월 정도에나 가능한데 #BRCA2 유전자 덕분(?)에 8월 중순에 가능하다고 했고, 아산병원보다 많이 빠른 일정도 아니므로 유방암 수술을 비롯한 지금까지의 모든 기록이 있는 아산에서 수술을 받는 게 나을거라고 했다. 수술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혹시 피임약을 복용하는 도움이 될까 하고 물어봤다. 난소암에 대한 피임약 복용의 효과는 5년을 계속 먹었을 때 30% 정도 낮춰주는 식의 장기적인 거라서 수술 전에 몇달 먹는 게 그다지 도움이 되지는 않을 거라고.

아산병원에서 받은 CD를 보려고 ODD를 샀다. 인터넷을 여기저기 뒤져 기본적인 질식 초음파와 복부 CT 보는 방법을 알아냈고, 2013년부터의 의무기록과 초음파 기록, 각종 수치들을 엑셀로 정리했다. 의무기록지에 있었는데 의사들이 얘기해주지 않았던 난소 낭종(cyst)이나 난포 낭종(follicle)과 같은 게 뭘 의미하는지도 찾아봤다(어쩔 수 없이... 이게 나라는 사람이 불안을 잠재우거나 해소하는 방법이다. 불안의 원인에 대해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상황을 해결하지는 못한다 해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 난소 낭종은 난소가 제대로 기능하고 있을 때 생기는 거라는데 정말 호르몬 치료가 끝나고 생리 시작하면서부터 생겼더라. 선근증(adenomyosis)은 호르몬 문제로 자궁 벽이 두껍고 단단해지고 자궁이 커지는 것을 의미하는데 둘다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낮다고. CT 결과지에는 간, 췌장, 비장 등 하복부의 다른 장기들과 근골격계, 림프절 등이 정상이라는 언급도 나와있는데 난소에 대한 언급은 없었고, 어쨌든 결과 문자에는 난소가 정상이라고 왔다.

그렇게 한달이 갔다. 길고 긴 3월이었다. 암인지 아닌지는 8월 수술 후 조직검사에서 나오겠지만, 그리고 몸의 여러 증세들도 남아있지만 일단 심한 불안은 사라졌고, 그로 인해 생겼던 위통이나 불면도 거의 없어졌고, 무엇보다 2주 정도 쉬면서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다. 빠졌던 몸무게도 (하루에 프로틴 바를 4-5개씩 먹으면서) 서서히 돌아오고 있다. 회사는 다다음주부터 다시 출근할 예정이고(물론 프리랜서의 이 모든 '쉼'은 무급이기 때문에ㅜㅜ) 8월 수술 전까지 생활비와 수술비를 벌면서 몸 관리를 해야한다. 다음주는 어떻게 될지 몰라 미뤄왔던 백신 3차 접종과 피부과를 가야 하고 치과, 안과, 성형외과, 기타 등등은 시간이 되면 천천히 하려고 한다.

3월 한달 동안 너무나도 많은 것에 대해 너무나도 많은 생각을 했다. 그 중 많은 부분은 나의 본성에 관한 깨달음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것은 '모든 것은 변한다'는 무상의 진리. 이에 대해서도 한번 따로(인스타 글자수 제한이 있어서;;) 써보려고 한다.
#중년일기_yuna #BRCA2 #RRS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