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기록이예요. 모든 사람이 이렇지는 않을 겁니다.

D+8 갱년기 증상의 시작

2022-12-20 11:22 치실질을 하면서 욕실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보니 일주일 만에 십년은 늙은 것 같다. 그리고 알아차렸다. 더이상 늙는 것이 두렵지도 슬프지도 않다는 걸. 왜 그렇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두려움이 너무나 많은 사람이다. 타고난 두려움과 내가 쌓아온 두려움이 내 안에 거대한 덩어리로 얽혀있고 그것이 내 삶을 움직여왔다. 내 삶에서 할 일이 있다면 이 두려움을 하나하나 내려놓는 일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우리는 늙고 병들고 죽을 것이다. 이렇게 늙어가면 된다. 나는 아직 살아있고 이 삶을 잘 살아갈 것이다.

수술 후 딱 일주일 되는 날 폐경 증상인 열감과 땀이 시작되었다. 호르몬 치료를 받던 9년 전보다는 덜한데 앞으로는 어떨지 모르겠다. 그때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몸도 마음도 준비되어 있다. 우짜이 호흡을 하고, 일어나서 몸을 움직인다. 아직도 몸을 늘이면 배꼽 아래 절개 부위가 아프고 대장 안에서 소화물이 움직일 때 내시경하는 것처럼 아프고 땡긴다. 이게 장 유착 때문인지 수술 후 먹은 프로바이오틱스 폭발로 인해 장이 상한 건지 아직 모르겠다. 안다 해도 딱히 뭘 어쩔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지금은 잘 먹고 움직이고 기쁘게 한 해를 마무리하면 된다.

동지. 내일부터 삼일간 북반구의 가장 어두운 날들이 계속되고 25일 아침에 새로운 태양이 떠오른다고. 팥죽을 쑤어 먹고 새로운 태양을 맞을 준비를 하자.

장 유착 방지용 '붕어운동'

일요일부터 유튜브에서 본 붕어운동을 시작했다. ㅈㄴ힘듬. 3분 300회가 너무 힘들어서 120회하고 쉬고 100회하고 쉬고 다시 80회하고 끝. 집안에서 걷는 건 이젠 좀 지루해서 춤을 추며 걷다가 뛰다가 했다. ㅈㄴ힘든데 신남.

D+10 퇴원 후 지금까지의 몸 상태

2022-12-23 20:21 퇴원 후 이틀간은 집에서 걸었다. 병원에서는 10분 걷고 50분 쉬고 하루에 5번은 해야 한다고 했다. 10분 걸으면 1km가 조금 안되더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애플워치에서 'Workout > Indoor Walk'를 켜고 1km를 걷고, 밥을 먹고 또 1km를 걷고, 자다 일어나서 또 걸었다. 밖에 나가고 싶었지만 멀쩡하다가 갑자기 기운이 쭉 빠지고 어지럽곤 해서, 게다가 엄청난 한파가 계속 몰아쳐서 엄두를 내지 못했다. 수술 4일째 오전에 커피 한잔, 오후에 디카페인 반잔을 마셨는데 저녁에 갑자기 두통과 구역질이 나서 저녁도 못 먹고 뻗었다. 밤에 겨우 일어나 선물받은 음료수를 마시고 조금 나아져서 또 잤다.

D+4 방심했던 날

5일째에는 집 밖으로 나가 조금 걸었는데, 집에 들어와서 한참을 쉬어야 했다. 저녁이 되니까 또 어지럽고 구역질이 나서 타이레놀 한 알을 먹었다. 오래 앉아있거나 휴대폰을 5분 쯤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지럽고 구역질이 나서 책을 본다든가 글을 쓴다든가 하는 건 불가능했다.

D+5 나갔을 땐 좋았지만... 나중에 고생했다ㅜㅜ

6일째 한 소변 검사는 코로나 걸렸을 때 처럼 알칼리뇨였고, 체중은 500g 정도 줄었고, 열은 없었다. 8일째엔 손톱에 거스러미가 생겼다. 첫 배변부터 1-2일 정도 약간 묽었던 변은 며칠 지나 평상시의 상태로, 아니 평상시보다 약간 더 활발한 상태로 돌아갔다. 거스러미도, 배변 상태도 9년 전 암 수술 이후와 비슷했다. 하루하루 지나갈 수록 에너지가 조금씩 높아지는 게 느껴진다.

D+6 9년 전 유방암 수술 때도 이랬음

 

D+8

 

D+8

요가 & barre

병원에서 수술 다음날부터 많이 걸어야 한다고는 했지만 어디를 조심해야 하는지, 어디는 움직여도 되는지, 아니 어디를 중점적으로 움직여야 하는지 같은 건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수술 전 생각으로는 아무래도 복부에 구멍을 내거나 자르고 봉합하는 수술이라 코어를 사용하는 운동은 몇달 못할 줄 알았다. 수술 후 처음 걷기 시작했을 때도 절제나 봉합한 부분이 찢어질까봐 조심조심 걸었는데, 수술 삼일째인가 간호사에게 물어보니 움직인다고 배꼽이나 자궁의 봉합 부위가 찢어지거나 할 염려는 없으니 열심히 움직이라고 했다. 요가를 해도 되냐고 했더니(요가도 여러가진데... 우문이었다) 적어도 한달 후에 하라고.

내가 느끼기에 수술 후 4-5일 부터 대장에 찼던 가스를 제외하면 당장 가벼운 요가를 해도 될 정도로 몸은 별 문제가 없었다. 수술 2-3일째에 침대에서 레그 레이즈(leg raise)나 180도 스플릿 같은 걸 해봤는데 별 무리 없었고, 퇴원 후엔 대장에 가스가 차서 불편할 때 다운독 자세를 해봤는데 몸이 시원해졌다. 6일째는 마리챠사나C를 해봤는데 별 무리가 없었다. 장에 가스가 차지 않았다면 아마 그 전에도 가능했을 것 같다 아니, 오히려 장 유착 방지에 좋았을 것 같다. 하지만 수술 후 주의사항에 수술 후 6주 정도까지 무거운 물건을 드는 등의 복압을 높이는 일은 하지 말라고 되어 있는 걸 보면, 복부를 많이 누르는 마리챠사나D나 몸을 들어올리는 빈야사 같은 동작들은 무리가 있을 거 같다(겁나서 안해봄...). 팔을 높이 올리거나 상체를 뒤로 젖히는 후굴도 배꼽 아래 봉합 부위가 찢어질 듯이 당기기 때문에 불가능했다.

오늘은 수술 후 10일째. 마침 문 데이(moon day), 그것도 일년 중 밤이 가장 긴 동지의 new moon이라 쉬고, 내일부터 조금씩 요가나 발레 barre를 해볼까 생각 중이다. 그러고 보니 9년 전 유방암 수술했을 때도 딱 열흘 후부터 barre를 다시 시작했었네. 아랫배 가운데 부분의 내시경할 때 같은 심한 통증과 왼쪽 하복부의 통증 혹은 당기는 느낌은 계속 남아있는데, 조금씩 가벼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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