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기록이예요. 모든 사람이 이렇지는 않을 겁니다..

수술 D+0

2022-12-12 10:41 수술 전

2022-12-13 17:11 마취 깬 후

수술 D+2

2022-12-14 17:47 수술은 잘 됐고 2박3일 입원 후 정오쯤 퇴원했다.
다른 때 같으면 실시간 기록을 올렸을텐데🌝 수술 전엔 마음을 정하지 못해서, 그리고 마취 깨고 나서는 너무 아프고 힘이 없어서 기록을 하지 못했다. 2박3일 동안 자고 먹고 오줌누고 체온 혈압 재고의 반복. 그래도 집에 와서 몇시간 자고 나니 좀 살 것 같다. 수술 기록은 나중에 기억을 더듬어서 자세히 올려놓을 생각이다. 나랑 비슷한 상황에 놓인 지구 동료들이 참고할 수 있게😊.

1. 오늘 아침에 잠이 다 안깨서 비몽사몽인데 간호사가 와서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옆 침대 환자에게
“장ㅇㅇ님 방ㅇㅇ 나왔어요?”
그러니까 옆 환자가 자신 있게 나왔다고 대답을 하는 거였다.
‘방ㅇㅇ가 뭐지? 이 방에 머물렀다는 증명서 같은 건가?’하는데 나한테도 물어본다.
“노ㅇㅇ님, 방ㅇㅇ 나왔어요?”
“네? 아… 그게 뭐예요?”
“방귀요. 가스…”
방구를 진짜 ‘방귀’라고 하는 사람이 있구나…
😳.
조금 나왔다고 대답했다. 아주 조금…🥹.
아직도 배가 빵빵함.

2. 집에 와서 너무 힘들어서 자다가, 많이 걸어야 장 유착이 안생기고 회복도 빠르다는 말이 생각나서 벌떡 일어나 집안을 막 걸어다녔다. 걸을 때마다 배꼽 아래 수술 부위가 땡기고 복강에 찬 가스 때문에 여기저기가 아프고 힘들다. 문득 오후마다 아파트 마당을 빙빙 도는 아주머니들 생각이 난다. 집 주변에 산이나 산책로 좋은 데가 많은데 왜 답답하게 이 마당을 저렇게 열심히 뺑뺑 도나 의아했었다.
내가 겪어보니 알겠다. 힘들거나 오줌 마려우면 바로 집에 들어갈 수 있어야 하니까🥹. 집안을 걷다가 답답해서 옷을 입고 산책을 나갈까 생각했는데… 집에서 멀리 떨어졌을 때 힘들면 어쩌나 하고 엄두가 안나더라. 세상엔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게 참 많겠구나 싶었다. 청소년기나 장년기까지는 내가 살아가기 위한 지식을 습득하는 시간이고(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현재의 인류는 아마 초등학교 쯤 다 습득할 수도 있을 듯) 그 이후는 아마도 이런저런 삶의 부침을 겪으며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법을,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 아닐까 생각했다.
큰 수술은 아니었지만 염려해준 지구 동료들 고맙습니다.
건실한 셀프 간호. 인제 야채수프를 끓입니다…

수술 D+3

2022-12-15 22:08 내 글의 타겟 오디언스인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지구 동료들’을 위해 회복의 기록을 상세히 남겨보려고 한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에 단편적으로 올리는 글들을 나중에 한눈에 훑어볼 수 있는 하나 혹은 여러개의 포스트로 취합해 블로그에 올려놓곤 한다. 수술 전 준비나 과정, 수술 후의 주의사항 같은 것들은 병원 홈페이지나 유튜브, 인쇄물에 글과 동영상으로 아주 자세히 나오지만 다양한 개인의 몸의 반응이나 회복 과정은 개인의 입을 통해 들을 수 밖에 없다. 그 중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다면 앞서 간 사람의 기록이 참고나 위안이 될 것이다. 나도 그렇게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았다.
이것은 수술 직후부터 며칠간의 기록이다.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기록이라 모든 사람이 이렇지는 않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인용할 때는 출처를 같이 이야기했다.

수술 부위의 통증

두시간 남짓 걸린 수술 후 마취에서 깨어났을 때 정말이지 지옥같은 고통을 경험했다. 9년 전 8시간이나 걸린 유방암 수술에서 깨어났을 때도 이정도는 아니었다. 그때는 암 진단을 받은 상태였고, 더 큰 절개를 하고 더 큰 부분을 잘라냈지만 몸에 영향을 크게 주는 장기가 아니었고 다른 장기와도 상관이 없는 수술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아마 다 지난 일이기 때문에 덜 힘들었던 것처럼 느끼는 거겠지. 그리고 지금 보다 훨씬 젊었었다. 이런 가정이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만약 십년쯤 후의 내가 암에 걸려 이번보다 더 침습적인 수술을 받게 된다면 얼마나 더 힘들지…

배꼽 아래 큰 밴드가 하나 붙어있었다. 구멍을 3군데 뚫는 줄 알았는데 의느님께서 하나만 뚫고 깨끗하게 절개를 마치셨다고 한다(감사합니다). 암으로 인한 절제가 아니라 예방적 절제일 경우 주변 조직이나 림프절에 영향 없이 난소와 난관, 자궁 상부를 잘라내기 때문에 수술 시간도 빠르고 몸에 영향이 적다고 간호사가 말했다(수술하던 날 아침 간호사에게서 이 설명을 듣고 자궁 절제까지 할 결심을 했다). 이곳은 진통제 때문인지 다른 데가 너무 아파서인지 수술 직후엔 통증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자궁을 잘라내고 봉합한 아랫배 부위는 뭉근하고 기분 나쁜 엄청난 생리통 같은 통증이 계속됐다.스스로 육체적 고통에 대한 내성이 꽤나 높다고 생각해왔는데 그건 어떤 종류의 고통에 국한된 얘기였다. 마취 가스로 인한 구역질은 전날 소주 다섯병 쯤 마신 것 같았고, 거기에 자가통증 조절 장치에서 나오는 마약성 진통제가 들어가자마자 더 심한 구역질이 나서 링거를 통해 다른 진통제를 맞아야 했다. 몇번이나 간호사 호출 버튼을 눌러서 진통제를 더 달라고 했다.

마취 가스와 이산화탄소로 인한 통증

게다가 복강에 남아있는 이산화탄소 때문에 배가 빵빵하고 움직일 때마다 온 몸이 아프고 불편했다. 유방암 수술 때문에 양 팔의 혈관을 보호해야 해서 다리에 주사관을 연결했는데 무릎을 구부리면 수액이 들어가지 않아서 한쪽 다리를 계속 펴고 있어야만 했다. 허리도 점점 아파왔다. 밤새 한 잠도 못자고 뒤척였다. 수술 며칠 전에 산 도법스님의 <신심명 강의>를 이어폰을 끼고 들었고, 나쁜 생각이 들 때마다 광명진언을 외웠다. 그저 시간이 가기만을 바랬다.

수술 전후로 간호사들이 ‘가스가 빠져야 하니 첫날은 심호흡을 계속 하세요. 다음날부터는 무조건 움직이고 많이 걸어야 합니다’라고 계속 얘기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가스는 아마 두가지인 거 같다. 전자는 호흡기를 통해 들어간 마취 가스로 수술 후 마취에서 깨면 바로 심호흡을 시작해 최대한 빨리 많이 뱉어내는 게 좋다고. 통증 때문에 숨 쉬기 조차 힘들었는데 요가하면서 배운 우짜이 호흡(갈비뼈를 여닫아 횡경막을 움직이는 호흡)을 하니 조금 나았다. 후자는 복강경 수술에서 시야 확보를 위해 복강에 주입하는 이산화탄소로 수술 2-3일간 저절로 흡수된다고 한다(아산병원 홈페이지에서). 돌아누울 때 가스가 뱃속에서 위쪽으로 이동하는 게 느껴졌고, 누워있을 때는 그나마 나았다가 일어나서 걷거나 움직이면 가스가 위로 이동해서인지 쇄골 아래나 갈비뼈 아래 같이 뼈와 맞닿은 부분들이 아팠다. 트림이나 재채기가 나면 저절로 비명이 나왔다. 회진 때 의사에게 물어보니 어쩔 수 없는 통증이고 진통제로 조절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지금 생각하니… 배꼽 꿰매기 전에 복부 가스를 빼주면 안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왜 그… 이불 압축팩처럼…🌝.)

프로바이오틱스 부작용

식욕이 별로 없었지만 수술 후 변비로 고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서 그 와중에 병원 밥이 나올 때마다 최선을 다해 먹었다(나중에 후회함ㅜㅜ). 수술 다음날부터 시키는 대로 열심히 걸어서(뭐든 열심히 하는 타입…) 오후에 방귀가 조금 나왔고, 퇴원하는 날인 이틀째 아침에는 조금 더 나왔다. 속이 좀 편해져서 이제 회복하는 건가 했는데 이상하게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가스가 차고 오래 서있으면 고관절이 아파왔다. 퇴원을 하고 집에서 점심과 저녁을 먹고 병원에서 준 약을 먹었는데 배는 점점 더 빵빵해졌다. 수술 후 복강의 가스 때문에 아팠던 것과는 좀 다르고 대장내시경 물약 먹은 후 배가 터질 것처럼 아팠을 때와 비슷했다. 올해 3월 프로바이오틱스 일주일 먹고 장 폭발했을 때와도 비슷했다. 복강에 가스가 찬 게 아니라 장 내에 가스가 찬 거였다. 뭔가 림프절 같은 게 눌리는 건지 고관절부터 발목, 손목, 무릎과 팔꿈치 등등 온 몸의 관절이 다 아팠다. 수술 후 열심히 먹은 음식들이 변이 돼서 나와줘야 하는데 가스 때문에 배에 힘을 줘도 나오질 않았다. 매일매일 쾌변을 자랑하던 내겐 너무 낯선 변비의 곳통 체험ㅜㅜ.

병원에서 준 약에 프로바이오틱스가 들어있었다는 게 생각난 건 집에 와서 저녁 약까지 먹은 직후였다. 약 상담할 때 변비 예방을 위해 프로바이오틱스를 준다길래 ‘저는 그거 먹으면 가스 엄청 나오는데요’ 했더니 프로바이오틱스도 종류가 여러가지라길래 ‘그럼 한번 먹어보죠’ 했다.
실험은 이럴 때 하는 게 아니다…🥹
그 다음날인 수술 3일째 아침부터 프로바이오틱스를 끊었고, 정오 쯤에 약간의 딱딱한 변을 보았고, 저녁때 쯤엔 가스가 많이 가라앉았다. 하지만 뭔가를 먹을 때마다 계속 구역질이 나고 머리가 아프다. 그래도 먹을 수 있는 데까지 열심히 먹고 또 먹고 있다.

빈뇨, 혈뇨, 미열과 두통

2인실의 옆자리는 나처럼 유방암 (재발) 전적+brca2 유전자를 보유한 58세의 여인이었는데 난소와 난관만 절제하고 자궁은 그냥 두었다고 했다(하지만 그녀의 가족력엔 자궁암이 없었고 나의 엄청난 가족력에는 물론 자궁암도 있다). 그녀는 소변줄도 끼우지 않았고 당연히 하복부의 통증이나 미열도 없었고 이틀째 가스가 거의 나왔다고 했다. 나는 가스 때문인지 소변줄을 꽂았던 후유증인지 소변도 잘 안나오고 소변에 피가 섞여 나왔다. 간호사가 담당 의사에게 물어봤는데 계속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37.5도 정도의 미열과 두통도 이틀 내내 있어서 뭔가 잘못된 건 아닌가, 괜히 자궁까지 절제했나 하고 전전긍긍했다. 병원 지침에 따라 코로나 PCR 검사를 했는데 음성이었고, 이틀째 밤에 해열진통제를 맞고 다음날 아침에 열이 내렸다. 소변의 피는 방광이 아니라 질에서 떨어진 정상적인 분비물이라고 나중에 간호사에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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