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기록이예요. 모든 사람이 이렇지는 않을 겁니다..

D+4 첫 배변

2022-12-16 08:33 새벽 네시 반에 배가 너무 아파서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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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속에서 딱딱하고 거대한 덩어리가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어제 나오려다 실패한 그분이다. 엄청난 사투 끝에 새벽 6시 반 쯤 포기하고 일어섰는데 다시 배가 너무 아파서 변기에 앉아 이리저리 몸을 뒤틀다가 마리챠사나A 자세처럼 오른쪽 다리를 구부려 몸 쪽으로 붙이는 순간 한번에 나왔다. 끝 부분을 막고 있던 6-7cm 정도의 색깔이 더 짙고 굵은 덩어리가 아마 수술 전에 먹은 음식인 듯. 약냄새가 났다. 장으로 흡수된 마취가스일까? 지독한 숙취처럼 구역질나고 아팠던 게 시원해졌다.

지지가 옆에서 보더니 옆에 있던 고양이 변기 위에 올라가 똥을 눴다. 둘이 똥 세리모니를 했다(뒷베란다 문 열고 쓰레기통 비닐을 핥은 다음에 아아 추워!하면서 들어와서 온 집안을 한바퀴 뛰는 거). 어제 몸무게를 쟀을 때 변함이 없길래 다행이다 했는데 순산(…) 후 다시 재보니 거의 1kg이 줄었다. 그게 다 ㄸ이었단 말인가😳.

D+4

이후 이산화탄소로 인한 쇄골과 갈비뼈 아래의 통증은 없어졌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오른쪽 등의 능형근부터 목까지가 너무 아팠다. 주치의 선생님이 복강의 가스로 인한 통증은 쇄골 아래에서 나중에 등으로 넘어간다더니 정확히 그랬다. 능형근은 수술 전에도 조금 아팠는데 이 통증은 그것의 3.5배 정도…? 새벽에 화장실에서 장이 비워졌지만 아침과 점심을 먹으면서 다시 배가 부르고 가스가 좀 찼고 12시간 후인 저녁 6시쯤 2차 순산(…)을 한 후 이 통증들은 점차 사라졌다(수술 4일째). 자궁 봉합 부위인 아랫배의 생리통 같은 통증은 마지막 진통제를 먹은 날 밤인 5일째 밤에 다시 조금 나타났다가 다음날부터 완전히 없어졌다. 그날 밤에는 배꼽 아래 봉합 부위가 가렵기 시작했다.

D+6 계속되는 대장의 통증

2022-12-18 19:05 수술 직후부터 계속 배가 빵빵하고 수술 부위와 상관 없는 아랫배 약간 왼쪽의 대장이 계속 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엔 변을 못봐서 그런가 했는데 아니었다. 수술 4일째 제대로 된 배변을 한 뒤로도 가스가 약간 차거나 똥마려울 때 아랫배 가운데나 오른쪽이 마치 내시경이라도 지나가는 것처럼 아프고, 몸을 늘리거나 뒤틀 때 당겼다. 배변 직후에도 그 느낌은 계속 남아있었다. 아파서 새벽에 잠이 깬 적도 있다. 봉합한 자궁경부와 장이 유착된 거 아닐까, 벌써 다 붙어서 안떨어지는 건 아닐까, 앞으로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나, 여러가지 나쁜 생각이 들었다. 수술 전후 간호사들이 장 유착에 대해 언급하며 자꾸 걸으라고 하긴 했는데 자세한 이야기는 해주지 않았다.

장 유착 & 유착 방지제에 관한 유튜브 영상들

장 유착에 대해 검색하다가 두가지 도움이 될 만한 영상을 찾았다(영상 1, 영상 2). 첫번째 영상 보고 지금 트위스트를 추고 있;; 나와 같은 복강경 수술이 아니라 제왕절개를 비롯한 어떤 개복 수술이라도 장 유착이 생길 수 있으며, 이는 수술 이후의 삶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릴 수 있고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좀더 일찍 봤더라면 나도 좀더 일찍 트위스트를 췄을텐데! 이미 늦은 건 아니겠지ㅜㅜ. 우리 삶에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우리 지구 동료들 꼭 알아두길!

유착 방지제에 대해 나온 이 영상을 보다가, 수술 후 유착 걱정돼서 간호사에게 물어보니 ‘의사선생님이 유착방지제를 사용하셨을텐데요’ 했던 게 생각나서 (혹시나 하고 받아온) 진료비 세부산정내역서를 뒤져보니 있더라(뭔지 몰라서 약 이름 다 검색해봤는데 맨 뒷장에 나옴). 영상에 나온 제품은 붙이는 형태의 ’인터씨드’ 혹은 ‘인터가드’나 도포하는 형태인데 나는 ‘메디커튼’이라는 주사형(도포형) 제품을 쓰신 듯. 유튜브 영상의 설명으로는 4-6주 정도 지나면 저절로 없어지고 유착 방지 효과는 70-90% 정도이며 의료보험이 어느정도 적용된다고. 세부산정내역서 보니 10만원 쯤 하는데 자기부담금은 8만원 정도이다.

진료비 세부산정내역서(일부)

위의 여러 동영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대충 이렇다:
1. 수술 전 의사에게 유착방지제를 사용하는지 확인하고 해달라고 하기. 붙이는 유형, 도포형, 스프레이형 등이 있음(수술 전 유착방지 주사도 있다고 들음)
2. 수술 후 많이 걷기. 그냥 걷는 건 줄 알았는데 몸을 흔들고 약간씩 털듯이 뛰어주는 것도 좋다고(이런 거 아닐까;;;). 수술 후 1년은 많이 걸어야 한다고 함
3. 유착이 생겼을 때는ㅜㅜ 과식하지 말고 긴 야채(콩나물 등) 먹지 말 것. 근본적인 해결법은 수술인데 이 수술 역시 개복 수술이므로 또다른 유착을 불러올 수 있어 아주 심각한 경우가 아니면 수술하지 않는 듯.

* 추가 : 여기 보면 단일공 복강경으로 담낭 제거술 이후 대장 유착 얘긴데 수술 후 6-8주 동안 유착이 심하다가 서서히 없어진다고. 또 이 동영상에서는 수술 후 2주에서 1달 정도에 유착이 가장 많이 일어난다고 함. 이 분은 간 전문의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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