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2022-07-09 09:33 방울이가 갔다.
새벽에 병원에서 전화가 왔을 때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았다. 택시를 타고 가는 도중에 호흡 정지와 심정지로 갔다는 전화를 받았고, 병원에 도착해 이미 몸이 굳기 시작한 방울이를 데리고 집에 왔다.

흉수가 찬 상황은 안좋았지만 어제 2차병원으로 가는 차 안에서 방울인 울면서도 그릉그릉을 했다. 내가 옆에만 있어도 그릉그릉을 하는 아이였다. 이제 집에 가는 줄 알고 좋았는지 특유의 응석이 섞인 야옹 소리를 냈다.
응급실에 들여보내면서 제대로 방울이 얼굴을 못봐서 흉수천자를 하기 전에 한번 보게 해달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일찍 시작하는 바람에 못봤고, 끝나고 유리방 안에 있는 걸 멀리 문간에서만 봤다. 더 흥분할지도 모른다고 가까이 가지 못하게 했다. 그렇지 않았을텐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종일 검사를 했다. 기다리는 나도 힘들었는데 방울인 낯선 곳에서 오죽 겁나고 힘들었을까.
저녁에 검사가 끝나고 집에 데려왔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든다. 며칠 못살았어도, 집에서 보냈으면 좋았을걸. 이렇게 갈 줄은 정말 몰랐다.

방울아 힘들게 해서 내가 너무 미안해ㅜㅜ.
낯선곳에 너만 두고 나혼자 집에 와서 잤어.
네게 설명도 제대로 못하고,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널 보내서 너무 안타까워.

바보같은 내게 항상 너그러웠던 나의 방울이.
세상에서 제일 멋진 나의 첫 고양이.
내 곁에 와줘서 고맙고,
열두살때 많이 아팠을 때 내 곁에 더 오래 있어달라는 부탁 들어줘서 고마워.
네가 최선을 다한 걸 알아.
많이 사랑했다. 나의 왕자님.
#kitten_belle

어제 저녁 입원시키고 나오기 전에 내일 다시 온다고, 걱정말고 있으라고 인사라도 하고 나왔으면 좋았을걸 하고… 아니 그냥 눈이라도 마주치고 나왔으면 좋았을걸 하고 후회를 한다. 밤 사이 갈 수도 있다는 걸 알았더라면… 검사 결과도 많이 나쁘지 않았고 의사는 상태가 좋아졌다고 했는데 혹시 내가 자기를 버리고 간 줄 알고 낙심해서 죽은 건 아닌가 싶어서…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아. 내가 언제 올지도 모르고 힘들게 혼자 갔을걸 생각하니 너무 미안하고 후회가 된다.

2022-07-09 18:19

2022-07-09 2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