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2021-12-07 18:45 잘못하면 어둡고 긴 굴에 빠져서 영영 못나올 것 같은 무서운 생각이 종종 든다. 최선을 다해서 할 수 있는 걸 하고 있다.
사는 데까지 살아야지 우리.
#kitten_zizi
#아무도묻지않았는데열심히보고한다

2021-12-15 12:30 #kitten_zizi

2021-12-17 09:40 오늘은 지지 유선종양 전절제 수술하는 날이다. 지지 걱정에, 직장 쪽의 통증이 또 시작되어서 암이 또 걸린 건가 걱정에, 이래저래 한숨도 못잤다. 루시는 항생제를 먹여서 혈뇨는 멈췄는데 밥을 먹지 않고, 버디도 덩달아 밥을 먹지 않고 있다. 나는 아무 의욕도 없다.
2021-12-17 16:41 지지 수술하러 들어간다는 전화를 받고 무작정 집을 나와 혼자 걸었다. 그리고 수술이 끝났다는 전화를 받고 집에 들어왔다. 너무 추웠다. 우리 지지 많이 아플텐데 잘 이겨내길. 모든 게 내 어리석은 두려움과 욕심 때문이다.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근데 달리 어떻게 했어야할지 지금도 나는 모르겠다.

2021-12-18 10:03 아침 먹고 지지 면회가려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차로는 30분 걸렸는데 버스로는 한시간이 넘게 걸린다. 아침에 얼굴 한번 보고 주변에서 일하다가 저녁에 한번 더 보고 집에 오려고 한다. 별일 없다면 퇴원은 내일 저녁. 조금 전에 병원에서 카톡으로 사진과 상태를 보내줬는데 야간에 소변은 보았고 아침은 먹지 않았다고 한다. 지지는 이전에도 중성화와 두번의 발치, 그리고 얼마전 유선종양 부분적출까지 몇번의 수술을 했는데, 그때마다 이틀 정도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지지가 밥을 먹지 않을 때마다 내 속도 타들어갔다. 이번은 더 큰 수술이니 얼마나 이 상태가 지속될지… 마음을 굳게 먹고 아침을 든든히 먹고 두꺼운 패딩을 입고 나왔다.

병원에서 카톡으로 보내준 사진

2021-12-18 11:26 삼십분 넘게 기다리고 있는데ㅜㅜ 지지 얼굴만 보고 가려는데 무슨 일인지 계속 기다리라고 해서 너무 걱정이 된다. 처치 중이라는데 드레싱을 했어도 몇번은 했을 거 같은데ㅜㅜ
세상의 모든 걱정이 나한테 있는 것 같은 느낌이ㅜㅜ

2021-12-18 14:34 병원 도착해서 면회 왔다고 했는데 한시간 가까이 기다리라고 해서 도대체 무슨 일인가, 애가 의식이 없거나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하고 또 노심초사하고 질질 짜고ㅜㅜ. 알고 보니 붕대 때문에 지지가 꼼짝을 못하고 얼어 있어서 오줌을 그대로 지렸고(근데 어차피 저 안에서는 그대로 오줌을 지릴 수 밖에 없지 않나...) 그걸 씻기고 말리고 하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지지가 너무 예민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라(스탭들도 힘들고;;) 내일까지 병원에 있는 것보다 오늘 집에 데려가는 게 낫겠다고 하셔서 그러기로 했다. 밥을 계속 안먹어서 저녁에 데리러 갈테니 영양수액 놓아달라고 했다. 가보니 온몸이 얼음처럼 굳어있다가 그나마 내 목소리 듣더니 눈을 껌뻑이더라.

2021-12-18 17:29 눈발을 뚫고 지지를 데리고 집에 왔다. 수술한 배 부위는 꼬리 쪽 부터 겨드랑이 아래까지 마치 지퍼달린 옷을 입은 것처럼 스테이플러로 촘촘히 봉합되어 있다. 수술 부위는 훨씬 큰데 그래도 하루 지나서인지 지난번 수술하고 그날 저녁 데려왔을 때보다 상태가 나아보인다. 걷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케이지에서 나오자마자 집을 한바퀴 돌고 의자 밑 따뜻하고 어두운 구석으로 들어가서 누웠다.
아까 병원에 데리러 갔을 때 내게 눈을 꿈뻑인 걸 본 거 같은데 그냥 느낌일 뿐인지도;
#kitten_zizi

2021-12-21 10:07 루시는 방광염으로 일주일 동안 항생제를 먹었고, 항생제를 먹는 동안은 괜찮았는데 어제 아침 이후 약을 끊자 오늘 아침 다시 피오줌을 지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항생제 때문에 설사도. 아침 내내 쩔쩔매며 화장실을 왔다갔다하고 있다.

지지는 어제도 하루종일 굶었고, 퇴근 후 참치캔을 손가락에 묻혀서 주니 할짝할짝 먹길래 손바닥에 덩어리를 조금씩 덜어서 꽤 먹였다. 아침에 락토페린을 섞은 츄르를 먹었고, 항생제+소염제 약을 먹었고, 지위픽 고등어 캔을 줬는데 안먹는 척 하다가 내가 돌아선 사이에 먹었다. 지지는 평소에 뒷베란다로 통하는 문 앞에 앉아있다가 내가 쓰레기를 버리려고 문을 열면 그 틈을 타 밖으로 뛰쳐나가 쓰레기봉투 비닐을 핥는 게 낙인데, 수술 후 며칠간 그것도 못하고 누워만 있었다. 오늘 아침 드디어 베란다 문 앞에 나타나더니 문을 열자마자 뛰어나갔다! 너무 추워서인지 자기가 왜 문이 열리자마자 뛰쳐나왔는지 생각이 안나는 건지 평소처럼 비닐을 핥지 않고 한참을 주저하다기 내가 “추워 얼른 들어가자!”하고 엉덩이를 미니까 들어왔다.

나는 아침 기차를 타고 자다가 내려야 할 역을 지나쳐서 종착역까지 갔고 지금 지하철노선도를 보며 회사를 찾아가고 있다. 지각이다.
#kitten_lucy #kitten_ziz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