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2021-11-05 12:00 우리 지지 심장 초음파 하러 왔어요.
이건 얼마전 산 캐리어 백팩. 안정감이 없어서 반품처리했는데 반품 수거를 안해가셔서 방석 깔아서 방에 놔뒀더니 지지가 너무 좋아하면서 밥먹고 쏙 들어가고 오줌누고 쏙 들어가고… 그래서 오늘도 그대로 지고 옴ㅋㅋㅋ. 컨디션 좋은 상태.
#kitten_zizi

2021-11-05 12:40 오른쪽 맨 아래 젖꼭지 옆에 작은 덩어리가 있어서 제거 수술을 하려다가 심장 소리가 이상해서 혹시 마취할 때 문제가 없을지 알아보려고 초음파를 한 것. 동네 동물병원은 기본적인 초음파 밖에 안된다고 좋은 장비가 있는 다른 병원을 추천해주셔서 예약하고 오늘 데리고 왔다. 30분 정도 걸렸는데 결과는:


심장
엑스레이와 초음파를 했는데 결론은 hcm(선천성 심근비대증?) 초기이거나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인 심근 비대 증상 같다고. 심장이 정상에 비해 커져있고 모양도 둥근 상태라고 한다(원래는 럭비공 모양이라고 했던가 잘 기억이;;). 심근은 6.6m로 정상 기준보다 약간 비대한 상태. 폐정맥은 문제 없고 좌심방 압력도 높지 않은데 이완 기능이 저하되어 있다고. 둘 중 어느 쪽인지 알기 위해서는 3개월 정도 약을 먹이고 나아지는지를 알아봐야 한다는데… 얘가 약을 잘 먹는 애는 아니라고 말씀드렸더니 이런 성격의 아이들은 싫어하는 걸 억지로 하려고 하면 더 스트레스를 받아서 안좋을 수 있다고.

얼마 전 한 혈액검사 결과도 괜찮아서 수술을 위한 마취에 문제는 없을 것 같지만 혹시 모르니 약을 2-4주 정도 먹이고 안정된 상태에서 수술을 하는 게 더 나을 거 같다고 하셨다.



그 외 엑스레이상에서 오른쪽 폐 윗부분이 조금 희게 나오는데 기관지 폐렴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작년까지 환절기에 기침을 심하게 해서 플루맥스 먹이고 좀 나아졌는데 아직 남아있나 싶다. 원래 다니던 병원에서 입 안쪽 조직 채취해서 하는 바이러스 검사를 해보는 게 좋겠다고 하심.


신장
엑스레이상으로 콩팥 모양이 정상보다 울퉁불퉁함. 혈액검사 결과에서 수치는 75% 이상 기능을 하고 있는 상태이고 엑스레이로는 확실히 알 수 없으니 가능하면 복부 초음파 권장.

2021-11-05 20:33 루시 지지 둘 다 약 먹이기 1차 실패. 나같아도 이런 이상한 맛의 많은 양을 목구멍으로 넘기기 힘들 듯. 지지는 밥먹은 것까지 토했다ㅜㅜ. 나도 심신이 지쳤다.

다시 지옥에 빠진 것 같은 기분. 도망가고 싶다.

2021-11-07 13:29 어제 저녁에 동네 동물병원 선생님이 전화를 하셨다. 심장 초음파를 했던 큰 병원(‘C병원’이라고 하자…) 선생님께 전화로 결과를 듣고 두분이 상의를 하셨다고. 지지는 아무래도 심근비대증 초기가 의심되어서 마취했을 때 심장 쪽 모니터링도 필요하고 하니 C병원에서 유선종양 수술을 하는 게 좋겠다고.

아침에 C병원에 전화해 다음주 화요일 오전으로 진료와 수술 예약을 했다. 혹시나 하고 아침에 지지 배 쪽을 다 만져봤는데 위쪽 가운데에도 조금 물렁거리는 큰 혹이 있는 것 같아서 그것도 말씀드렸다. 화요일에 외과 전문의 선생님이 진료하고 어떻게 수술을 하면 좋을지 결정하신다고. 지난번 받은 약을 하나도 못먹였다고 했더니 작은 캡슐로 다시 만들어주시기로 했다. 혹시 폐 사진에 뿌옇게 나온 게 폐로 벌써 전이가 된 건 아닌가 여쭤봤는데 그럴 정도면 숨쉬는 걸 힘들어할 텐데 지금 상태로 봐서 그런 가능성은 낮다고 하셨다.

어제 밤은 절망과 두려움에 시달렸고 온몸에서 땀이 났다. 아침에 샤워를 하다 문득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났다. 할머니가 살아계셨으면 전화해서 기도해달라고 부탁을 할텐데 싶었다. 그리고 아침에 키키 무덤에 갔다가 근처에 있는 성모마리아상 앞에 가서 기도를 하고, 할머니한테도 부탁했다. 지지가 건강하게 내 옆에 오래 있게 해달라고. 문제 없이 수술 끝나고 전이도 없게 해달라고.

일어날 일이 일어나겠지. 난 이 실체가 없는 두려움의 정체를 좀더 들여다봐야 하는데 지금은 내가 이것에 송두리째 먹힐 것만 같다.

2021-11-09 10:53 지지 유선종양 수술하러 왔어요. 낯선 공간이라 긴장해 있다가 노땡이 쓰다듬어주니 약간 풀렸네요. 심비대증 초기라고 해서 마취가 조금 걱정이 됩니다. 우리 막내 오늘 수술 무사히 마치고 전이 없기를.
#kitten_zizi

2021-11-09 19:50

2021-11-09 20:37 오른쪽 맨 아래 젖꼭지 옆에 1cm 정도, 맨 위외 두번째 젖꼭지 사이에 1.5cm 정도 절개하고 덩어리를 꺼냈다고. 큰 쪽은 지방종이라 조직검사를 보낼 필요도 없을 것 같고, 작은 쪽은 지방 조직에 둘러싸여 있어서 주변의 지방 조직과 같이 떼어냈는데 이쪽도 양상이 그리 나쁘지는 않이 보인다고. 혹시 모르니 작은 쪽만 조직 검사를 보낸다고 하셨다. 지지는 아침에 병원 갈 때부터 울지도 않고 그냥 멈춘ㅜㅜ 상태로 있었고 그 상태로 검사도 수술도 별 문제 없이 받은 듯. 집에 와서 츄르를 줬는데 잘 받아먹었고, 카라 때문에 물과 사료를 못먹길래 카라를 조금 잘라냈더니 사료를 엄청나게 흡입하고 오줌 누고 조금 있다가 구석에 가서 잠이 들었다. 팔에 붙인 지혈용 반창고를 떼려고 했을 때 신경질을 막 내더라. 원래 대부분의 다른 사람한테는 얌전하고 나한테만 신경질을 내는 애라서 그나마 다행. 아니 멈춘 상태로 있는 것보다 그냥 나한테 신경질 내는 게 안심된다.
오늘 수고 많았어 우리 지지.

염려하고 응원해주신 친구들 고마워요. 사실 지지는 늘 씩씩한데 제가 겁이 나서… 응원이 필요했어요. 고맙습니다.
#kitten_ziz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