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2020-11-16 23:56 일주일에 한번 명상 수업에서 배우거나 이해하게 되는 것들이 있는데 게을러져서 그동안 기록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오늘 나눴던 이야기는 간단히 기록을 해두어야 할 것 같고, 이걸 토대로 앞으로 실험을 좀 해보려고 한다. 이렇게 기록해두면 페이스북에서 나중에 ‘몇년 전의 나’라면서 보여주는데 그때 다시 읽으면서 잊고 있던 것을 상기하거나 지금 알지 못했던 또 다른 것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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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 전에 오후 햇살이 비치는 베란다에 그냥 앉아있다가... 아주 순수하고도 깊은 기쁨이랄까 행복이랄까, 그런 것을 느꼈다(무슨 용어가 있을 것도 같은데 모름ㅋㅋㅋ). 이전에도 명상을 할 때 종종 느꼈던 건데, 이날은 이전에 들었던 새드구루 할아버지의 말이 떠올랐다. 자기는 이십대에 눈을 감기만 하면 엄청난 행복을 느꼈다며, 그 기쁨을 전세계 사람들에게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그걸 목표로 지금까지 왔다고 했다. 그게 이거구나 싶었다.

그리고 이 기쁨이 원래 내 안에, 그러니까 유전자 레벨에서 내재되어 있던 것이며, 원한다면 (대체로) 언제든 불러올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행복감이나 기쁨이라는 것은 어떤 화학적 작용의 결과로 뇌가 느끼는 것인데, 그 원인이나 양상이 어떻든 근본적으로는 간단한 몇가지 요소의 변주에 불과하다는 것도. 마치 우리의 미각이 엄청나게 다양한 음식을 먹으며 엄청나게 다양한 맛을 느끼는 것 같지만 사실 혀에서 느끼는 감각 몇가지의 이런저런 조합인 것처럼.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욕구는 엄청나게 다양한 것 같지만 몇가지의 근본적인 욕구로 귀결되는 것처럼 말이다. 행복이나 기쁨의 요소 혹은 기억은 이미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고, 연습을 통해 원할 때 그걸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 내 경우는 이런 ‘순수한 기쁨’의 상태에 있을 때 뇌가 핑핑 돌아가면서(일할 때도 이런 거 느끼곤 하는데) 이전에 읽었거나 들었던 것들이 떠올라서 깊이 이해되거나 이런저런 것들을 원래 알고 있던갓처럼 ’그냥’ 깨닫게 된다.

그리고 오늘 명상 수업 시간에 호흡 명상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이 상태를 또 불러오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는데, 문득 의문이 뒤따랐다. 이걸 계속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붓다가 말한 명상의 목적은 이것이 아니지 읺았나? 아니 그렇지만 이 좋은 기능(...)이 있는데 써서 안될 건 또 무언가!😂

이 질문을 나의 명상 선생님과 도반들에게 꺼내놓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두가지 생각을 더 하게 되었다.

첫째로, 도반은 나의 경험이 도법스님이 항상 말씀하시던 ‘소를 타고 소를 찾네’와 맥이 닿아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더 많은, 더 새로운 기쁨이나 행복을 느끼기 위해 뭔가를 더 하고, 더 사고, 더 낯선 곳에 가고, 더 새로운 경험을 하고, 그러지 않아도 ‘지금 여기’에서 바로 괜찮아질 수 있다는 말씀이, 이거였구나 생각했다. 말은 이해했는데 와닿지 않던 것들. 내가 그 오후에 깨달은 것처럼 설명해주었다면 더 쉽게 이해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마 나같은 유형의 사람들에게는 그런 설명이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하고.

둘째로 명상 선생님은 내가 이 기쁨을 언제든 불러올 수 있었는지, 그때마다 강도나 경험이 일정했는지를 물어보셨는데, 그 순간 깨달았다. 이 모든 걸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정작 이 기능(...)이 제일 필요한 시점, 그러니까 극도로 불안하거나 우울할 때는 모든 걸 잊어버린다는 사실을.
앞으로 그런 순간이 올 때 이 기능을 꺼내어 실험해보리라 생각했다(머지 않아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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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기록한다는 게 엄청 길어졌네.
혹시 내가 잘못 이해했거나 잘못 생각하고 있거나 다른 생각이 있거나 더 알려주고 싶은 게 있다면 주저 말고 이야기해주길.
#명상수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