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3월 중반쯤에 메일이 한통 도착했다. 2006년 말 냈던 번역서 <검색 2.0 - 발견의 진화>의 역자 주 중 오류가 있음을 지적하는 메일이었다. '정보 활용 능력(information literacy)'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며 그것이 교육에서 어떻게 구체화되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부분이었는데, 그 부분의 원문과 번역본은 다음과 같다(원문을 궁금해하셨길래 같이 올림).

Some heed our warning. For instance, a United Nations declaration puts:
Information literacy squarely at the center of effective participation in an information society and on equal footing with the educational basics of the 3-Rs.
And, to some extent, information literacy is being incorporated into K-12 education, where it can make the greatest impact. But today, in truth, most people don't listen. Librarians are like doctors, preaching what's good for us, while breaking their own rules. They use Google profusely and rarely speak Boolean...

몇몇 사람들은 우리의 이러한 경고에 귀를 기울인다. UN 선언에는 이렇게 써있다.
정보 활용 능력은 정보 사회에서 효율적인 참여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으며, 3R의 교육적인 기본과도 같은 선상에 있다.
그리고 정보 활용 능력은 그것이 가장 중요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K-12 교육 내에서 어느 정도 구체화되어 있긴 하다. 하지만 사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경쓰지 않는다. 도서관원들은 의사들이 그러는 것처럼, 사람들에게 무엇이 좋다고 설교하지만 스스로는 지키지 않는다. 구글은 엄청나게 쓰지만 부울리언 방식 조차 쓰지 않고, 간단한 키워드 검색만으로 구글이 보여주는 결과에 만족한다...

- 피터 모빌 <검색 2.0 - 발견의 진화(Ambient Findability)> 7장 225 페이지

여기서 3R에 대해 '환경 보존을 위한 Reduce, Reuse, Recycle의 원칙'이라고 역자 주를 달아놓았다. 메일 보내주신 분은 홍익대 조형대 디지털미디어디자인 전공교수이신 이현진 교수님인데, "문맥을 볼때 3R은 초기 미국 교육의 기본 목표를 말하는 reading, writing, and arithmetic를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라고 하시며 위키북에서 찾으셨다는 3R에 대한 설명을 첨부해주셨다.

The "3 R's" are a traditional term for three basic fundamentals of education; reading, writing, and arithmetic. These three things were the basis of the education system. It is said that the developments of the three R's came from the first agrarian revolution.(McKenzie-Brown 2006) It was important to be able to have the skills to read books and other materials in front of you. In addition, a student had to learn how to put things into writing, whether that's stories, poems or essays. Also, the students were required to be able to do simple arithmetic, or what we know today as math. These are the basic knowledge objectives that students were expected to learn and be able to accomplish.

글쎄, 지금 내가 봐도 역자 주가 이상한데 왜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넘어갔는지 모르겠다. 일이 막바지에 가까워지면서 긴장이 풀어졌는지도 모르겠고(비굴한 변명.. 하하).

더불어 3R을 검색했을 때 내가 만들어낸 이 잘못된 정보가 검색 결과에 먼저 나온다는 사실도 알려오셨다. 고맙다는 답변 메일을 보냈고 만약 재판을 찍을 경우엔 수정되어 나가도록 담당자님께도 메일을 포워드해드렸지만, 검색에 나오는 잘못된 정보는 나로선 어쩔 수가 없네. 블로그에 그나마 글이라도 올려둬야 검색 엔진에 같이 나오겠다 생각은 했는데 어찌어찌 밍기적대다가 이렇게 시간이 흘러버렸네.

인터넷에 올려지는 정보는 책과는 달리 출판된 이후에 수정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잘못된 정보가 유포되었을 경우 난감하긴 마찬가지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고나 할까(이 점은 이 책 내용에도 나와있다). 앞으로는 더 주의깊게 번역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번역가이자 신화연구의 대가이신 이윤기님이 일전에 했다던 말이 생각났는데 - 잘은 기억 안나지만 - 우리나라에선 번역을 엉터리로 해놓는다고 해도 그걸 찾아내서 원문과 대조하고 지적할 만한 능력이나 정성을 가진 사람이 없다는 얘기였던 듯. 그런 면에서 (이 분야 치고는) 나온지 꽤 되는 이 책을 끝까지 읽고 오류를 지적해주신 데 대해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

아, 왠지 밀린 숙제를 한 기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