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최악의 생일과. 그 후의 길고 힘들었던 일주일. 그리고 마음에 박혔던 여러 상처들에 관해. 주저리주저리 썼다가 다 지웠다. 파견지에선 가끔씩 사무실에서 나와 테이크아웃 커피를 사러 갔다. 대학로 길가에는 큰 플라타너스가 줄지어 서있고 예쁜 조각들이 여기저기 놓여있고 직각이 아닌 골목들이 곳곳에 숨어있었다. 일을 하러 온게 아니고 여행을 왔다고 상상하며 걸었다. 숨을 크게 쉬었고. 다 끝나면 떠날 거라고. 괜찮다고.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들어가서 일을 했다.
일은 원래 힘든 것이다. 그런 것은 상관없다... 그러나 눈알이 핑핑 돌 것 같이 빠르게 번지는 불신과 실망. 이사람 저사람의 이해관계와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 그 안에서.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 아무래도 안되겠다는 생각.
나는 모든걸 잘 잊어버린다. 아무리 힘들어도 끝나고 나면 다 잊어버린다. 나에게 아무리 못된 짓을 한 사람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다 잊어버리고 또 웃으며 이야기한다.
그런데 지금은, 지금 내 안에서 망가진 부분은 웬지 회복 불가능하다는 느낌이 든다.
나는 내가 믿지 못하는 사람 앞에서 억지로 웃지 못한다. 내가 해결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지도 못한다. 지금 내 마음과 내 얼굴에서는 아무리 쥐어짜도 웃음 비슷한 것도 나오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나는 어디론가 꼭꼭 숨어버렸고, 지금 나는 내가 싫다.
빨리 끝나기만을 바란다.
그것 조차도 내가 어쩔 수 없다. 도대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게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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