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지친다

일.work 2005. 8. 18. 21:58

난데없이 오픈이 일주일 연기되었다.
깨끗하게 끝내고 멀리 떠나 생일 아침엔 바다가 보이는 조용한 방에서 눈을 뜨고 싶었는데.
늙어서 그런가, 그냥 조그만 일에도 조그만 말에도 지쳐버린다.
후우우우.... (며칠 전만 해도 이게 '유후~'였는데. 흑)


내가 아프거나 우울할때, 무뚝뚝한 방울이는 옆에 와서나를 물끄러미 쳐다보기도 하고 가만히 얼굴을 내 팔에 대거나 팔을 슬쩍 핥는다. 내 마음이 울고 있을 때 방울이와 키키가 느끼는 건 무얼까. 100%의 순수를 가진 저 두 눈으로 나를 바라볼 때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연기나는 물건을 입에 자주 무는구나. 냉장고에서 무슨 병을 꺼내 계속 마시는구나. 다른 때 보다 천천히 움직이는구나. 눈에서 물이 나오는구나... 그런 걸까.
너의 문제는 이런 거야. 네가 극복해야 할 점은 이거야. 라고 말하지 않아도 그냥 내게 위안을 준다. 인간의 언어란 얼마나 빨리 날아가나. 가끔은 너무 빨리 날아가 다른 사람의 가슴을 꿰뚫는다. 아프다. 내 혀도, 다른 사람의 혀도, 정신없이 빠르게 움직이고 너무 빨리 가슴을 꿰뚫고, 그리고 너무 빠르게, 다들 잊혀진다.
미안하다. 꿰뚫어진 가슴들에 미안하고, 잊혀진 언어들에 미안하다.
그리고 방울아, 오늘은 못 놀아줘서 진짜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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