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er-created 동영상과 애플의 iMovie
디지털카메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1인미디어라 하는 블로그와 미니홈피는 사용자들이 직접 찍은 사진들로 넘쳐난다. 하지만, 동영상은? 1인 미디어가 각광을 받으면서 예상되었던 것과는 달리 어느 블로그도, 어느 미니홈피도 user-created film들로 넘쳐나지 않는다. 핸디캠이 보급이 덜되었나?(하다못해 휴대폰으로 영화도 찍을 수 있다) 동영상 압축 기술이 아직 안따라주나? 다운로드 속도가 너무 오래 걸리나?(DVD급 화질로 스트리밍도 되는 세상이다)... 구글의 야심작인 '동영상 검색' 기능을 이용해 우리가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동영상 중, 저작권에 저해되지 않는 것들로 치자면 뭐 볼게 하나라도 있을까?
디지털 사진은인스턴트하다. 빠르면 1분 이내라도, 내가 있는 곳, 내가 먹는 음식, 내 느낌을 생생히 담은 하나의 사진=하나의 포스트를 만들어낼 수 있다(심지어 모바일 블로그 기능을 이용하면 PC로 옮길 필요도 없이 촬영 후 그대로 블로그에 올릴 수 있다).
그에 비해 블로그에 올릴글 하나를 제대로 쓰는데는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그렇다면 동영상을 올릴 때는?
사진은 보는 눈 역시 인스턴트하다. 한눈에 하나의 사진을 본다. 보는 시간은 보는 사람이 결정한다.
그에 비해 글이나 동영상은 '줄거리'를 가지고 있고 그 '줄거리'를 따라가려면 최소한 정해진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보는 이에게시간을 투자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그래서그 줄거리를 따라오게 만들기 위해서는,줄거리는 압축적이고도 매력이 있어야 한다.
친구가 직접 찍은 홈 무비가 재미없는 이유는? 편집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화관에서 단 5분만 줄거리가 새도 지루해하는 우리 눈에, 전혀 편집을 거치지 않은 홈 무비가 재미있을 경우는 딱 하나, 사랑하는 사람이 나오거나 귀여운 자식이 나올 때 뿐일 것이다.
애플의 동영상 편집 어플리케이션 iMovie. 사진은 애플 웹사이트에서 가져옴 |
일 때문에 프리미어를 종종 써왔던 나도 내가 찍은 동영상을 좀 편집해 올리려면 힘들다.게다가 컴팩트하게 만들려면(그게 줄거리든 용량이든), 편집에, 사이즈 조절에, 이런저런 코덱에 압축률 선택에,으미 정말이지귀찮다. 게다가헛갈린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한줄 코멘트를 붙여 블로그에 곧바로 올리는 것 만큼은 안돼도,
길을 걷다가 나뭇잎을 휘젓는 바람과 길가에 나뒹구는 비닐봉지와 곧이어 후두둑 쏟아지는 빗방울 같은 것을 찍어서, 붙여서, 간단한 음악도 얹어서, 내 블로그에 쉽게 올리고 싶다. 그런 걸 원한다. 그게데스크탑 어플리케이션이든 캠코더나 휴대폰 자체에 들어있든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어플리케이션이든 상관없다.
재밌고, 인스턴트하고, 쉽고 가벼웠으면 좋겠다.
스티브 잡스에 관한 책을 읽다가(요즘 이 책 이야기를 주변 사람들한테 너무 많이 한 것 같다 -_-), 그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2005년 1월 맥월드에서 잡스가 첫번째로 소개한 것은 iMovie. 나는 맥을 쓰지 않아서 아이무비를 써볼 기회가 없었지만, 조만간 아이포드와 마찬가지로,Mac 사용자가 아니라도 애플의 멋진 사용자 경험들을 누려볼 기회가 올 거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잡스가 베일을 벗긴 애플의 최신 마술은 아이무비에 있었다. 오랫동안 애플은 온라인 디지털 동영상 편집과 어셈블리의 선두 업체였다. 잡스는 무대에서 "올해는 고화질 영상의 해가 될 겁니다"라는 말을 몇번이고 되풀이했다...
"애플의 핵심 역량은 최첨단 기술을 평범한 사람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가공해서 그들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데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프트웨어다. 실제로 소프트웨어가 곧 사용자 경험이다."
- <iCon 스티브 잡스> 중. 발췌 더보기 ▶
* iMovie, iPod, Mac Mini, 아이포드 어댑터를 갖춘 차량, 애플과 모토롤라의 제휴, iPod Shuffle("The iPod shuffle. Because Life is Random")로 이어지는 라인업을 살피다 보면 그가 무엇을 내다보고있는지 대충 감을 잡게 된다. 그리고 그의 삶을 보면, 내다보는 것과 그것을 향해 한발 한발 내딛는 것, 그리고그 결과물을효과적으로 포장해서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은 정말 다른 문제라는 것 역시 깨닫게 된다.
* 2005.10.5
맥 OS에 기본으로 탑재된 iMovie에 자극을 받은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XP에 MovieMaker라는 동영상 편집기를 만들어 넣었는데, 그 기능과 인터페이스가 참으로 후졌던가보다. 별로 알려지지도, 쓰이지도 않았다.나 역시 노트북으로 XP를 써봤지만 이런게 있다는 것도 몰랐다. 그래서 다시 무비메이커 2.0이 나왔는데, 써보려고 다운로드했더니 XP에서만 설치할 수 있다고.
케이벤치의 무비메이커 강좌, 무비메이커 2.0 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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