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요즘 내 생활의 최대의 화두는 '건강', 그리고 그것을 통한 '우울함을 피하기'이다.

금연을 결심하고서 담배갑들을 정리하고,
아침마다 녹즙과 생식을 섞은 희한한(!) 음료를 배달시켜 마시고,
끼니를 거르지 않고,
술을 마시지 않기 위해거의 하루도 안빼고 저녁마다 수영장을 다닌다(술을 마시면 그 다음날 50미터 왕복도 힘들다 -_-).

언젠가 나의 사촌 junkbucket의 미니홈피에서 미시마 유키오의 글을 읽었다. (이 글 역시 요시모토 바나나@BANANA CLUB에서 이승진 님이 작성한 것을 퍼온 것인데, 여기서는 미시마의 원문만 약간 인용하려고 한다)
<소설가의 휴가(小說家の休暇)>라는 일기체의 평론 중에 나오는 글이다.

6월 30일

약간 더움. 흐림. 4-5명의 손님과 만나다.
O군은 내에게 다자이 오사무를 경멸하지 말고, 좀더 친절하게 읽기를 충고한다.
내가 다자이 오사무의 문학에 대해 품고 있는 혐오는 뭔가 맹렬한 것이다. 우선 나는 그 사람의 얼굴이 싫다. 둘째, 그 사람의 촌뜨기 하이칼라 취미가 싫다. 셋째, 그 사람이 자신에게 적합하지 않는 역을 연기하는 것이 싫다. 여자와 자살을 하기도 하는 소설가는 좀더 약간은 엄숙한 풍모를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작가에게 있어 약점만이 최대 장점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그러나 약점을 그대로 장점으로 강하게 가져가려고 하는 조작은 나에게 자기기만으로 생각된다. 어떻게도 되지 않는 자신을 믿는 것은 모든 점에서, 인간으로서 건방지다. 하물며 그것을 인간에게 강요하는 것에 이르면!
다자이가 가진 성격적 결함은 적어도 그 절반은 냉수마찰이나 기계체조나 규칙적인 생활로 고칠 수 있을 것이다. 생활에서 해결해야 할 일에 예술을 수고롭게 해서는 안 된다. 약간 역설로 희롱을 하면, 치료하고 싶지 않은 병자에게는 진실로 병자의 자격이 없다.

나는 문학에도 실생활에도 가치의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문학에도 강한 문체가 약한 것보다 아름답다. 대체로 동물세계에서 약한 사자 쪽이 강한 사자보다 아름답게 보인다고 말하는가? 강함은 약함보다 아름답고, 공고한 의지가 우유부단함보다 아름답고 독립불기는 응석보다 아름답고, 정복자는 도화보다 아름답다. 다자이 문학을 접할 때마다 그 불구자 같은 약한 문체에 접할 때마다 내가 느끼는 것은 강대한 세속적 덕목에 대하여 즉시 수난의 표정을 지어 보이는 교활함이다.

* 나 역시 미시마의 의견에 동감한다(그의 소설은 아직 못읽어봤지만). 이처럼 혐오 정도는 아니지만, 다자이 오사무를 읽고 난 느낌은... 우울했다. 창백, 우유부단, 게으름, 제어 불가능의 추락... 그리고 그것이 작가 자신의 모습이라는 것 등등.
문학적인 가치야 어찌됐든 이 글은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이승진님이 "냉수마찰과 기계체조와 규칙적인 생활, 이글만 보면 괜히 그것들이 하고 싶어진다."라고 썼던 것처럼, 나도 운동하고 샤워하고, 마지막에 찬물을 맞고 서있을때, 이 글이 항상 떠오른다.

'읽고보고듣고.reviews' 카테고리의 다른 글

4인용 식탁, 청각의 고문  (5) 2003.08.13
extreme ops  (1) 2003.08.03
"고양이의 보은"을 보다  (3) 2003.07.23
질투는 나의 힘/국화꽃 향기  (0) 2003.06.24
고양이를 부탁해의 배두나와 옥지영  (2) 2003.06.13
The Red Shoes  (0) 2003.06.11
그냥... 걸어본 기억이 있나요?  (1) 2003.05.27
결혼은, 미친짓이다  (5) 2003.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