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 컨퍼런스 2004 : 커뮤니티의 핵분열, 블로그
컨퍼런스 이틀째 후기를 올리려고 보니, 메모한 책자가 없다. 아마 그날 저녁 노래방에서 유흥을 즐긴 후 그냥 두고온 듯 ㅠ.ㅠ;
어쨌거나...
이번 컨퍼런스에서 내가 얻은 것 : 그동안 한사람의 블로거로서 문득(너무 늦게) 의아해하기 시작했던 의문들, 블로그가 왜 그렇게 떴으며, 나는 왜 블로깅을 하고있나, 앞으로는 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소중한 힌트들. (사실 이번 컨퍼런스의 주제는 블로그가 아니라 `커뮤니티`였으나... -_-)
2003년 커뮤니티의 가장 큰 화두였다면 아무래도 `분열과 개인화`가 아니었던가 싶다. 이것을 정유진씨는 `핵분열`이라 표현했고 싸이월드는 `인터넷 속의 나`로 슬로건화한 것. 그렇게 작게 쪼개어진 개인만의 공간들이 산발적이고 능동적이고 다양한 양상으로 서로 연결된다. 포스팅이 쉽고 자유로우며, 개방적인 성격을 띤 블로그 서비스가 바로 이런 양상을 주도하며 대박을 터뜨릴 수 있었다.
이전의 까페나 동호회에서의 내가 `모임 속의 나`였다면 내 블로그에서는 내가 주인공이며, 하나하나의 주체가 서로 링크되어 방대하고도 자유로운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되는데(이것은 29일 신병휘씨의 강연 중 나왔던 말), 이런 흐름 속에서 인터넷 서비스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connectivity가 된다. 처음에 이런 connectivity를 모두 무시하고 껍데기만 만들어 오픈했던 포탈 블로그들이 2003년 말까지 모두 RSS와 trackback 기능 등을 갖춘 것은 매우 다행이라고 할 수 있으나, 여전히 포털 블로그들 간의 장벽들은 존재한다(심지어 최근에 오픈한 다음칼럼은 비회원 코멘트까지 막아버렸다).
아, 그랬다~ (웬 회상모드냐)
내가 처음 블로깅질을 좋아라 시작했던 건 바로 내가 무슨 말을 써도 좋을 `나만의 자유로운` 공간이었기 때문이었다. 반면에 첫 화면에 무차별로(지금은 이게 좀 불편하다고 느끼지만) 글이 좌악 뿌려지기 때문에 주소만 알면 누구든 들어와 볼 수 있는, 매우 개방적인 구조. 자유로움과 개방성이라는 어쩌면 상반될 수도 있는 두가지 면을 가졌기 때문에 많은 블로거들이 자신의 블로깅질에 대해 `사생활 엿보기`라든가 `정신적 자위행위`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들도 많이 가졌을 것이며, 이런 짓거리가 무슨 의미가 있나 고민하다가 블로그를 닫아버린 사람들도 많다.
정보의 빠른 배포를 위해 시작된 미국의 블로그들과, 포털 블로그 위주로 붐이 일어 광범위하게 퍼진 한국 블로그의 상황은 그렇게 조금 달랐다. 하지만 나처럼 일상다반사와 표현 욕구의 해소 공간으로 가볍게 블로깅을 시작한 사람들의 블로그들에서도, 조금씩 블로그로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보이기 시작한다. 당연한 얘기지.
컨퍼런스에 온 많은 사람들이 수익모델이나 또다른 비즈니스 기회를 만드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었겠지만, 나는 솔직히 그런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한사람의 블로거로서 나는 블로그라는 것이 사람들에게 `글쓰는 습관`을 만들어준다는 것에 감사한다. 그렇게 해서 누구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경험을 정리하고, 쌓고, 그것을 서로 남에게 보여주면서 더욱 발전시키는, 그런 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든다.
기술은 인간을 행복하게 해주어야 한다.유명한 사람, 가진 것이 많은 사람,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빛나는 가치를 지니고 있고, 자신만이 잘하는 것들이 있다. 한사람 한사람이 모두 자기 삶의 중심이며, 자기가 습득한 지식이나 생각 역시 소중한 정보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것. 내가 블로깅질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것이다. 그 자리에 계셨던, 한국의 인터넷 커뮤니티를 이끌어가시는 중이신 모든 분들이 그것을 잊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컨퍼런스 얘기를 하다가 빗나가서, 남들 다 아는 얘기를 하며 매우 길게 오바를 하고 말았다.
움, 조금더 덧붙이자면... 시간이 모자라 시작되다 만 정유진씨의 강연, 뒷얘기들이 궁금하다. 송철환씨는 모블로그(mobile blog)에 관해 열강을 해주셨는데, 매우 준비를 많이 하셨다. 아직까지 모블로깅을 경험해보지 못한 나는 연신 메모, 또 메모를 해가며 열심히 들었다(그러나 아까도 말했지만 이 메모는 모두 노래방에... ㅠ.ㅠ).
이종호 교수님도 재미있는 자료들을 많이 준비해오셨다. 그러나 `학생들 과제물 준비하느라 고생좀 했겠네`라고 쑥덕거리며 안타까운 눈빛들을 교환하던 우리...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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