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오십을 넘긴 지난 몇 년 동안은 쉬지 않고 일을 했다. 출퇴근을 하기도 했고 재택근무를 하기도 했다. 출퇴근을 할 때도, 아무리 피곤해도 새벽 4시반이나 다섯시에 일어나 요가를 했다. 그러다 올해 초 지지가 아프면서 아침 저녁 강제급식을 하느라 시간이 부족했고, 잠도 부족했고, 결국 새벽 요가를 포기했다. 3월 초부터 요가를 주 2-3회로 줄이고 아침에 전철역까지 30분 걷던 것도 포기했다. 그대신 하루 세번 이 닦을 때 5분씩 스쿼트를 했고, 주 1회 클라이밍, 그리고 아침이나 저녁에 시간날 때 철봉과 행보드 매달리기를 10분 정도 했다. 요가는 호텔에서 잔 다음날 아침과 주말 오후에만 했으니 많아야 주 3회 정도.

스쿼트와 매달리기의 효과는 정말이지 바로 나타났다. 한달 만에 팔다리와 손가락의 버티는 힘이 훅 늘어나서 요가나 클라이밍할 때 전에는 엄두도 못냈던 동작이나 문제들을 할 수 있게 됐다. 클라이밍할 때 한두번만 뛰어내려와도 고관절과 발목에 통증이 오곤 했는데 그것도 없어졌다. 어떤 유튜브 영상에서는 하루에 30분 이상 운동하지 말라고 하는데 그동안 왜 그렇게 많은 시간을 들여 운동을 했나 싶었다. 5월 초에 지지가 떠나고 난 후, 슬프긴 했지만 아침 시간은 더 여유로워졌다.

그런데 3개월쯤 지난 6월 초 부터 왼쪽 어깨가, 그 후에 왼쪽 무릎이, 그리고 오른쪽 어깨와 관절이 아프기 시작했다. 그 다음주는 이 닦을 때 잇몸이 아프고 피가 났다. 입 안 여기저기에 돌아가며 피가 났다. 그리고 혹독한 에어컨의 계절이 시작되었다. 목구멍이 붓고 아팠고, 그 다음주는 콧물이 흐르고 귀가 멍멍하고 귀 아래 이하선이 부었다. 모든 증상이 면역력 저하와 염증 반응을 가리켰다. 발목과 손목, 무릎, 손가락 마디마디 등등 온 몸의 관절이 뚝뚝거리고 아팠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무리 잘 먹고 잘 잔다고 해도 우리가 어쩔 수 없는, 환경에서 오는 여러 유해 요인들에 다 대처할 수는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심지어 회사 사무실의 에어컨 바람 조차 막을 수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나는 난소도 없다🥲. 너무 아팠고, ‘이건 내 힘으로 이겨낼 수가 없구나’ 하는 무기력한 느낌이 들었다. ‘요가를 매일 할 때는 이렇지 않았는데’ 싶었다. 2019년 요가를 시작한 이후 병이 걸린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2022년 방울이와 루시를 보내고 난 후 코로나에 처음 걸렸었다. 그 후로는 (2022년 말 난소와 자궁 제거 수술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2023년 말 회사 송년회에서 와인 몇 잔 먹고 추운 밤에 싸다니다 감기에 걸린 것 외에는 아픈 적이 없었다. 이렇게 아픈 적은 없었다.

6월 중순 부터 요가를 다시 매일 하기 시작했다. 감기는 3-4일 정도 지나니 나았고 관절은 더 천천히 낫고 있다. 그 와중에 7월 초 버디가 컨디션이 갑자기 안좋아져 7월 22일 세상을 떠났고, 2년 전 방울이와 루시가 떠났을 때 코로나에 걸렸던 것처럼 버디가 떠난 후 두번째 코로나에 걸렸다. 코로나에 걸린 와중에도 요가를 매일 계속 했고, 하루 이틀 정도 근육통이 있었고, 나았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

지난 몇 달 간의 에너지의 부침을 돌아보니 요가에는 확실히 근력 운동과는 다른, 그 이상의 효과가 있다. 셀프 마사지라고 해야 할까? 사지와 몸통을 구부리고 펴고 비틀어 짜고 하면서 몸통으로는 깊은 호흡을 규칙적이고도 끊임없이 지속하는데, 이런 일들이 신경계와 호르몬, 림프 등을 원활히 돌아가게 하고 결과적으로 소화력과 면역력에 영향을 주는 것 같다. 그 효과도 바로 나타나는 게 아니라 적어도 몇 달 이상 계속했을 때 나타나고, 이번처럼 몇 달을 게을리했을 때 천천히 몸에서 티가 나기 시작하는 듯.

요가는 마음도 평안하게 해주는데(사실 애초에 요가가 생긴 목적은 이것) 그 이유 중 하나는 어쩌면, 요가를 매일매일 함으로써 어느 정도 내 몸의 상태를 제어하고 질병으로 부터 방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인(혹은 그렇다고 믿기 때문인) 것 같다. 나같은 control-freak들에게 요가는 그런 정신적 보루가 될 수 있다. 요가를 하면서 끊임없이 지금 내 몸에 주의를 집중하는 것 역시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게 해주는 좋은 훈련이다. 다른 생각이 들어오면 여지없이 몸의 균형이 무너지기 때문에 지금 내 몸의 힘과 균형 말고 다른 것을 생각하기 힘들다.

죽는 날까지 요가를 해야겠다, 아플 때나 피곤할 때 일수록도 끊임 없이 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근력 운동은 주 2-3회 정도 하고 쉬어도 되지만 요가는 매일, 적어도 주 4-5회는 해야 하고, 하루 이상 쉬지 않는 게 좋은 것 같다. 무더운 여름을 나고 고양이들을 보내면서 망가진 몸은 이틀만 요가를 쉬어도 온통 굳어서 아침에 움직이기 고통스럽다. 하지만 3일만 연속으로 새벽 요가를 해도 금방 컨디션과 에너지가 돌아온다(어쩐지 손해인 느낌적인 느낌이…).

언젠가는 요가를 하지 못 하는 날이 오겠지.
그리고 마지막이 오겠지.
그때까지 잘 살고, 그때가 오면 흔들림 없이 잘 죽을 수 있게.
#중년일기_yuna #warmbo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