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아름다운 것들을 보고 싶었다.
며칠전 참 오랜만에 지하철을 탔다.
중노년의 할머니 할아버지들, 구걸하는 사람, 껌을 파는 할머니, 영어공부를 하는 젊은 여학생, 그리고 못생긴 두 연인. 출근길의 지하철과는 다르게 웬지 마음이 푸근했다. 내 옆에 앉은 아주머니는 마치 마약 거래라도 하듯, 은밀하고도 익숙하게 동전 한 무더기를 껌 파는 할머니 손에 쥐어주고, 할머니 손을 꼬옥 잡아준 다음, 신중하게 까만색 아카시아 껌을 골랐다. 맞은 편에 앉은 여자는 내 나이 정도 되었거나 좀더 많아 보이는데 '마미야 형제'라는 책을 읽고 있다. 저 제목, 어디선가 들었는데.

공 갤러리에서는 베르나르 포콩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다. 목탄지 위에 투박하게 인화된 정사각형의 아름다운 사진들이 있었다. 푸른색과 황금색. 갈색 모래. 부분적인 탈색이나 물들이기(La Bassin, La POrte de Mycnes), 오브젝트를 집어넣기(말하자면 풍선(Les ballons), 빗방울(Le Chambre de lavande), 씨앗, 그런 것들) 등, 그런 것들이 신선했다.

선 Contemporary에서 홍대 대학원 사진전공의 홍승현씨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길래 잠깐 들렀다. 개인적으로는 Walker Evans의 The Signs 이래, 그렇게 입자 고운(홍승현씨는 '입자가 없죠'라고 했지만..), 게다가 직접 프린트해낸 흑백 사진의 정적인 느낌을 마주한 것이 얼마만인가 생각했다. 그러나 마치 너무 쉬운 퀴즈문제와 같이 짝지어진 사진들이 조금은 재미없다 생각하고 돌아섰다.

'서울에서 두번째로 잘하는 집'에서 쌍화차를 마시며 넘어가는 햇살을 보았다. 주말엔 절대 이곳에서 이렇게 한가하게 혼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쌍화차를 마시며 글을 끄적거릴 수 없겠지. 옆자리 아저씨들이 플톡 서비스 얘기를 하고 있었다. 삼청동 전통찻집 옆자리에서들을 정도면 그거 성공한 서비스인 건가?

그리고 티벳 박물관.
죽은 자의 뼈와 가죽으로 북과 나팔, 그릇을 만들고 살갗으로 책표지를 만든 사람들. '인간의 육신을 사용하는 것은 인간 존재의 덧없음을 일깨우기 위함이다'라고 쓰여있었다. 과연 그렇구나. 만지면 바스락, 바스락 하고 손 끝에서 분이 일어날 것만 같은 돌과, 뼈와, 금속들. 에로틱한 포즈로 서로 껴안고 있거나 웃고 있는 황금색 불상들을 보았고, 때묻고 터진, 두껍고 소매가 긴 옷들과 치렁치렁 화려한 머리 장식들을 보았다. 먼지앉은 황금색, 검은 초록과 주황과 갈색, 빨강과 노랑과 감청의 줄무늬들 역시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