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놀멘님이 번역한 존 버거의 책을 내내 여기저기 들고다니며 천천히 읽었다.
아름답고, 묘사적이고, 조용하고, 슬픈, 긴 시간과 짧은 시간들을 동시에 생각하게 만드는 글들.
'제7의 인간'에서, 느린 단조의 배경음악이 흐르는 흑백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듯하던 그 느낌이좀더 개인적인 영역으로 넘어간 느낌.

무더운 한길가, 흙먼지, 나 혼자였던 그 짧은 여행을 기억한다.
리스본에,크라쿠프에가보고 싶다.
지금 이 책을 읽게 된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
그리고 이제, 여행에 관한 책은 당분간 그만 읽어야겠다.
(그렇다고 이 책이 여행에 관한 책은 아니다)

리스본.Lisbon

사우다드. 두 잔째 커피를 마시면서, 그리고 마치 봉투를 쌓듯 정교한 이야기를 조리있게 풀어 가는 어느 술꾼의 손을 바라보면서 나는 너무 늦었다는 말을 지나치게 차분하게 하는 걸 들을 때 생겨나는 분노의 감정이 바로 사우다드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파두는 잊지 못할 음악이다. 아마 리스본은 망자들의 특별한 정거장일 것이다. 아마 망자들은 다른 어느 도시보다 이곳에서 자신들을 좀더 과시할 것이다. 이탈리아의 작가이며 리스본을 깊이 사랑한 안토니오 타부치는 이곳에서 꼬박 하루를 망자들과 보냈다.
- 존 버거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21~22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