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고양이라는 동물의 똑똑함에 대해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변기 훈련을 위해 리터퀴터를 설치한 지 2주가 조금 넘었고 이제 빨간 원판에서 가운데 약간 작은 구멍이 뚫린 주황색 원판을 사용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주황색 원판으로 갈고 난 직후두놈 다 심한 거부 반응을 일으키면서 오줌이나 똥이 마려울 때마다 앵앵 울고 어쩔 줄을 모르더니, 한번은 방울이가 요 위에 오줌을 쌌고 한번은 키키가 똥을 쌌다 -_-;
"이 멍청한 고양이!"
라고 욕을 하면서 궁뎅이를 때려주고 좌절했지만, 사실 그것은 멍청해서가 아니라 불만을 표시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 후 내가 가르치지 않았는데도 두놈 다 거의 완벽하게 주황색 원판의 작은 구멍 안에 볼일을 보고 있다.
물론 그다지 편안하지 않기 때문에 볼일을 보는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긴 했다.


사실, 스무살 넘어서까지 재래식 화장실에 쭈그리고 앉아 볼일을 보는데 익숙해져 있는데 갑자기 수세식 화장실에서, 그것도 매끌매끌한 판위에 올라서서 중심을 잡고 볼일을 봐야 한다고 생각해보라. 나라도 볼일 보는 횟수를 줄일 것 같긴 하다. 화도 날 것이고.


이전에 마르티스 종 강아지를 키웠던 적이 있는데, 개와 고양이는 참 많이 다르다는 걸 새삼 느낀다.
개는본능에 너무도 충실하고, 그 외의 것을 잘 받아들이거나 배우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반면에 고양이는 본능 보다는 학습을 통해,그리고 스스로의사고를 통해주변에 적응하는 것 같다.


또, 개는 내가 먹는 걸 같이 먹으려고 항상 옆에서 킁킁거려서, 다른 말로 하면 내 영역을 너무 침범해서싫었는데 고양이는 나와 너무도 다르다. 그들이 먹는 것과 내가 먹는 것, 그들의 영역과 내 영역은 어느 정도 구분이 된다. 더 놀라운 것은, 고양이는 아주 가끔씩, 그것도 자유자재로 그 영역을 살짝살짝 뛰어넘어오는데, 그게 글쎄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아아, 고양이라는 친구들의 장점에 관해 얘기하자면 정말 끝이 없겠다.
너무도 조용하고, 새침하고, 정답고, 깨끗하고, 똑똑한 놈들.


방울이가 화장실 문 닫고 오줌누는데 문을 살짝 열고 모올래 사진을 찍었다.
저 핀트 안맞은 것 하며, 황급히 수습하고 내려가는 방울이의 뒷모습...
(미안하다 방울아~ )


* 고민중 님 코멘트 보고 글을 좀 덧붙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고양이를 칭찬하는 글을 쓸 때 가끔 걱정이 된다.
좋은 점만 생각하고 덜컥 키우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까봐.
그런 사람들을 위해 밝혀두자면,나는 고양이를 키우면서 청소를 좀 소홀히 하다가 전에 없던 비염이 생겨버렸다. 봄엔 꽤 심했는데 이비인후과에 가서 치료하고 칙~ 뿌리는 약을 타서 썼더니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재채기가 나는 것 외엔 괜찮아졌다.
매일매일, 아무리 피곤해도 저녁에 집에 오면 청소를 꼭 해야만 한다.


겨울엔 아토피 비슷하게 피부가 가렵기도 하다. 심할 때는 피부에 자국이 남는다.
가끔 할퀸 상처가 나는데, 이거 잘 안없어진다.
게다가, 이놈들은 나보다 빨리 늙을 것이고, 그 노후 뒷바라지를 고스란히 내가 해야 할 것이다.
그때는 이만큼 영민하지도 깔끔하지도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어. 그리고 돈도 꽤 든다.)
그러니 혹시나 고양이를 키우려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은 고민, 또 고민한 후 판단하시길.


그래도, 그래도 이놈들이 난 느무 좋다.
그냥 내가 좀더 깔끔 떨고, 좀더 부지런하고, 좀더 참으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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