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lle Monet on her Deathbed. 1879
읽고보고듣고.reviews
2005. 11. 25. 23:26
나는 모네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날 타셴에서, 사은품으로 받은책의 페이지를 이리저리 넘기다가 이 그림을 보았을때
그 청회색 붓질의 거친 슬픔이, 그 감은 눈과 벌어진 입술의 덧없음이온몸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 그림은 아름다웠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자연의 빛 아래의 풍경을 주로 그렸던 모네에게, 유일한 인물 모델이었던 까미유.
서른 두 살. 모네의 아내이자 두 아들의 엄마였고 <녹색 옷의 여인>과 <산보. 파라솔을 든 여인>의 주인공이었던 그녀의 죽음을 두고 모네는 이렇게 말했다.
"새벽녘에 나는 내가 가장 사랑했고 앞으로도 사랑할 한 죽은 여인의 옆에 앉아 있었네. 그녀의 비극적인 잠을 응시하고 있었지. 그리고 문득, 내 눈이 죽은 사람의 안색의 변화를 좇고 있음을 깨달았네. 파랑, 노랑, 회색의 색조.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내 곁에서 사라져가는 그녀의 모습을 마음 속에 새겨두고 싶다는 소망이 생기더군. 하지만 소중한 사람을 그려보겠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그 색채가 유기적인 감동을 불러일으켜서 나는 반사적으로, 내 인생을 지배해 온 무의식적인 행동을 하고 있었던 거야. 연자매를 돌리는 동물처럼 말일세. 나를 동정해 주게, 친구."- 크리스토프 하인리히. <CLAUDE Monet>. 48 페이지
모든 것이 좋지 않았던 시절의 모네. 그러나 그시절 모네의 어떤 그림도 이처럼 혹독하지는, 이처럼 팍팍하지는 않다.
나는 일생에 한 번 뿐인 사랑이 무엇인지 안다. 영혼과 영혼이 맞닿아 울리는 그 소리들을 안다.
그리고 그것이 눈 앞에서 멀어져갈 때. 나 그것도 안다. 안다고 생각한다.
'연자매를 돌려' 저 그림을 완성했을 모네를 안다. 안다고 생각한다.
그때 이 그림은 내 마음을 둥, 둥, 둥, 두드렸고,
나는 이 그림을 나의 '직접 보고 싶은 그림' 리스트에 올려두었다.
* 눈치 챘을지 모르지만 내게 '직접 보고 싶은 그림' 리스트 따위는 없었다.
이 그림을 처음으로그 리스트가 이제 막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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