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발자국
그렇다. 일은 지지부진하고 일상은 탁하지만 끈적이지 않는 물처럼 술술 흘러가고 나에겐빠져들 새로운 것이 필요했다.
휘발성고양이님의 포스트에 언급된 에드워드 호퍼로부터 시작된 고리.
권지예의 사랑하거나 혹은 죽거나를 위시리스트에 올려놓고, 매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몇십 분을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찾는 일에 열중했고, 그러다가 래인님의 포스트를 발견했고, 좋은 그림들을 보고 글을 읽은 것으로도 모자라 코멘트까지 다 읽어보다가 레이몬드 카버라는 작가를 발견했고, 다시 그의 책을 위시리스트에 올려놓다.
블로그 코멘트의 링크를 타고 우연히 갔던 cornucopia님의 블로그에서 아시모프의 로봇을 추천받고, 도서관 사이트에서 로봇 대신 나이트폴 상권을 빌려읽고, 하권을 구할 수 없어 웹을 이리저리 뒤지다가 SFace라는 블로그를 발견하다.
발견하고, 기록하고, 찾고, 링크를 타고 이동하고, 읽고, 보고, 또 발견하는 고리. 그 모든 발자국과 발췌를고스란히 이곳에 남겨놓는다. 글쎄, 무엇 때문에? 아마도 그 수많은 사람들 중 내 발자국을 밟고 갈 수도 있을 한두 사람을 위해서. 아니 그 한두 발걸음을 위해서.
* 어쨌거나 그러려면 YES24 블로그도 이제 트랙백과 외부코멘트 링크 정도는 구현해야 하는 것 아닐까? 듣자하니 다행히도 리뉴얼 준비중이라 한다.
* 하나 더. 도서관에서 빌렸던 피터 게더스의 스코티쉬 폴드 고양이 노튼 이야기 중 2번째 소설, 프로방스에 간 낭만고양이를 사서 순식간에 읽어치웠다. 거기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살면서 계속 느끼는 것이지만, 이렇게 모든 것이 변한다.
하지만 예외는 있다.
고양이가 왜 그렇게 특별한지, 고양이가 인간과의 관계가 왜 그렇게 특별한지, 나는 많이 생각해봤다 .고양이가 지혜롭고 독립적이며 아름다워서 특별한 건 사실이다. 고양이가 우리에게 마음의 안정과 소속감과 즐거움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고양이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Peter Gethers, <Cat Abroad> 중. 발췌 더보기 ▶
한국에서 발간된 1편 파리에 간 고양이에는 안나와 있지만 원서의 껍데기에는 노튼의 사진이 나와있다는 얘길 2편에서 읽고는, 당장 웹을 뒤졌고, 구글에서 원서의 표지 사진을 구했다. 그리고 이 블로그를 알게 되었다.
이렇게 써놓으니 꽤 산만했지만, 저 그림들과, 책들과, 그리고 블로그에서 읽었던 글들과, 거기서 흘러나왔던 몇몇 음악들은, 내 마음을 흔들었다. 지금의 내 삶을 더이상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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