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몇편의 영화를 주말에 몰아서 한꺼번에 보면 나중에 기억이 하나도 안난다.
이젠 평일에 야근하고 와서 영화를 한편씩 본다(낮엔 죽도록 졸리다).
얼굴이 둥글고 엉뚱하고 고집스러운 죠제는 윤수를 생각나게 했고(어린 시절의 죠제조차 어린 시절의 윤수랑 똑같다),
잘생긴 남자주인공은 우리회사의 이모씨를 생각나게 했고(생긴거 말고 까부는거),
그리고 첫장면과 중간중간에 나오는 사진들은 언젠가 비온 후 산책 나갔던 한강변을 생각나게 했다.


일본은 뭐든 작다. 사람도, 길도, 집도, 지하철도,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도...
나쁜 뜻은 아니다. 그저 올망졸망하다는 뜻일 뿐.
아, 그러고보니 제일 생각나는 것은 일본에 있는 이모씨로군.
정말 보고싶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계절, 겨울이다.
나는 추운게 진짜 싫다. 출근길에 걸어가다가도 괜히 눈물이 난다. 추워서... -_-
내 인생의 모든 사건 사고는 늦가을이나 초겨울에시작되었다.
추운 겨울을 날 양분이 필요했나?


영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분노하는 죠제는, 집착하는 죠제는, 슬퍼하는 죠제는 윤수가 아니네.
너무 정많은 잘생긴 남자주인공도 울회사의 이모씨가 아니네.
아아 이래서 난 현실이 좋아...
너무 집착하고, 너무 사랑하고, 너무 울고, 이런 것은 아무래도 싫어.


아직도 안끝났네.
연신 냉장고에서 맥주 캔을 꺼내는 날 보는 고양이들의 눈빛.
'이봐, 이젠 그만하지?'
근데말야. 고냥이들아.. 이제 겨우 수요일인데 난 벌써 너무 많은 일을 해치웠다구(흐뭇... ^__^).


------------------
죠제 : 눈 감아봐. 뭐가 보여?
남자(이름이 안나오네 계속) : 아무것도.. 깜깜해.
죠제 : 그곳이 옛날에 내가 있었던 곳이야.
남자 : 어디?
죠제 : 깊고 깊은 바닷속. 난 그곳에서 헤엄쳐 온거야.
남자 : 뭐때문에?
죠제 : 너랑 이세상에서 제일 야한 짓을 하려구.
남자 : 그랬구나. 죠제는 해저에 살고 있었구나.
죠제 : 그곳에는 빛도 소리도 없고 바람도 불지 않고 비도 내리지 않아. 너무도 고요해.
남자 : 외롭겠다.
죠제 : 그다지 외롭지는 않아. 애초부터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단지 아주 천천히... 시간이 흘러갈 뿐이지.
난 두번 다시 그곳으로는 돌아갈 수 없겠지. 언젠가 네가 없어지면
미아가 된 조개껍데기처럼, 혼자서 바다 밑을 데굴데굴 굴러다니게 되겠지
...
하지만 그것도 괜찮아.

-------------------

그래. 괜찮아.
괜찮아...

덧붙임 : 죠제 역을 맡은 여배우

'읽고보고듣고.review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몸의 역사  (13) 2005.06.28
Jane Goodall  (8) 2005.06.21
CLOSER  (7) 2005.02.11
크리스마스 이브, 관계, 그리고 커피와 담배  (16) 2004.12.26
주말, 두 편의 영화  (23) 2004.08.01
범죄의 재구성을 보다  (11) 2004.07.04
삼청동. 스위스 냄새를 맡다  (6) 2004.03.21
서양화가 김점선 전시회를 가다  (10) 2004.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