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5 가니메데인들을 그리며
2024-12-15 15:03 사실 이런 영상이 보고 싶었다. 계엄 이후로(미안하지만 평소엔 안본다ㅋㅋ) 내 유튜브 피드는 이미 오마이뉴스와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유시민으로 도배가 되어 있기 때문에, 반대쪽에 서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다행히(?) 굥의 지지자인 지인의 지인이 단톡방에 올렸다는 링크를 입수해서;;; 볼 수 있었다(이분 소중한 분이다… 내 주변에서는 이런 분을 찾기 어려움🥹). 링크는 하지 않겠다. 원한다면 캡쳐한 제목으로 유튜브 검색하면 나올 것이다.
영상에 굥이 많이 나와서 스킵스킵하며 봤는데, 한국 유튜버가 Capitol Report라는 언론사의 짧은 뉴스를 녹화한 후 중간중간에 굥의 담화문 발표 영상과 자기 의견을 길게 넣어 만든 영상이다. 댓글에 보면 굥의 계엄령은 꼭 필요했으며, 굥을 수호해야 하고, 부정선거를 밝혀내야 한다는 글과 좋아요가 가득하다. chatGPT에게 물어보니 이 언론사는 뉴욕에 위치해있고 2001년 중국의 파룬궁 수련자들이 만든 마이너 언론사이며 주요 고객층은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인 듯.
처음에는… 영상은 그렇다치고 댓글을 읽으며 조금 화가 났다. 이 사람들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나, 어째서 이렇게 어리석은가, 생각했다. 그리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영상과 댓글의 내용에 대한 시비를 판단하는 기능을 잠시 끈 채로 댓글을 읽었다. 그 사람들은 나나 내가 아는 사람들과 똑같다. 자신이 살면서 경험했거나 읽고 보고 들었던 것을 기반으로 세상을 판단하고, 옳은 것이라고 믿는 것을 지지하고, 애써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하고 있었다(물론 개중에 뭔지 모를 자신의 이익을 위해 글을 쓴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있다).
얼마전 실상사에서 도법스님 뵈었을 때 정치 얘기도 잠깐 나누었다. 스님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정치 상황을 이야기하셨고, 나는 모든 게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데 정치만 야만 시대의 형태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스님께 물었다.
“경쟁하고, 싸우고, 이긴 자가 진 자를 억압하고, 이런 건 너무나 오래된, 인간의 본능 같은 게 아닐까요? 인류가 이걸 넘어설 수 있을까요?”
스님은
”원래 그런 건 없어. 다 인간이 만든 거고 넘어설 수 없는 건 없어. 다만 힘들고 오래 걸릴 수는 있지.“
라고 하셨다.
민주주의.
이정도 했으면 우리는 이제 절대적으로 옳고 그른 그 어떤 세력도 개인도 없다는 걸 알 때가 됐다. 이기고 지는 게임, 승리한 소수의 통치, 억압과 투쟁, 다시 이긴 자의 통치, 대다수의 고통. 이런 형태의 정치에서 인류는 이제 벗어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우리가 원하는 건 새우들의 평안한 일상, 네 편이든 내 편이든 상관 없이 어떤 새우도 불필요한 고통을 겪지 않는 것, 그런 거다. 정치는 그걸 위한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관리 역할만 해주면 된다. 영웅 왕고래 같은 것도 필요 없다. 어떤 왕고래가 옳으니 그르니, 똑똑하니 멍청하니, 깨어있는 현자니 못돼먹은 돼지니, 그런 건 중요하지 않고, 그런 게 새우들의 삶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견고한 시스템을 갖춘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문득 오래 전에 읽은 SF 소설 <별의 계승자>에 나온 가니메데인들의 이야기가 떠올라서 찾아봤다(마지막 이미지 참고). 이 소설을 읽으며 가니메데 행성 같은 곳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지구도, 지구 인류도 아마 그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쩌면 내 생에서 그걸 볼 수도 있겠지.
이기고 지는 걸 떠나서 다 같이 고민하고, 다 같이 잘 이해하고, 다 같이 가야 한다. 우린 다 같은 것으로 만들어진 존재고, 다 같은 본성과 마음, 잘 살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일단 며칠 전 굥이 발표한 담화문에 민주당에서 조목조목 반박하며 내놓은 자료를 퍼다가 그 ’소중한 분‘께 전달해달라고 보냈다. 그리고 하루빨리 그 ’아픈 사람들‘을 격리해서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 <별의 계승자> 발췌 더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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