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2019-09-17 20:17 해가 진 개천길을 음악을 들으며 걸었다. 검은 밤하늘, 시원한 바람, 가벼운 발걸음, 음악. 오감에 와닿는 모든 것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 겪는 것처럼 선명하고 아름다웠다. 문득 깨달았다. 이건 아주 오래 전 내가 술을 (많이) 마시던 시절, 딱 어느 정도로 취했을 때만 잠깐 가질 수 있었던 그 느낌이네.

그 느낌, 그 순간 때문에 술을 마셨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거나 멈춘 것처럼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이 온몸의 감각 기관에 선명하게 와닿는 순간. 그 순간을 가능하면 길게 늘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 순간의 아름다움만이라도 남겨놓고 싶어서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려고 하지만 몸은 빠르게 그런 것들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남는 건 다음 날의 숙취와 절망 뿐인 나날들이었다. 나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모든 삶의 순간을 그렇게 살고 싶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술을 마시지 않고도, 악마에게 영혼을 팔지 않고도, 그냥 음악을 들으며 시원한 밤의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그 느낌을 가질 수가 있었네. 게다가 지금은 그것이, 마치 다른 세상의 한 조각을 훔치는 것처럼 맛보았던 그 기쁨이 사실은 내 안에, 우리 모두의 안에 원래 있었고, 어쩌면 마땅히 누릴 수 있고 그래야 했던 것이라는 사실도 어렴풋이 알겠다. 기억나지 않는 어린 시절 느꼈던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기쁨의 느낌들이 순간순간 플래시백처럼 떠오르는 일이 잦아졌고, 그런 순간들이 점점 길고 선명해졌다. 마치 뇌를 말끔히 세척해 다시 집어넣기라도 한 것처럼. 그리고 그 원초적인 기쁨과 평화는 점점 더 길고 흔들리지 않는 상태가 될 것이다.

이게 내가 원했던 삶이다.
가능하면 다른 사람들도 이걸 알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건 또 그들의 인연이고 삶이라는 것도 알겠다...
‘모든 존재가 고통 없음을 아는 기쁨에서 멀어지지 않기를.’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게 아니라 원래 갖고 있던 것을 보고 아는 것.
아직은 알지 못하더라도, 너무 멀어지지 않기를.
언젠가는 당신이 원할 때 고통과, 고통의 원인에서 벗어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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