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방울이는 오늘 중성화수술을 받고 왔습니다.
이런 일이 처음인 저는 여기저기 뒤지고 알아보고 한 끝에 그래도 가깝고 고양이들 수술 경험이 많은 선생님이 계시다는 송파역 쪽의 '잠실종합동물병원'에 예약을 하고 갔어요.
모르고 아침을 먹였는데, 그러면 오후 3시에나 수술이 가능하다고 해서 오후에 갔지요.

수술 전의 씩씩한(!) 방울이

방울이의 것으로 추정되는 빠진 이빨들.
(맨 왼쪽은 크기 비교를 위한 10원짜리 동전과 달팽이.
음, 근데 크기 비교는 왜 필요했던가... -_-)

방울이를 케이지에 넣고 혼자 지하철을 타고(우리 방울이, 진짜 무거워졌더군요 ㅠ.ㅠ) 병원을 찾아갔습니다.
의사선생님인지 아닌지 모를 어떤 언니가 이것저것 물어보시고 챠트를 쓰고 마취주사를 놓은 뒤 잠깐 기다리라고 하시고는 어디로 데려갔다 5분 쯤 뒤에 나오셨습니다.
병원은 그리 깨끗하다는 느낌은 안들었고, '해리포터'라는 목걸이를 단 뚱뚱한 고양이가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우리 방울이 주변에 접근하려고 하길래 제가 손바닥으로 막았지요.
나중에는 방울이 케이지에까지 들어가서 안나오더라구요(쳇).

하여튼 그 언니한테 안겨서 나온 방울이는 마취가 안풀려서인지 일어서지도 못하고 눈이 완전히 풀려있는데, 케이지에 넣어도 몸을 못 가누더군요.
그런 방울이 모습을 처음 보는 저는 겁이 나서 조금 정신이 들 때까지 병원에 있다 오기로 하고 기다렸습니다.

아, 거기는 카드가 안된다더군요. 다른 곳은 7만원인데 이 병원은 싸게 5만원이라서 그렇다는데요...
그래서 약간 정신이 든 우리 방울이를 케이지에 넣고 돈을 찾으러 나갔다가 와야 했습니다.
방울이가 정신도 못차리는데 이리저리 흔들면서 지하철을 타면 안될 거 같아서, 택시를 타고 집에 왔습니다. 도중에 택시 안에서 살펴보니 정신을 차렸는지 목을 가누기 시작했어요.
집에 내려놓으니 제발로 걷긴 하는데 뒷다리가 X자로 꼬이고 화장실도 혼자 못 들어가서(턱이 좀 높아요) 번쩍 들어 화장실에 넣어주어야 했습니다.

원래 수술하면 이런건가 하고 가슴이 조마조마한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래도 밥을 주니 잘 먹습니다.
쌍둥이 동생 키키는 지 형이 중성고양이가 되어서 온 것을 아는지, 다른 때처럼 싸움을 걸거나 하지 않고 옆에 조용히 앉아서 그루밍을 해주더군요(좀 있으면 자기도 겪어야 할 일이라는 것을 알까?).

하여튼 부쩍 쓸쓸해진 중성의(!) 눈빛으로 풀이 죽어 있던 방울이는 좀전에 잠이 들었습니다. 몸을 돌돌 말고 자는데 방울아~ 하고 불러도 귀바퀴조차 움직이지 않아서, 혹시 죽은 건 아닌가 하고 가슴이 철렁해서 깨웠어요. 이전에 토끼 기르다가 갑자기 죽은 생각이 나서...
코끝이 다른 때보다 좀 뜨겁긴 한데, 이불 덮어주고 쓰다듬어주니까 이젠 몸을 쭈욱 뻗고 편하게 잘 자고 있네요.

수술 후 방울이

우울한 방울이를 달래주고 있는 키키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방울아, 건강해야돼~ 하고 몇번씩이나 속삭여주었습니다.
고양이 키우는 것도 이런데, 애들 키우는 엄마들은 어떨까 생각하니 웬지 가슴이 울렁울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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