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티스토리로 옮기고 나서 꽤 만족하고 있는 편이지만, 글쓰기 모드에서만은 마음에 안드는 점들이 있어서, 요즘은 Zoundry Blog Writer를 쓰고 있다.
태터(티스토리)의 글쓰기 모드에서 가장 마음에 안드는 점 하나만 밝히자면 이렇다.

문단을 나누고 싶은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글을 쓸 때, 생각의 흐름이 바뀌는 부분마다 글 덩어리를, 즉 문단을 나눈다. 문단을 나누고 소제목을 붙여주면 읽는 사람 입장에서도 쉽게 전체 내용을 파악하고 불필요한 부분을 뛰어넘을 수 있어서 좋다. 이렇게 모든 문서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모양만 보거나 대충 훑어만 봐도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있도록 외형도 디자인되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내 글을 읽으면서 시간 낭비를 하지 않도록.

그렇지만 사실 논문이나 보고서도 아닌 개인 블로그에 올리는 글의 경우, 모든 사람들이 모든 글을 형식에 맞춰서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꼭 그러고 싶다면 뭐, 띄어쓰기 안한채 두시간 반짜리 영화 줄거리를 쓰고 싶다면, 그렇게 해야지 어쩌겠나.)
어쨌든 내겐 문단을 나누는 기능이 꼭 필요하다.
그것도 <p> 태그를 써서 나누고 싶다.

문단 구분과 글줄 구분의 차이 = <p>와 <br>의 차이

원래HTML에서는 <p> 태그를 넣으면 한줄 정도 공백이 생기고 그 다음줄이 나온다. 즉 <p> 태그는 문단과 문단을 구분해주는 태그이다. 이에 반해 <br> 태그는 문단의 구분이 아니라 문단 내에서 글줄만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드림위버 등의 HTML 편집기들에서는엔터를 쳤을 때는 문단이 구분되고(<p>태그), shift+엔터를 쳤을 때는 글줄이 바뀐다(<br> 태그). 나는 이 방식에 익숙해져 있다.

MS Word 같은 클라이언트측 어플리케이션의 경우, HTML 문서와는 달리 문단 사이의 공백이 없는 것이 default이기 때문에 엔터를 눌러도 글줄만 바뀌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기도 사실은 엔터를 누르면 문단이 바뀌고, shift+엔터를 누르면 글줄이 바뀌는 것은 동일하다(문단 사이의 간격을 조정해보면 문단이 바뀌는지 글줄만 바뀌는지 알 수 있다).

아마 이런 클라이언트측 어플리케이션 느낌을 구현하려고 했는지, 언젠가부터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포털 블로그들에서 문단 사이의 공백을 모두 없애기 시작했다(<p> 태그의 아래위 margin을 모두 줄였다). 즉, 엔터를 눌러도 문단이 바뀌는게 아니라 줄만 바뀌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이렇게 되면 일반 사용자들은 아마 문단이 분리되어 보이게 하려고 엔터를 두번씩 눌러주실 것이다(몇군데 블로그를 돌아다녀보니 다 그렇더라). HTML의 디폴트 설정을 그대로 쓰기만 하면 될 것을, 중간에 쓸데없이 빈 문단들이 들어가게 되는 거다. 코드 낭비에 CSS 낭비.
그래 뭐, 거기까진 좋다고 치자. 빈 문단이 들어가면 어때, 쓸데없는 CSS 다 좋다.
어쨌든 한번이든 두번이든 엔터를 누르면 <p> 태그가 들어가고, 문단이 나눠지긴 하는거쟎아. 게다가 파란 블로그 같은 경우는 CSS 편집이 되기 때문에 일부러 줄여놓은 <p> 태그의 마진을 다시 디폴트 값으로 돌려주기만 하면 엔터 하나로도 문단 구분이 된다. 그런데...

태터에서는 <P> 태그를 넣을 수가 없다

희한하게도 태터는 모든 엔터를 <br />화한다. Edit 모드에서 아예 <p> 태그를 넣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거다. (탭을 누른 채로 엔터를 잽싸게 같이 누르면 되긴 하는데 일부러 그렇게 만든 건지는 잘 모르겠다. 되다 안되다 하고 잽싸게 안누르면 포커스가 글쓰기 창 밖으로 나가버린다. 아무래도 그게 탭의 본성이니까 ㅡ.ㅡ)
* 이글루스는 더 심하다. 편집 모드에서 엔터를 누르건 shift+엔터를 누르건 HTML 모드에서 아예 <p>도 <br>도 안들어간다. (제로보드 편집기의 HTML 모드처럼, HTML 모드에서도 엔터는 그냥 줄바꿈일 뿐. 그래서 이글루스를 안썼다.)

처음엔 HTML 모드로 들어가서 <p></p> 태그를 일일이 넣어주다가 그만 짜증이 나버렸다.
물론 아까 말한 대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엔터를 두번 눌러주실 것이고, 문단은 <br><br>로 구분이 될 것이다.
뭐 그래, 비알 비알, 구분은 된다 ^^.

근데 왜 꼭 <p> 태그로 문단을 나눠야 하나?

인간은 <p> 태그로 문단을 나누든 <br> 태그로 문단을 나누든 상관없이 떼어진 문단을 구분하고, 소제목도 구분해서 인식할 수 있다. 하지만 컴퓨터는 그렇지 않다. 정해진 HTML 규약에 따라, <p>는 문단 구분으로 인식하고 <br>은 글줄이 바뀐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기계와 기계가 서로 소통하고, 기계가 문서의 구조와 내용을 파악해 인간 주인님에게 적절한 정보와 서비스를 물어다 줄 수 있는 semantic web을구현하자고 난리들이다. 그렇다고 일반 웹사이트를 갑자기 모두 RDF 규약에 맞추어 만들 수 있나? 몇년 전부터 거세게 일어난 '웹 표준'의 움직임은, 적어도 웹 문서를 HTML의 기본 룰에 맞게 구조화해서, 문서 내용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떤 것이 제목이고, 어떤 것이 소제목이고, 한 문단은 어디까지고, 어디는 인용문이라는 것을 기계도 알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물론 웹 표준의 목적과 방향이 이게 다는 아니고, 기계가 문서의 내용을 이해할 때 제목과 소제목의 구분만큼 문단의 구분이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Persona님의 블로그에서 보고 쓰게된 Zoundry Writer는 그런 면에서 마음에 든다. 웹 문서의 디폴트 속성 대부분을 그대로 유지한 글을 쓸 수 있게 해준다. 티스토리 태그를 지정할 수 없는 것 따위는 그냥 조금 불편할 뿐이고, 아마존이나 이베이, 플리커 등의 상품이나 이미지, 혹은 링크를 검색해서 바로 포스트에 포함시킬 수 있는 기능들은 정말 편리하다. (다만 소제목인 <h2>, <h3> 등을 지정할 수 있는 버튼도 있었으면 한다.)
한국에도 빨리 이렇게 다른 서비스 검색 기능과 결합된 블로그 전문 글쓰기 툴이 나왔으면 좋겠다. 책, 영화, 제품 정보 좀 쉽게 올릴 수 있게.
(아마 조만간 나올 거다 ^^)

얘기가 좀 길어졌다.
이 생각을 해보자. 요즘 세상에 코더들이 만들어내는 웹 컨텐츠가 전체 웹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나 될까? 웹 표준이란 말을 들어보지도 못했을 일반 사람들이 수많은 설치형, 또는 포탈 블로그의 글쓰기 툴을 통해 만들어내는 컨텐츠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한마디로 글쓰기 툴 하나 잘못 만들어서 수많은 비알비알들, 즉 바람직하지 못한 구조를 가진 컨텐츠들이 양산된다는 것이다. (아까 다른 포털 블로그들에서 빈 문단 들어가는 것, 괜찮다고 했지만 농담이다. 사실 그것도 괜찮지 않다 :-0)

그냥 뭐든 기본에 맞게, 이상하게 덧붙이거나 변형하거나 수를 쓰지 말고, 기본에 맞게만,
그렇게만 만들어줬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