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지난번 새우, 바나나, 버섯 3종 감자 크로켓의 대장정 이후, 이번에 야채를 넣은 감자 크로켓을 65개 만들어 냉동실에 넣었다. 때마침 생애 최초의 단식을 시작하던 날이었지만, 원래 요리 하면서 먹고싶다는 생각이 별로 안드는 편이라서 별 지장은 없었다(힘이 없어서 아주 천천히 만들어야 했던 것 외에는).

아래 재료는 내가 만든 것의 반씩이니 이걸로 지름 5cm, 두께 1.5cm 이하의 원형 감자 크로켓 30개 이상을 만들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웹을 뒤져보니 고기나 치즈, 삶은 계란 등을 넣는 것이 일반적이던데 원래 먹지 않는 것들이라 뺐고, 계란은 어차피 들어가는 거라 삶은 계란만 넣었다(다음부턴 삶은 계란도 빼야지). 지난번에 감자와 바나나 4개만으로 만들었던 미상유 님의 감자 바나나 크로켓도 달콤한 게 맛있었다.


재료

주재료:

  • 감자 중 5개(1kg)
  • 양파, 삶은 계란 1개씩
  • 껍질 벗긴 새우, 당근, 브로콜리, 새송이버섯 100g씩
  • 감자 외의 재료들은 빼거나 더해도 되고, 이 외에 피망, 완두콩, 치즈 1-2장을 넣어도 된다. 

양념:

  • 카레 1T
  • 파슬리와 바질 가루 2t씩
  • 소금, 후추가루
  • 올리브유 1큰술

튀김옷:

  • 밀가루 1/2컵
  • 달걀물 : 달걀 3개를 풀고 소금, 후추 적당히(뭔가 잘못했는지 몰라도 달걀이 의외로 많이 필요했다)
  • 빵가루 2컵(식빵 10장 정도. 빵가루는 식빵을 사서 직접 만들었다. 맨 아래 만드는 법이 있다)

만들기

1. 감자 껍질을 벗긴 후 큼직하게 썰어 큰 그릇에 담고 전자렌지에 15분 정도 익힌 후 뜨거울 때 으깬다. (지난번에는 이렇게 절구공이로 으깼는데 이번엔 쿠이지프로의 감자 으깨는 기구를 사서 좀 쉬웠다.)

2. 새우, 버섯, 양파, 당근, 피망 등은 다져서 프라이팬에 기름을 조금 두르고 볶는다. 완두콩은 끓는 물에 10분 정도 익히고, 브로콜리는 끓는 물에 파랗게 될 때까지 잠깐 데친 후 다진다. 삶은 계란도 다지고. 익히고, 다지는 거다.

지난번엔 모든 재료를 칼로 다지느라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였는데, 그 후 게푸(Gefu)의 수동 야채 다지는 기구를 사서 이번에는 쉽고 빠르게 다졌다. 푸드프로세서를 살까 하다가 고기를 갈 일도, 빵이나 밀가루 반죽을 할 일도 없다는 생각에 저렴한 수동 기구를 샀다. 다져진 야채가 밑으로 잘 내려가지 않는다거나 씻을 때 칼날에 양파 속껍질이 걸려있는 등의 단점도 있지만, 전기를 쓰지 않는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3. 모두 섞고 양념을 넣어 반죽한다. 후추와 바질, 파슬리 등의 향신료는 반죽이 뜨거울 때 넣지 않고 식은 후에 맨 마지막으로 넣어야 향이 산다.

4. 반죽을 동그랗게 한 숟가락씩 떼어 밀가루 위에 던져 굴린 후 손바닥으로 톡톡 눌러가면서 동글납작하게 빚는다. 기포를 빼고 단단하게 만든다는 느낌으로. 중간에 끈적하게 손바닥에 붙는다면 밀가루 위에 좀더 굴리면서 만든다. 그 후 달걀물에 담갔다가 꺼내서 빵가루 위에 몇번 굴린다(여기까지 하고 냉동실에 집어넣었다).

6. 180℃로 끓는 기름에서 겉이 약간 갈색이 될 때까지 튀긴다. 스프레이로 올리브유를 살짝 뿌려서 220도 오븐에 15분 구우면 더 담백하다고 함.


참고 : 빵가루 만들기

마트에서 파는 빵가루는 미국산 밀로 만든 데다 뭔지 모를 첨가물이 많이 들었길래 생협에서 식빵을 사서 직접 만들었다. 중간에 모자라서 할 수 없이 이마트를 뒤져 조선호텔 베이커리(데이앤데이)의 '담백한 식빵'을 사서 썼는데, 시중에서 파는 식빵 중에는 그나마 첨가물이 적게 들어있고 마가린이 아닌 버터를 쓴다. 

식빵의 낱장을 모두 떼어서 하루 정도 채반 같은 데 말린 후 전자렌지에 키친타올을 깔고 4장씩 1분 정도 돌린 후 꺼내어서 다시 채반에 1-2분을 말린다. 뜨겁게 해서 남아있는 수분을 날리기 위해서이다. 키친타올을 까는 이유는 식빵의 수분이 아래쪽에 고여서 식빵이 오히려 축축해지는 걸 막기 위해서.

미리 잘 말린 식빵이라면 한번 정도만 돌려서 말리면 되지만 막 사온 식빵은 세네번을 돌려도 습기가 남아있게 된다. 여하튼 잘 말려서;;; 아주 딱딱해졌을 때 4조각 정도로 부순 후 믹서에 넣고 pulse로 간다. 뚜껑을 끝까지 꼭 닫아야 한다. 다 된 줄 알고 뚜껑을 열었다가 마지막 돌아가는 날에 식빵 조각이 갈리면서 온 사방으로 튄 적이 있다. 한번에 돌리는 양은 반 이하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밑에서는 계속 빵가루가 갈리고 위에 있는 빵조각은 밑으로 내려오지 않는다. 

휴... 이렇게 하면 파는 빵가루처럼 입자가 크게 살아있지는 않지만 먹을 만한 빵가루가 된다. 빵가루를 약간 촉촉하게 적시면 튀길 때 속까지 잘 익는다고 하니 참고해볼만...하지만 귀찮아서 패스.

이것은 나의 (나름 정리된) 주방 :-)
그냥 기록해놓고 싶어서.

오후 햇살이 잘 드는 이 집에서는, 해가 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지는 햇살을 받은 버전. 나는 이 작디 작은 주방을 꽤 좋아한다.

참고 : 푸드나라김옥란님, 카레를 넣는 것과 빵가루를 촉촉하게 하는 법은 맛짱님의 레시피를 참고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