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쩍거리는 번개에 차양을 두들기는 빗방울 소리가 무섭다. 창밖을 내다보니 바람에 휘몰아치는 비의 결이 보인다. 창문 열고 지지를 안아올려 창밖을 보여주니 내 어깨를 두 손으로 꼭 붙들고 매달려 한참을 꼼짝 않고 구경한다. 동그래진 두 눈, 내 심장 가까운 곳에서 콩콩 뛰는 심장, 내 어깨를 파고드는 작은 손톱들.
며칠전 아침,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사고 어두운 회색 길을 걷다가 문득 지지를 생각하고 웃었다. 희고 말랑거리고 부드러운 길쭉한 몸. 놀고싶어 안달이 나더라도 비루하게 구걸하지 않고 내 옆에 와 불만을 담은 눈으로 '애앵! 나랑 놀아줘야하쟎아!'라고 주장한다. 전혀 못알아듣겠다는 표정을 한 채 '뭐라고?'라고 물으면 눈 양쪽 끝이 처지고 입이 좀더 커지면서 '애앵! 애앵!'이라고 대답한다. 욕실에서 로션을 바르다가 거울로 슬쩍 훔쳐보면 내 뒷모습을 보며 눈을 천천히 꿈뻑거린다, 좋아서. 그러다 내가 홱 뒤돌아보거나 나와 눈이 마주치면 슬쩍 눈길을 피하며 고개를 돌린다. 그런 년.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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