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2024-05-18 토

잡글 2024. 5. 18. 14:19

2024-05-18 06:59 집이 텅 빈 것 같다.
지지가 있던 자리들을 볼 때 마다 멍해진다.
버디가 있는데도, 버디까지 다 떠난 집을 생각하며 마음이 휑하다. 고양이들을 처음 만났던 먼 과거부터 아직 일어나지 않은 먼 미래까지, 마음은 한 순간에 여기저기를 오가며 탄식하고 무너진다. 하루가 끝나고 고양이들이 없는 집에 돌아온 나를 생각한다. 나의 30대가 그랬다. 완전히 다른 삶이었다.
고양이들이 집에 있던 시절은 따뜻했다. 어디를 갔다가도 항상 집에 돌아와야 했고, 항상 바쁘게 움직여야 했고, 어디에 있어도 내 곁에 고양이들이, 아름다움이, 다정함이 있었다.
그립다.
삶에 더이상 하고 싶은 것도, 보고 싶은 것도, 아무런 아름다운 것도, 반짝이는 것도, 아무것도 없을 것만 같은 끔찍한 생각이 든다. 사실이 아니겠지만.
하지만 다시 그 모든 걸 반복하고 싶지는 않다.

..........

집에 있을 수가 없어서 밖으로 나왔다. 누룽게이와 긴 통화를 했다. 마지막에 누룽게이는 조카3호가 어렸을 때 이야기를 해 주었다. 조카3호가 한 살이 되어 이유식을 시작하고 밤 수유를 끊어야 했을 때, 처음으로 이발소에 가서 바리깡으로 머리를 깎았을때, 눈썹 위가 찢어져 병원에 가서 상처를 꿰매야 했을 때, 미친 듯이 우는 아이를 진정시켰던 것은 어르고 달래거나 주의를 돌리는 행동이 아니라 정신을 차리고 지금 자신의 상황이 어떤지 알아차리게 하는 단호한 신호나 질문들이었다는 것을. 가끔은 누군가 (애정을 가지고) 그 신호들을 보내줘야할 때도 있다는 것을.
지금 여기에 고통이 있어?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답은 쉽다.
어디에도 고통은 없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 뿐이다.
오늘 하루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해봐야겠다.

……….

한때 나의 사무실 혹은 작업실 같았던 곳. 코로나 이후 오지 않았는데 작년엔가 잠깐 들렀었지. 지난 5년은 내 인생에서 가장 intense했던 나날이었다. 이제 한 막이 끝나간다.

2024-05-18 14:18 눈이 부신 이승의 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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