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09 화
2022-08-09 14:17 버팀목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지난 4년간 2%대 이자율로 일반 전세대출을 받아왔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라 지난달 한국 기준 금리가 사상 최대 폭으로 인상되었고, 그래서 전세대출 이자율도 두배가 넘게 뛰었다. 조만간 10%까지 오른다는 얘기도 있다. 나같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버팀목 대출은 이자율이 1.9 ~ 2.4%이고 시중 금리와는 상관 없이 이자율을 국토교통부가 정한다. 너무 비싼 전세는 안되고, 일정 소득을 넘지 않아야 하고, 하지만 또 꾸준히 소득이 있어야 받을 수 있다.
2년 이상 근무한 직장인은 재직증명서를 내면 받을 수 있지만 프리랜서는 쉽지 않더라. 지난주에 지금 일하는 회사 서류 담당자와 팀장님, 대표님한테까지 부탁해서 받은 ‘위촉증명서’를 오늘 은행에 제출했는데 기간이 올해부터라서 안된다며 같은 회사에서 일했다면 기간을 작년 7월부터로 해서 다시 서류를 받아올 수 있냐고 하더라. 그 서류도 어렵게 받은 건데ㅜㅜ. 게다가 작년 7월부터 같은 회사에서 일하긴 했지만 중간에 자회사 프로젝트가 끼어서 법적으로는 다른 회사인 복잡한 상황;
안되는 건가 보다 했는데 (지난주에 휴가를 다녀오신) 나의 대출 담당자가 ‘무소득이라도(그렇다 내가 프리랜서로 연 일억 넘게 벌었어도 대출의 세계에서 나는 그냥 ‘무소득자’로 분류된다(참고 1)…) 건강보험납입증명으로 신청이 가능하다’며 가능 금액을 확인해주셨다. 정말 딱 지금 필요한 금액 만큼이 나오더라. 아빠랑 형제들이 모아서 빌려준 돈과 내 명의의 연금보험계약 대출까지 다 땡기고도 모자라는 돈이. 무소득일 때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나도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안되겠구나'했는데 된다는 걸 보니 뭔가 더 복잡한 룰(…)이 있는 듯. 여튼 이렇게 해서 회사 서류 없이도 오히려 0.2% 더 싼 이자로(버팀목 대출은 소득이 낮으면 이자가 더 싸다) 필요한 금액을 대출받을 수 있게 됐고, 이사도 갈 필요가 없어졌다.
인생사는 뭘 어떻게 아둥바둥해도 항상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풀린다는 걸 또 한번 실감했다. 그 방식은 나를 비롯한 많은 다른 사람들의 삶이 얽힌 복잡한 조건에 의해 결정되고, 나는 그걸 다 예측하거나 헤아릴 수 없다는 사실도. 거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 친절한 마음을 갖는 것 뿐이다. 우리 인생사의 고마운 일들 중 많은 부분은 우리가 잘 모르거나 전혀 모르는 타인들이 자신의 삶과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에서 온다. 거기에 더해, 다른 존재의 힘든 상황에 공감하고 그들의 삶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본능적인 연민심이 인류 전체를 지탱해왔다. 나이가 들면서 이걸 온 몸과 마음으로 이해해가고 있다.
몇년 전 일하면서 사람 문제로 많이 힘들었을 때 "세상에 공짜가 없네요" 했더니 도법스님이 그러셨다.
"공짜가 왜 없어? 인생이 공짠데."
공짜 인생.
모든 것이 너무 고맙다.
또다른 일이 생겨서 힘든 상황이 또 오고 울고불고 하겠지만 그것 또한 어떻게 어떻게 풀리고 지나가겠지. 큰 강을 건너듯 물결 따라 흔들리며 가겠지.
나도 다른 지구 동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아야지.
큰 비를 뚫고 전철역 앞 청국장집에 가서 점심을 배부르게 먹었다.
참고 1) 그렇다고 내가 작년에 일억이 넘게 벌었다는 건 아니다…
2022-08-09 21:49 버디가 며칠째 밤낮 없이 이상한 소리로 울어댔다. 울고 고양이방 구석에 시무룩하게 있고, 또 나와서 울고의 반복. 오늘은 새벽까지 울어대서 잠을 제대로 못잤다. 조금 전에도 운동하는데 다른 방에서 계속 울어서 데리고 나와 거실의 버디가 좋아하는 의자에 앉혀놓고 얘기를 했다.
버디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내내 함께했던 엄마 루시가 그렇게 갔는데, 병원 갈 때 잠깐 검사하고 집에 금방 돌아올 줄 알고 갔다가 다음날 아침 죽은 채 돌아왔는데, 버디한테 아무도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는 걸 그때야 깨달았다.
한참을 버디 눈을 들여다보며 엄마가 어떻게 갔는지 말해주었고, 좀더 일찍 말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엄마가 갔지만 내가 네 곁에 있다고, 내 곁에 건강하게 행복하게 오래 있어달라고, 나도 루시가 많이 보고 싶다고,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버디는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 후로도 내가 운동을 마칠 때까지 한참을 조용히 엎드려 있었고, 나와 눈이 마주쳤을 때 천천히 눈을 깜빡거렸다.
고마워. 자기 생각 밖에 못하는 못난 동거인을 이해해줘서 고마워.
#그렇다이모든것은나를위한것이다😳
#kitten_birdie
지지랑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라고, 이제 둘만 남있다고 잔소리도 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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