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파견일지 +03

일.work 2006. 4. 5. 23:15

음, 오랜만에 파견을 나갔다. 본사와 가까운 역삼역으로.
월요일 새벽까지 야심 만점의 내부 서비스 기획과 디자인을 마치고 가려고 좀 무리를 했고, 그 여파로 월요일 파견 첫날은 비몽사몽에 시달리며 배경 문서를 읽고 찾고 물어보고... 화요일은 역시나 길치답게 또 출근길을 못찾아 헤맸고, 음... 오늘은 수요일.이구나...

사실 난 파견이 좋다. 한 회사에 오래 있다 보면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문화를 접할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에 파견이 좋은 자극제가 되곤 한다. 게다가 같은 분야의 서로 다른 회사에 각각 파견을 가보게 되면, 보고서나 자료에서가 아니라 정말 몸으로(?) 그회사의 문화와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게 된다.그 회사의 어떤 문화가회사를 성공으로 이끄는지, 또 어떤 프로세스가 회사의 발전을 저해하는지, 그런 것이 점차 눈에 보이게 되는데, 그게 참 재미있다.

파견을 나간 사람으로써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것은역시 한 회사의 의사결정 과정이다. 애플과 소규모의 비즈니스 협상을 하러 갔다던 어떤 업체 담당자의 이야기가 떠오르는데(역시나 어디서 읽었는지는 기억 안남), 의사결정 과정에서 애플측 담당자는 "이 결정을 하려면 스티브가 필요한가요? 지금 그를 불러올까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합리적이고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할 때는 회사의 모든 리소스를 즉각 동원할 의사가 있고, 지금까지도 그렇게 해왔다는 이야기다.

두번째로 그 회사 내부의 정보 공유 방식을 알게 된다. 어떤 회사는 부서간 과업 경쟁이 너무도 치열해서 서로 어떤 일을 진행하고 있는지 공유가 안되어, 중복되는 성격의 파일럿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경우도 있고, 어떤 회사는(이 회사는 얘기로만 들었다) 부서간 뿐만 아니라부서 내에서도 부서원 개개인의 눈에 보이는 성과를 너무도 중요시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부서 내에서도 지식 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그런 면에서 지금 파견나온 회사는 굉장히 유연하고 빠르다는 느낌.

물론 파견을 나간업체를 맞는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도 평가를 하게 될 것이다. 이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해왔느냐는 그 전에 이미 알겠지만, 실질적으로 이 회사가 어떤 프로세스로 일을 진행하고, 보고하고,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를, 회의를 통해, 보고서를 통해, 산출물을 통해대개는 2주 안에 평가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출퇴근길에 미친병아리님 블로그에서 발견한 데드라인을 읽고 있다. 결국 어떤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끄는 힘은(성공의 기준은... 음... -_-) 프로젝트 구성원 개개인에게 얼마만큼의 동기 부여를 해주느냐 라는 이야기. 공감하지만 아직 내가 잘 못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한가지.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는 상상력에서 나온다. 언젠가 읽은(어딘지 또 생각 안남 -_-) 글에서는, 포드 자동차 회사에서 초기에 고객집단이 원하는 것을 물었을때 "지금보다 더 빠른 말을 원한다"라고 대답했을 거라고 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상상력. 그리고 나의 클라이언트에게 필요한 것은 수용성.아주 뻔한 것에 대해 다시 되짚어보는 '질문'에 대한 수용성이라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재미있게 일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