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데이터를 내가 제어할 수 있게 해달라

뒷북인 감이 있지만 이글루스가 SK 커뮤니케이션즈에 팔린 것에 대해, 사용자 입장에서 나라면(사실 나도 이글루스 블로그를 쓰고 있었다. 백업용으로) 적잖이 반가워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설치형이 아닌 가입형 블로그를 쓰면서 가장 우려하고 있는 점은 서비스의 영속성이다. 이 서비스가 내 글과 자료들을 - 보잘것 없지만 - 십년, 이십년, 내가 죽을 때까지 안전하게 보관해줄 수 있을까, 내가 죽을 때까지 이 서비스가 지속될까하는 것.

자신의 가장 소중한 데이터를 네트 어딘가, 자신이 제어할 수 없는 곳에 차곡차곡 저장하면서 느끼게 되는 사용자들의 이런 불안감. 나는 그걸 나 말고도 내가 자주 가는 블로그들 곳곳에서 느껴왔다.내 자식들의사진과 이야기를블로그에 올린다면?내가 바라는 가장 행복한 케이스는 수십년 후 그 아이들이 커서, 엄마가 하루하루 기록한 그 글과 사진들, 그리고 그때 다른 사람들의 코멘트까지도 네트에서 찾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온네트는 좋은 서비스를 성실하게 제공해왔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회사였고, 블로그를 통한 수익만으로 회사를 탄탄히 유지하기에는 분명 어려움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SK 커뮤니케이션즈에서 서비스를 접는다고 해도 그 서비스와 데이터는SK의 거대한문어발 아래 어딘가에 흡수되어지속될 것이다. 적어도 15만 사용자의 데이터가 공중에 날라간다면 기업 이미지에 엄청난 타격을 입을테니. 나라면 서비스가 어떤 식으로 조금씩 변질된다고 해도 내 기록과 사람들이 나에게 남겨준 코멘트, 그 데이터의 안전성과 지속성을 더 우선시할 것 같다.

음, 내가 이 얘기를 시작한 이유는 이렇다. 그렇다면, 작은 회사가 사용자가 만들어낸 데이터에 대해 그 안전성을 보장해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대부분의 포탈 서비스의 경우, 데이터에 대한 사용자의 그런 요구를 알면서도아예 백업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 사용자를 자사 서비스의 울타리에 가두는 것이 능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테지만, 그런 근시안적인 생각 자체가 바로 새로운 사용자의 유입을 막는 요인이 된다. 물론 업계 1,2위를 달리는 업체의 경우,그런 걱정 하지 않아도 될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아직은'이라는 전제가 붙는다.

작은(?) 회사였던 온네트의 경우는 블로그 포스트를 pdf 파일로 저장할 수 있는 유료 서비스를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pdf는 널리 쓰이는 포맷이긴 하지만 인쇄와 열람용으로 만들어진 포맷이다. 즉 편집이 불가능하고 다른 곳에 그 데이터를 이용하는 데도 상당한 제약이 있다. 즉, 거기에 담긴 데이터는 "반은 죽어있다"고 생각한다. 그 데이터가 온전히 "살아있"으려면, 그 데이터를 나혼자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데이터가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다시 네트에 올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 그 데이터가 블로그 포스트였다면, 다시 다른 블로그에서 포스트의 형태로 복원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게 된다면, 사용자는 표준 포맷을 지원하는 어떤 서비스로든 쉽게 옮겨갈 수 있게 될 것이고, 그것은 어떤 서비스를 쓰든 자신의 데이터를 자신이 제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게 될 것이다. 질이 떨어지거나 사용자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는 서비스는 도태되고, 사용자가 많다고 해서할 수 없이 우루루루 따라서 그 서비스를 쓰는 경향도 줄어들 것이다(그래, 난 그런 것 아주 싫어한다).

사실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얘기다.하지만 나는 표준과 개방의 흐름을 보고 있고, 그 힘을 믿는다. 그건 내가 lock-in이라는 말 자체를 싫어하는 성향을 타고났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_-; 나는 lock-in 되기도 싫고, lock-in 하기도 싫다. 성실하게 서비스를 만들고, 사용자의 요구를 수용하고, 꾸준히 개선해나가는 그런 서비스로 쉽게 쉽게 옮길 수 있고, 그래서 그런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이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짧게 쓰려고 했는데 원..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