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2019-03-04 17:18 방울이 전발치하러 민트동물병원 왔다.
혈액검사 결과는 좋았고, 세시반부터 30분간 수액 맞히고 네시부터 발치 수술 들어가서 저녁 일곱시 쯤 끝날 예정.

찡찡대는 방울이한테 잘 끝내고 나오라고 궁뎅이 두들겨주고 나왔다. 중간에 무슨 일이 있을지 몰라서 바로 옆 빵집 테이블에 앉아 기다리는 중(이동네는 왜 카페가 하나도 없니ㅜㅜ). 점심을 못먹었는데도 어쩐지 빵이 넘어가질 않는다.

시간도 많고 할일도 없으니 그동안의 경과와 오늘 혈액검사 결과를 정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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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부분발치 이후 경과
2016년 가을 변비 -> 황달 -> 구내염으로 2017년 2월 부분발치​. 부분발치로도 건강이 많이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구내염 증세는 계속 남아있고 몸무게도 조금씩 계속 줄었다. 황달이 오기 전 한창 때(?) 몸무게는 10kg가 넘었고, 황달이 왔을 때 7.7kg, 부분발치할 당시는 6.7kg였는데 작년 봄 5.3kg까지 줄었다가 지난 가을부터 조금씩 늘어서 지금은 5.6kg를 왔다갔다하고 있다.

그동안 기록한 방울이 몸무게를 선생님 보여드릴려고 가져왔다. 그렇다... 나란 사람은 이런 데 시간을 쓰는 사람이다...​


변비 때문에 몇번 고생하고 나서 스스로도 변비를 예방해야겠다 생각했는지 물도 많이 먹고 밥도 잘 먹고 똥도 잘 싸는 편인데, 먹는 것에 비해 몸무게가 잘 늘지 않고 건강 상태도 조금 나아졌다 다시 나빠졌다를 반복했다. 작년 여름에는 눈병이 생겨서 동네 병원을 다녔는데 충혈된 건 나았지만 계속 눈가가 빨갛고 눈꼽이 많이 끼고 있고, 작년에 왼쪽 귀 옆에 혹이 생겼는데(이전에도 작게 혹이 있었던 거 같은데 확실치 않음) 1cm 넘게 부풀었다가 요즘은 좀 줄어들었다.

나이가 많아 전신 마취 수술이 부담돼서 그동안은 좀더 지켜보자 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구내염 때문에 전반적으로 건강이 나아지지 않는 거 같아서, 그리고 의사 선생님도 권유하셔서 더 늦기 전에 전발치를 하기로 했다. 나이가 나이니 만큼 젊었을 때처럼은 안되더라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겠지 싶어서.

이전에 부분발치한 용산 민트동물병원에 왔다. 멀어서 방울이가 스트레스 받을까봐 가까운 동네 동물병원에 데려갔는데, 방울이 나이가 너무 많아서 자신이 없다고 하시며 원래 발치했던 병원을 가는 게 낫겠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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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혈액검사 결과
- 신장 기능 : 다른 수치들도 모두 정상이고 SDMA 검사란 걸 처음 했는데 11로 괜찮은 편(ref. 0-14).
- 혈당 : 170으로 약간 높은데(ref. 71-159) 어렸을 때부터 약간 높은 편이었고, 이전 검사 때와 거의 동일한 수치임. 이전에 프락토사민 검사에서 당뇨가 아니라고 나왔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 면역 관련 수치 : TP, 알부민, 글로불린 등 면역 관련 수치는 예전에도 높았는데 그때보다 조금씩 더 안좋아졌다고. 구내염 때문일 수도 있고, 귀 옆에 난 혹 때문일 수도 있다고.
- 그 외에 간수치, 담낭 수치, 담관 수치 등등 모두 정상이며 15세 치고는 놀라울 만큼 좋은 상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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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치료 계획

전발치를 한다 해도 입 안쪽과 목의 염증은 남아있으므로 나이가 더 들거나 몸이 약해질 경우 다시 컨디션이 악화될 수 있다(이것은 이전에 전발치한 지지의 경우​도 마찬가지임). 이런 경우 면역 억제제 치료가 가능한데 현재 처방할 수 있는 약은 두가지, 사이클로스포린과 스테로이드가 있다.

사이클로스포린은 한달에 백만원 정도로 비싸서 잘 처방하지 않고, 스테로이드는 비싸지 않으나 간 수치가 올라가는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현재 방울이 나이와 건강 상태를 고려할 때 부작용 위험 대비 건강에 미치는 이점이 높으므로 평생 투여하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고.

귀 옆의 매스(혹)는 구내염 때문에 생긴 침샘염일 수도 있고 악성 혹은 양성 종양일 수도 있는데, 중간에 커졌다가 가라앉은 걸 보면 전자일 확률이 높다고. 구내염 때문이라면 이번 발치 후 좋아질 가능성이 높으니 발치 후 조금 지켜보자고 하셨다.

발치 후 좋아지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더 커진다면 양성이나 악성 종양일 수 있으므로 FNA(세침흡인술)로 조직을 채취해 검사할 수 있음. 지방 동물 병원에서도 가능하며 이틀 정도면 결과를 알 수 있다. 양성이면 굳이 절제할 필요 없고 혹시 악성(암)이라면 절제해야 한다.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하자.
방울이 힘내! 얼른 건강해져서 같이 앞산에도 놀러가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자.

#kitten_belle

졸리 여사님은 안보이더라. 2년이 지났는데... 혹시 무지개다리를 건넌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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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4 18:25 발치 다 끝나고 방울이 깨어났다고. 근데 20분 후에 ​​오라고.

2019-03-04 18:42 아아 졸리 여사님 어디서 자다 나오셨어요​


2019-03-05 13:31 어제 방울이 발치수술 후 의사선생님이 해주신 얘기와 이후 경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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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결과

예상대로 전발치를 했다. 2년 전 발치할 때는 잇몸이 대체로 좋은 상태여서 심한 쪽만 발치를 했는데 이번에 보니 잇몸이 거의 녹아내렸다고 한다. 보통 전발치라고 해도 송곳니는 그냥 두는데 왼쪽 하악은 송곳니까지 잇몸이 녹아내려서 그쪽 송곳니도 발치했다고.

그리고 왼쪽 하악은 잇몸 안에 치은종(잇몸에 생기는 혹)이 많이 있었다고 한다. 꽤 아팠을 거라고. 어쩌면 이것 때문에 귀 옆의 혹이 생긴 것일 수도 있고, 그렇다면 그 혹은 처음 예상처럼 그냥 침샘염이 아니라 종양, 그것도 악성일 가능성이 좀더 높다고. 일단 치은종은 다른 곳으로 더 퍼지지 않게 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녹아없어질 거라고 하셨다.

귀 옆의 혹이 악성 종양(암)일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포도송이 모양으로 더 부풀 수 있는데, 사람과는 달리 암이라 해도 다른 곳으로 쉽게 전이되지는 않고, 그런 상태로 몇년을 더 사는 경우도 있다고 하셨다... 일단은 조금 두고 보기로.

혹시 너무 늦게 와서 잇몸이 녹아내리고 종양까지 생긴 걸까 싶어 여쭤봤는데, 잇몸은 그럴 수 있지만 종양은 아닐 것 같다고. 시간이 지나고 자연적으로 몸이 더 회복된 후에 전발치를 할지 결정하려고 기다렸던 건데... 그동안 방울이한테 고통만 준 것 같아서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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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과

수술을 마치고 나온 선생님이 '열다섯살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하다'고 하셨다. 마취도 금방 깼는데, 뒷다리 쪽은 풀리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릴 거라고 하셨다.
'방울이 원래 깡다구가 있던 아이인 거 같아요'라고 하시길래 예전엔 10키로가 넘었다고 말씀드렸더니
'10키로 넘었을 때도 저렇게 착했나요?'라고 후후후후.
착한 게 아니라 젠틀한 건데. 우리 방울인 거구의 신사 고양이였어요...

집에 오는 차 안에서 손발이 차갑길래 계속 마사지를 해주었다. 사실 너무 힘들어서 조금 쉬려고 하면 이색기가 어김없이 낮고 단호한, 그리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야옹!"을 하는 바람에 쉴 수가 없었;;;

집에 와서는 멍청히 허공을 보다가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했고, 처음엔 비틀거리며 걷지 못하다가 밤 열한시 쯤엔 혼자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봤다. 변기 위에 올라서진 못하고 욕실 바닥에 보긴 했지만 폭!풍! 칭찬을 받고 으쓱하며(그냥 내 느낌;;) 자리로 돌아갔다. 난... 아침 먹고 빵 몇 입과 과자 쪼가리 밖에 먹지 못한 채로 차를 타고 왔더니 멀미가 나서 집에 와서 그나마 다 토했다. 몸이 무너져내리는 것 같이 힘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방울이에게 달려갔는데 이색기! 그릉그릉을 하네. 닭가슴살 삶은 물을 줬더니 잘먹네. 혹시나 하고 닭가슴살도 잘게 찢어 줬더니 조금이었지만 또 잘 먹었다. 치약 바르고 지금은 또 잔다.

나쁜 남자 우리 방울이.
수고 많았어.
그리고... 고마워.

#kitten_belle

어제밤 방울이 오빠 치유를 기원하러 모여든 우리집 자매님들, 루시, 버디, 지지.​​

구글플러스 백업하러 갔다가 발견한 2014년 7월 4일 방울이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