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 2018-05-24 12:55 위빳사나 명상 10일 코스에서 여러 희한한 경험을 하면서 생각한 것들 중 또 하나는, 몸의 통증이나 질환 중 어떤 것은 단지 몸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재채기가 나오려고 할 때 ‘재채기를 멈춰’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재채기가 나오지 않았던 경험이라든가, 살갗이 찢어져 쓰라리고 피가 나올 때 ‘이것은 고통이 아니라 쾌락이다’라고 생각하면 더이상 아프지 않았던 경험이 이미 있었다.

    위빳사나 코스에서는 하루 세번 한시간 동안 꼼짝 않고 같은 자세로 앉아있는 ‘아딧타나’를 한다. 삼십분이 지나면서 고통이 시작되고, 45분쯤 되면 말할 수 없이 극심한 고통이 온다. 그런데, 그 고통에 반응하지 않고 계속 있으면 어느 순간 고통이 사라진다.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다른 사람의 고통을 바라보듯 관찰하는 것이다. 열흘 동안 이런 식으로 몸 이곳저곳의 통증이 사라지는 것을 경험했다.

    고엔카의 위빳사나 명상에서는 고통에 대처하는 이런 방법을 몸의 통증 뿐만 아니라 정신적 고통에도 적용한다(굳이 ‘고엔카의’를 붙인 것은 계파마다 명상법이 조금씩 다 다른데 내가 다른 명상법은 잘 모르기 때문이다). 불교에서는 몸과 마음을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보면 좀더 이해가 쉽다.

    나는 이게 아마도 평생에 걸쳐 반복적으로 조건화된 뇌의 구조를 조금씩 되돌리는 훈련 같은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이 책에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 뇌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부분이 다른 곳에 전용되는 식으로 자주 쓰는 기능이 발달하게 되는데, 이를 역이용해 지나치게 조건화된 회로를 원하는 기능으로 대체해 만성통증을 치료한다는 것. 이 책은 그 외에도 뇌의 ‘신경가소성’을 이용해 뇌의 손상이나 선천적 기형에 따른 장애나 만성 통증 등의 심인성 질환을 치료하거나 완화시킨 사례들을 보여준다.

    #books #노먼도이지 #스스로치유하는뇌​

  • 2018-06-07 15:09 두번째 장은 파킨슨병이다.
    가족력이 있어서 꽤 관심있게 봤다.

    이 책에서는 파킨슨병 때문에 손상된 뇌 부위에서 담당하던 무의식적 움직임을 손상되지 않은 다른 뇌부위에서 ‘의식적으로’ 처리하도록 함으로써 운동 장애를 극복한 사례가 나온다(이 ‘의식적 움직임’의 방법을 보면 불교의 ‘깨어있음’이나 MBSR의 ‘마음챙김’과 비슷하다). 의학 지식이 전혀 없는 환자가 스스로 발견해내고 직접, 그리고 책을 써서 다른 환자들에게 전파했다.

    파킨슨병은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이 병에 걸리면 움직이려는 동기가 적어지고 천천히 움직이게 되며, 무의식적으로 처리하던, 그래서 동시에 여러가지 일을 할 수 있었던 동작들을 할 수 없거나 힘들게 된다. 모든 것을 한번에 하나씩, 의식적으로, 천천히 해야하는 것이다. 그리고 병의 진행을 조금이라도 늦추거나 되돌리려면 일어나 걷고, 운동을 해야 한다. 약물은 초기에 효과가 있지만 진행을 막거나 되돌리지 못하며 부작용도 있다고.

    병의 기제나 증세를 읽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너무 빨리,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너무 효율적으로 처리하려고 버둥대고 있는 건 아닐까. 그것도 앉아서. 그래서 파킨슨병이라는 벌을 받는다는 얘기는 아니고, 우리가 애초에 살아야 하는 자연스런 방식에서 너무 멀리 왔다는 생각이.

    #books #노먼도이지 #스스로치유하는뇌

  • 2018-06-30 15:04 4장에는 다양한 주파수, 파형, 에너지의 레이저로 피부나 근육의 상처나 혈관, 말초신경 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재생 불가능하다고 여겨져 온 연골이나 뇌신경까지 치료한 사례들이 나오는데, 거의 만병통치 수준이다. 이 책 대로라면 모든 응급실과 신경외과, 우울증 클리닉 등에 레이저 치료기를 의무 도입해야 할 듯. 쥐를 대상으로 한 알츠하이머 치매 실험에서도 효과가 있었다니 앞으로 인간 대상 실험에서 좋은 치료법이 나오면 좋겠다. 조금 빨리 나왔으면 좋았겠지만 ㅜㅜ.

    빛(레이저)을 이용한 치료 사례는 햇빛, 필터링되지 않은 전체 스펙트럼의 햇빛이 인간에게 얼마나 유익한 것인가를 일깨워준다.
    바깥으로 나가서 햇빛을 쬐고 걷자.
    #books #스스로치유하는뇌 #warmbody​

    이 글을 쓴 후 해 난다고 검은색 장우산을 펼친 나.​

  • 2018-07-06 11:54 '스스로 치유하는 뇌'의 5장에는 모세 펠덴크라이스라는 사람이 행했던 치료법 '동작을 통한 자각 수업' 이야기가 나온다. 선천적으로 심각한 뇌손상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까지도 그의 치료로 정상인과 비슷한 삶을 살 수 있게 되는데, 그의 치료법의 핵심 원칙들은 다음과 같다. 길지만 (내게는) 모두 중요해서 다 옮겨보았다.

    1. 마음은 뇌의 기능을 프로그래밍한다.
    2. 뇌는 운동 기능 없이는 생각할 수 없다. 뇌가 사용될 때마다 운동, 생각, 감각, 느낌의 네가지 요소가 모두 같이 가동된다.
    3. 동작의 자각이 동작을 향상시키는 핵심이다. 감각계와 운동계는 밀접하게 연관된다.
    4. 동작들 간의 미세한 감각 차이를 구별하는 분화가 뇌 지도를 만든다.
    5. 자극이 작을 수록 차이를 구별하기 쉽다.
    6. 동작을 느리게 하는 것이 자각의 비결이고, 자각은 학습의 비결이다. 생각과 행동 사이의 지연이 자각의 기초이다.
    7. 가능하면 힘을 빼라.
    8. 실수는 꼭 필요하다. 동작에 올바른 방법은 없다. 더 나은 방법이 있을 뿐.
    9. 이런저런 동작들을 무작위로 하다 보면 발전의 돌파구가 생겨난다.
    10. 몸의 한 부위의 아주 작은 동작에도 몸 전체가 관여한다.
    11. 많은 동작 문제들과 그에 수반되는 통증은 학습된 습관 때문이지 비정상적인 구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말하자면 우리는 움직임과 동시에 감각을 느끼고, 이것을 뇌에 반영하고, 이것을 다시 움직임에 반영하는데, 이 과정에서 동작과 감각에 해당하는 몸의 각 부위의 지도가 뇌에 저장된다는 것. 이 지도가 세밀하고 조직화되어 있을 수록 더 나은, '우아한' 동작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10번에 나오는 '우아한 동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구절이 인상깊다(그림2).

    '동작이 효과적이고 우아하고 효율적인 사람은 아무리 사소한 동작을 할 때도 몸 전체가 유기적으로 돌아간다. ... 그것들이 똑같이 쉬운 것은 우아한 동작으로 행해질 때 몸 전체가 가동되기 때문이다. 몸이 제대로 조직되면 근육긴장이 몸 전체에 걸쳐 크지 않게, 활동에 소요되는 부담이 근육, 뼈대, 결합조직에 골고루 나눠진다.'

    그러니까 우아함이란 단순히 심미적인 문제가 아니라 효율의 문제인 것이다. 어떤 기능을 가장 단순한 형태로 수행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을 때 그것을 아름답다고 여기는 것과 비슷하다.

    동작, 감각, 느낌, 생각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서로 피드백을 주며 뇌의 지도를 만들어간다는 얘기나, 모든 감정이 근육과 자세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 동작의 자각에 대한 얘기 등등(그림1)에서 불교의 오온, 십이연기, 그리고 위빳사나 명상법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데, 실제로 바로 다음 장에 '불교도의 훈련법'이 나온다(아직 안읽었음).

    이것저것 관심을 가지고 한발한발 걸어가다 보니 모든 것이 한 곳으로 수렴하는 느낌이랄까. 사실은 그 모든 이것저것에서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이는 것일 수도.

    #books #노먼도이지 #스스로치유하는뇌​

  • 2018-07-25 19:30 다 읽은 지 좀 됐는데 closure를 이제야.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을 한마디로 하자면 ‘가장 원시 인류다운 삶이 가장 건강한 삶이구나’라는 것(이 책에 나오는 말은 아니다).

    이 책에 소개된 ‘뇌 가소성(손상된 뇌도 치료하거나 새로운 부위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할 수 있다는 뜻)’ 치료법은 주로 빛, 소리, 촉각, 움직임 등의 감각을 천천히, 미세하게, 한번에 하나씩 알아차리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현대 생활 방식에서 잘 쓰지 않게 된 근육과 신경 부위를 다시 쓰도록 유도하고, 그래서 비활성화되거나 손상된 뇌의 해당 부위를 자극해 활성화시키거나 다른 부위에서 해당 기능을 대체하도록 만드는 것.

    사고나 질병으로 뇌나 육체의 부위가 손상되었으나 뇌가소성 치료에 의해 회복이 되었던 사례들이 주로 나오는데, 사고는 어쩔 수 없다 치고 질병의 경우는 걸리기 전에 이 책에 나오는 치료법에 가까운 생활방식을 유지함으로써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햇빛을 쬐고, 걷고(다른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저 걷는 것), 스마트폰과 모니터 화면에 고정되어 있던 눈길을 가깝고 먼 경치들로 돌려주고, 이런저런 운동으로 안쓰던 근육과 신경을 훈련해주는 것(얼굴 근육도 마찬가지다. 웃을 때 우리가 얼마나 넓은 부위의 근육을 쓰는지 한번 살펴보면 깜짝 놀랄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반바지를 다시 꺼내 입고(썬번과 햇빛 알러지인지 땀띠인지 모를 것을 얻었음), 걸으면서 스마트폰을 안보려고 하고(그러나 이 글도 집에 걸어오면서 썼;;), 많이 웃고 있다(이건 잘 하고 있다. 웃으면 웃을 수록 괜히 더 웃겨서 웃게 됨ㅋㅋㅋㅋ).

    그리고 좋은 음악을 듣는 것.
    ‘좋은 음악’이 뭔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 같다.내 경우는 우울증이 심해지면서 아주 좁은 영역의 음악만 들었다. 바흐나 하이든 같은 고전파 클래식과 발레 클래스 음악들.

    모짜르트는 뭐랄까... 내 마음은 이렇게 지옥인데 옆에서 생의 환희에 넘치는 꼬마나 조증 환자가 까부는 것 같은 특유의 밝음 때문에 점점 듣지 않게 되었고, 낭만파 클래식의 대부분도 그 반대의 이유(내 마음은 혼돈의 카오스인데 거기에 한창 호르몬에 빠져있는 번식기 젊은이나 알콜중독자가 징징대며 울부짖는 듯한 느낌;) 때문에 역시 듣지 못하게 됐다. 가요나 팝 같이 가사가 있는 음악들 역시 들을 수 없었다. 한마디로 엄청난 ‘좋음과 싫음’에 빠져있었던 것.

    이제는 조금씩 다른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됐다. 그럴 때가 왔다. 모짜르트에 대한 얘기(그림 참고)를 읽고 나니 막 마악 모짜르트가 듣고 싶다. 교향곡은 아직 무리고 피아노 소나타와 콘체르토부터 다시 들어볼까 한다.

    #books #스스로치유하는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