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2003년 봄 할머니가 분갈이해주었던 고무나무는 이쁘고 무성하게 자랐다.
2004년 여름 고양이들과 같이 살게 되면서부터 집안의 식물이란 식물은 고양이들 등쌀에 다 죽거나 다른 집으로 피신을 갔는데, 이 고무나무만이 우리집에서 살아남았다.
하지만 정말 '살아남았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아래쪽 잎부터 하나씩 잎이 말라 떨어지고 줄기도 천천히 앙상하게 여위어갔다. 고양이들 손이 닿지 않게 선반을 만들어 그 위에 올려놓고 배양토를 사다 섞어주고 정기적으로 물도 주고 했지만 나아지질 않아서, 이제 죽나보다 하고 볼 때마다 마음이 섭섭했었다.

지난주 어느날 아침 이불 속에서 눈을 뜨자마자 웬지 고무나무에 먼저 눈이 갔는데, 잎이 다 떨어져버린 밑둥에 아주 조그만 새싹이 나 있었다.
대개 아침엔 출근하느라 바빠 잘 쳐다보게 되지 않기 마련인데, 아마 이런 장한 일을 했으니 자기를 좀 보아달라고 소리없이 나를 부르기라도 한 게 아닐까 싶어서, 한참 들여다보고 '잘했어. 참 장하다'고 칭찬해주고 사진도 찍어주었다.
봄이라 그런건지(작년 봄엔 안그랬는데), 아니면 공기청정기를 들여놓아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기분이 좋다.

쑥쑥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