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 2016-08-13 춘천 상상마당 배롱나무 #drawing #drawing_yuna - 춘천 상상마당 Dancing Caffeine​

  • 2016-08-13 23:01 몇년 전에 갔던 계곡에 또 다녀왔다. 차를 세우고 40도에 가까운 더위, 이글거리는 햇빛 아래 15분쯤 걸리는 숲길을 두번이나 왔다갔다 하며 짐을 날랐다. 계곡에는 아무도 없었다. 휴대폰도 되지 않았다. 산에서 내려오는 계곡 물이 넓고 둥근 못을 이룬 곳 옆에 평평하게 골라놓은 자리들이 있었다. 그 중 한군데 텐트를 펴고 복숭아와 바나나, 맥주 같은 것들을 차가운 계곡물에 담그고 있을 때 중년 남자 둘이 나타났다.

    두 남자는 익숙하게 돗자리를 펴고 겉옷을 훌렁 벗어던지더니 허리까지 오는 계곡물로 뛰어들었다. 등산을 다니는 길에 이곳에서 종종 물놀이를 하는 모양이었다. 자리를 평평하게 골라놓은 것도 자기들이라고 했다. 치킨과 복숭아를 먹고 고기를 구워 중년 남자들에게 나눠주고 우리도 먹었다.

    노땡은 해먹에서 낮잠을 자고, 나는 긴팔 긴바지를 입고 슬리퍼를 신은 채 계곡을 오르내리며 탐험을 했다. 오후 늦게 남자들이 돌아간 후 우리는 발가벗고 계곡물에 들어갔다. 차가운 계곡물 위에 둥둥 떠있다가 머리까지 물 속에 쑥 잠기고, 푸우 하고 올라왔다. 해가 진 후 커다란 타올로 젖은 몸을 말리고 라면을 하나 끓여 둘이 나눠먹었다.

    텐트 안에 누워 어둠이 깔리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젖어서 부옇게 불은 발이 뽀송뽀송해지는 데 한참 걸렸다. 검은 나무 그림자 사이로 달이 떴다. 불을 켜지 않아도 사방이 훤했다. 휴대폰은 오래전에 배터리가 나갔고, 물소리는 더 커졌다. 하늘에 별이 엄청나게 많았다.

    우린 계곡 옆 커다란 바위 위에 매트를 깔고 누워 별똥별을 세기로 했다. 형광초록색의 반딧불이 나무들 사이를 천천히 떠다녔다. 헤드랜턴을 쓴 노땡이 눈에서 불이 나오는 커다란 곤충처럼 어둠을 뚫고 물 속에 담가놓은 맥주를 꺼내왔다. 고개를 휘휘 돌릴때마다 나무가지와 수면이 번쩍거리고 희뿌옇던 주변은 더 어두워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별똥별을 네개쯤 세고 나자 달이 산 너머로 사라졌다. 사방이 더 어두워졌고, 깜빡 잠이 들었다 깬 나는 텐트 안으로 기어들어가 새벽까지 꿀처럼 깊은 잠을 잤다.

    어제 밤 일기.
    #산보​

  • 2016-08-13 23:20 서늘한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