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키키 피부병이 아무래도 낫지 않고 심해져서, 약수역에 있는 차지우 동물 병원에 데려갔다. 집 가까운 동물 병원 두군데를 갔었는데 한군데선 곰팡이성 피부염은 아니라는 진단과 함께 약용 샴푸, 주사, 약 등의 치료를 했고, 한군데선 원인을 모르겠다고 하길래 피부 염증을 가라앉히는 주사를 타와서 정기적으로 내가 주사를 놓아주었다. 약은 키키가 먹지를 못하고, 주사는 그때만 효과가 있고, 아무래도 내 생각엔 뭔가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두 병원 다 원인을 모르는 것 같아서 유명하다는 병원을 찾은 것.

넓은 병원 안에는 고양이들이 여기저기 앉아 있는데(물론 강아지들도 있고) 다들 어찌나 예쁘고 순하고 붙임성이 좋은지 아픈 키키는 잊어버리고 다른 고양이들이랑 노느라고 잠시 정신이 없었다. 낯가림이 심한 키키는 케이지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고 벌벌 떨고 있고(미안하다 키키).


차지우 병원의 안방 고양이들. 키키에 비해 너무너무 말라서 안쓰러웠다(사실은 이게 정상일지도...).

목소리나 외모에서 시원시원 호방한 기운이 넘쳐흐르는 차지우 의사선생님. 케이지 안에서 끌려나오는 키키를 보시더니 일단 이 커다란 체구에 놀라신다('와, 엄청 기네'라고... -_-;). 역시 세균성 피부염은 아니라는 결론과 함께 혈액 검사를 했는데 혈당 수치가 200이 넘었다. 의사선생님 말에 따르면 이전에는 미국에나 당뇨 고양이가 있었지 한국에선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요즘은 열마리 중 한두마리가 당뇨가 있다고. 간단히 말하자면, '너무 잘 먹여서'라는 것이다. 식탐이 많아진 것, 물을 많이 먹는 것도 당뇨의 증상이라 하니 딱 들어맞았다.

당뇨의 원인은 사료에 문제가 있거나 췌장에 이상이 생긴 것인데, 전자일 경우는 식이요법으로 해결되지만 후자는 사람처럼 정기적으로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의사선생님 말에 의하면 "고양이한테도 사람한테도 할 짓이 아니라고" 한다 ㅠ.ㅠ; 일단은 지방과 탄수화물 성분을 낮춘 Hill's의 당뇨 고양이용 w/d 사료로 바꾸고 사료 양도 확 줄인 후 혈당 수치가 낮아지는지를 보기로 했다. 피부 치료를 위해서는 약을 먹어야 하는데 키키가 약을 잘 안먹기 때문에(이전 병원에서 가져온 약 못먹이고 다 버렸다 ㅠ.ㅠ;) 먹이기 쉬운  딸기맛 약으로 테스트를 해본 후 처방해 주셨다.

주사 한대 맞히고 약 타서 병원을 나서는데 키키한테 참 미안하더라. 내 나름대로는 비싸고 좋은 사료랑 영양제 찾아서 먹이고, 그것도 안좋은 것 같아서 고양이에게 좋다는 생식을 주문해서 아침 점심 저녁 챙겨 먹였지만, 사실 바쁘다는 핑계로 놀아주지는 못하고(운동 부족도 한 원인) 먹는 것으로만 때운 것 같아서...
그래도 원인을 알고 나니 속이 후련하고, 치료할 수 있다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하고 기운이 솟는다. 진작 이 병원에 와 볼 것을 여기저기 다니면서 고생시켜서 미안하기도 하고.

당이 한번 올라간 경우는 평생 저 당뇨용 사료만 먹어야 한다니, 이제 맛난 통조림이랑 간식은 평생 물건너갔고나 키키야(더불어 방울이도).

동물 병원 한번 갈 때마다 나오는 엄청난 병원비! 게다가 나는 알러지성 천식이 다시 도졌고, 우편함에는 채무불이행 어쩌고 하는 통지서가 날아와 있고, 이사갈 집은 나오질 않고, 다 끝난 줄 알았던 일은 다시 해야 하고... 워워~ 한번에 하나씩만 좀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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