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텃밭 감자를 캔 자리에 음식물 퇴비를 묻어두고 며칠 후 열무 씨를 뿌렸는데 한두달 지나니 열무가 크게 자라났다. 중간에 한두번 잡초를 뽑고 벌레를 잡아준 것 밖에 없는데.
큰 것들로 반만 수확해 열무 김치를 담갔다. 김진옥님 블로그를 참고했는데 고추와 무우는 없어서 빼고 대신 부추와 양파를 넣었다. 재료의 양은 김진옥님 블로그에 나온 양의 2배쯤으로 계량했지만 부재료나 국물에 들어가는 마늘 생강 등은 그냥 맘대로 했다. 백김치에서도 그랬지만 찹쌀풀의 농도와 소금(혹은 간장) 간만 맞으면 나머지 재료의 양은 아무래도 대세에 지장이 없다.

열무 뿌리는 따로 잘라놓고 잎에 천일염을 뿌려 30분쯤 절인 후 헹구어 물기를 뺀다.
벌레들이 열무 잎에 구멍을 숭숭 뚫어놓았지만 열무가 워낙 잘 자라서 벌레들이 먹고도 우리가 먹을 만큼 많이 남았다. (어쩐지 열무를 키우는 게 아니라 벌레를 키우면서 걔네들이 남긴 걸 먹는 것 같은 느낌이...)

생수 1리터에 찹쌀가루 5T, 현미가루 5T를 넣어서 푼 후 끓여 찹쌀풀을 만들어 식힌다.
(재료들을 저렇게 손으로 주물럭거리는 게 난 어쩐지 좋더라고 후후후후후후)

그리고 잘라놓은 열무 뿌리. 작년에 열무김치를 담글 때는 뿌리도 같이 넣었는데 나중에 먹어보니 너무 질기더라. 그래서 뿌리는 다들 버린다고. 찾아보니 (홍삼에 많이 들었다는) 사포닌이 열무 뿌리 부분에 많다고 해서 어쩔까 고민하다가...

좀 덜 질긴 큰 뿌리들은 썰어서 부재료로 썼다. 양파(1-2개), 사과(2개), 부추(한단)와 함께 큼직하게 썰어서 얘네도 천일염에 30분쯤 절인다. (김진옥님 블로그에 보면 이때 재료에서 나오는 물을 버리지 말고 김치 국물로 쓰라고 나온다.)

질겨서 씹히지 않는 열무의 작은 뿌리와 끝부분은 양파(1개), 마늘(10개쯤?), 생강(2-3개), 대파 흰 부분(1개) 등등과 같이 믹서에 갈아서 아까 만든 찹쌀풀과 섞어 김치 국물을 만든다. 김진옥님 레시피에는 소금을 10T 정도 넣는 것으로 돼있는데, 그냥 집간장을 50ml 정도만 넣었다. 맛을 보아가며 조절하면 된다.
마스코바도를 몇T 넣은 것 같기도 -_-; 잘 기억이 안나네.

절인 열무잎과 부재료들을 김치통에 켜켜이 쌓는다. 작년에 씨앗을 뿌린 토종파는 비실비실하더니 겨울을 나고 크게 자라나서, 그것도 베어다 부재료로 넣었다. 배는 없어서 생략.

그리고 김치 국물을 부으면 끝. 실온에서 반나절 정도 두었다가 김치냉장고에 넣었다.

조금씩 꺼내어 실온에 하루 정도 두고 익힌 후 먹는다. 그냥 먹어도 괜찮지만 나는 잘 익은 걸 좋아해서. 열무 뿌리를 갈아넣은 덕분에 김치 국물에서 시원한 맛이 나고, 사과를 넣어 상큼하고 달달하다. 아. 지금도 침이 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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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5평 텃밭 농사 2년째, 베란다 농사는 3년째.
다른 사람들처럼 퇴비를 사서 뿌리고 모종을 사다 심고 물을 주고, 약을 뿌리고, 비료를 주고, 그런 거 하나도 안한다. 봄과 가을 씨뿌리기 전에 한번씩 음식물 퇴비를 뿌려주고, 가능하면 모종을 사지 않고 이전 해에 직접 수확한 씨를 뿌린다. 그리고 물도 비료도 주지 않는다. 쌀뜨물 발효한 걸 한두번 뿌려주는데 올해는 바빠서 그것도 하지 못했다. 벌레는 가끔 손으로 잡는다. 날아다니는 벌레는 다시 날아오니 죽일 수 밖에 없지만 기어다니는 벌레는 잡아서 그냥 멀리 던진다(-_-). 어쨌든 이 열무의 경우처럼, 우리가 먹을 것을 남겨준다.
너무 많이 수확하겠다는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텃밭 농사에 고된 일은 하나도(라고 해도 될지 모르겠네 아직 초보라ㅋ) 없다. 불로소득;;의 죄책감이 느껴질 정도다. 재밌고, 신기하고, 고맙다.

환갑에 땅을 사고 너무나 행복해했던 아빠를 나는 지금 이해한다.
다만 내겐 그 시기가 좀더 빨리 왔으면 좋겠다.
평생 정착할 내 땅을 사고, 집을 짓고, 농부가 되는 꿈.
가끔은 너무 멀고 불가능하게 느껴져서 몹시 우울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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