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s lifelog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엄청난 고화질 이미지라 옆에 있던 우성씨를 잘라내고도 많이 리사이즈해야 했다.)

허진호 감독 영화답게(라고는 하지만 '봄날은 간다'가 그의 영화가 맞는지 영화보는 내내 긴가민가했다), 빛이 아름답게 잡힌 영화였다. 그리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아름다운 그녀, 고원원을 위한 영화였고. 이 비오던 장면에서 그녀의 옆얼굴과 빗방울이 살짝 묻은 목과 쇄골을 따라 흐르던 노란 백열등빛, 그리고 간간이 반짝거리며 지나가던 자동차 불빛이 참 좋았다. 그리고 좋은 연기였다.

정우성이 조금만 덜 느끼했으면, 조금만 덜 어색했으면 싶었지만 그 또한 조금은 용납할 수 있는 것이, 이 영화에는 진짜 보통의 남자, 진짜 보통의, 멀쑥하고 어색하고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뻔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그런 한국 남자가 (오직 조연으로) 필요했을 뿐이니까.

영화의 중반부와 끝무렵에 내가 아는 두 여자를 각각 떠올렸다. 한사람은 몇년 전 갑-을 관계로 같이 일했던 모 대기업의 대리님(순전히 외모 때문에). 그리고 메이(고원원)가 활짝 웃으며 자전거 페달을 밟는 마지막 장면에서 떠올린 사람은 얼마 전 중국으로 떠난 나의 고등학교 친구. 잘 있는지 궁금하다.
그녀들이 언제나 아름답길. 언제나 활짝 웃을 수 있길.

그저 영화관에 앉아있고 싶어서 문득 보러 온 영화. 적당했던 영화. 비오는 장면이 좀더 많이 나왔으면 싶었는데 아쉽다. 그리고 '봄날은 간다'보다는 못했다.

호우시절
감독 허진호 (2009 / 한국)
출연 정우성, 고원원, 김상호, 마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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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서 나와 커피빈에 들러 휴대폰으로 이 글을 썼다. 잊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집에 오는 길에 메일함을 열어보니 이 친구에게서 메일이 와 있다. 잘 있구나. 이번 프로젝트 끝나고 놀러갈 수 있을까 했는데 그만 겨울내내 일만 하게 돼버리고 말았어. 가끔 보고싶어. 안녕.